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40화(140/319)
“유표는 그만하고 앉거라.”
정적을 깬 것은 장문 제자 유백이었다.
유표의 발언으로 식당의 분위기는 이미 엉망이 되었다.
유표의 말이 지극히 무례하긴 했으나, 사실 화산의 제자들 대다수는 세가의 무인들을 괄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무학의 역사가 유구한 대를 걸쳐 전해지는 문파와는 달리 세가의 무학은 기본이 부족하고 근본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거기다 세가는 대부분 강호에 이름을 알린 뛰어난 무인 한 사람 덕분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경우가 많으니, 그 사람은 인정하되 세가의 무인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니 화산을 한심하다 했다는 남궁의 말에 얼마나 분개하고 있을까.
‘하나, 분란을 일으켜선 아니 된다.’
남궁세가가 본문을 방문한 것은 전례 없던 세가와 문파의 교류이다.
아마도 이 교류에 중원 무림의 수많은 세가들과 문파들의 시선이 집중될 터.
‘이번 교류 중 화산이 밉보일 일은 절대 있어선 아니 된다.’
첫 교류이니만큼 반드시 화산의 넓은 아량과 인자함이 돋보여야 할 것이다.
유백이 자리에서 일어나 흑룡대주를 향해 포권을 취하며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대주님. 이는 사제를 옳게 다스리지 못한 저의 불찰이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이어서 흑룡대원들을 향하여서도 재차 허리를 숙였다.
“남궁세가의 무인들께 무례를 범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사제가 한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본문은 남궁세가의 무인분들을 존경하고, 남궁세가의 무학 역시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가 인자하게 웃으며 남궁세가의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남궁세가의 내력은 맑은 하늘과 같이 푸르다 하지요. 고절한 남궁세가의 검과 어우러진 기운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유백은 최대한 남궁의 체면을 세워주려 애썼다.
이 자리에서 혹여 싸움이라도 난다면, 그것도 화산파의 아이로 인해 발생한 싸움이라면 책임은 결국 화산이 지게 될 것이다.
그런 불상사는 막아야 했다.
하나.
“그거 좋겠군요.”
최대한 남궁세가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고 있는데, 돌연 흑룡대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백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예?”
“상상만 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곳에 우리 남궁세가의 뛰어난 무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흑룡대주가 제 옆으로 앉은 흑룡대원들을 가리켰다.
“이곳까지 온 것도 인연인데, 이리된 김에 비무라도 해보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
“피차 쌓인 것도 많아 보이는데, 이참에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유백은 난감했다.
문파와 세가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무인이다.
사실 화산파의 제자들 역시, 남궁세가가 온다는 말에 그들과 검을 맞대어 보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매일 같은 검술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검술을 상대해 볼 기회는 쉬이 오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승리하면 체면을 지키는 것에 그치고 패배하면 문파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남궁세가의 기별을 받자마자 제자들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남궁세가와의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그 당부를 듣지 못한 것은, 남궁세가와 함께 돌아온 유표 뿐이었다.
‘하필 간과한 유표가 바로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
남궁세가에서 어떤 수모를 겪었기에 이렇게까지 평정을 잃고 도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역시 비무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지.’
대 검문파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결론을 내린 유백이 제안을 거절하려 입을 떼는 그때.
“굳이 승패를 따질 비무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흑룡대주가 선수를 쳤다.
“승패가 문제라면 승패가 나기 전에 비무를 멈추면 되지 않겠습니까. 본가의 무사 열 명과 화산파의 도사 열 분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유백은 곧장 답하지 못했다.
승패를 모르는 비무는 존재할 수 없다.
상대와 검을 몇 번 맞부딪히면 누가 이길지, 질지 검을 부딪친 서로는 알 수밖에 없다.
보는 눈이 좋다면 보는 이도 분명 알아볼 것이고.
하나, 승패를 가르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을 굳이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는 뜻. 화산과 남궁이 비무를 했다는 것을 비공식으로 부치겠다는 말이다.
‘비공식이라면….’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마침 모두가 남궁세가의 검을 보고 싶어 하기도 하였고 말이다.
‘검황의 검을 직접 볼 수는 없겠지.’
하나, 남궁세가의 가주를 천하 10대 고수로 만든 검을 엿볼 수는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유백이 고민 끝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다만, 이것은 저희끼리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듯싶습니다. 우선 본문의 어른들께 의견을 구하고자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안될 것이야 없습니다. 저 역시 가주님께 허락을 받아오도록 하죠.”
“오늘은…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으셨을 테니 즐거이 드시고 편히 쉬십시오.”
흑룡대주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가 흑룡대를 향해 식사를 마저 하라고 지시했고, 유백 역시 화산파의 제자들에게 손짓했다.
식당의 분위기는 다시금 활기를 띠었다.
아무렇지 않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가 이어졌으나, 지울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두 세력 사이에서 감돌았다.
* * *
어디선가 뻐꾸기 우는 소리가 멀거니 들려왔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흐-아! 싸움이라도 나는 줄 알았네!”
유강이 숨통이 트인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소리쳤다.
일대제자이지만 특수한 경우로 입문하게 되어 나이가 어린 유강은 일대제자들의 가장 말석에 앉아 있었다.
설화는 남궁세가의 아가씨로서 가장 상석에 앉을 자격이 있었지만, 또래와 친해지겠다는 이유로 유강의 맞은편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았다.
“유표 도장께서 재미있는 계책을 생각하셨네.”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좋았을걸! 난 진짜 싸움이라도 나는 줄 알고 걱정했어!”
“그럴 리가 있어? 화산파의 문도들이 화산파를 얼마나 끔찍이 여기는데.”
화산파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 기분대로 행동할 도사는 없다. 물론 도사인 척하는 혈교의 간자라면 다르겠지만.
“그건 그래. 우리는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