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3)_2
“….”
“너는 남궁설화다. 이전에 네가 어떻게 불렸든, 네가 이 남궁무천의 장손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남궁무천이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설화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그 사실을 잊지 말거라.”
그 인자한 미소가 너무나도 따뜻했다.
이제는 춥고 삭막한 절벽이 아닌, 함께 피어나고 살아가는 군락 속에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안심이 되는 미소였다.
* * *
명의 시신 주위를 남궁무천과 설화 그리고 화산의 장문인과 무학당주 노백이 에워쌌다.
초련과 화산의 약왕각주가 명의 시신을 살폈고, 약왕각 소속의 제자들이 그들을 도왔다.
초련과 양왕각주는 세세하게 시신을 살폈다.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살피기가 쉽지 않았지만, 남궁무천이 설화가 알려준 혈도를 짚으니 굳은 몸이 풀어졌다.
시신의 입 안을 살피던 초련이 말했다.
“독에 당한 것이 아니네요.”
“그게 무슨 말이냐. 당한 것이 아니라니.”
“이 아이, 스스로 독을 삼켰어요.”
초련이 시신의 입을 벌려 모두에게 내보였다.
가장 안쪽의 어금니 부분이 유독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이를 뽑아도 될까요?”
초련의 물음에 장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왕각주가 집게를 가져와 초련이 짚은 어금니를 뽑았다.
어금니는 중간을 가로지르는 홈이 파여 있었는데, 그 홈에는 가는 실이 묶여 있었다.
“독을 물고 있던 흔적이에요. 이 아이, 간자군요. 어디 간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련의 시선이 짧게 설화를 향했다.
“누가 데려왔다고 하셨죠?”
“내가 데려왔소.”
노백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리를 떠돌던 아이요. 배가 고프다기에 먹을 것을 주었는데, 따라붙더군. 하여 이곳으로 데려왔소. 부모도 친인척도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 데려온 것이긴 하지만….”
노백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어느 누가 이런 어린아이를 간자로 이용한단 말이오. 생각조차 못 하였소.”
배곯는 아이를 그저 배부르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차가운 길바닥에서 잠드는 아이에게 머리 누일 곳을 마련해주었을 뿐이다.
동네의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부럽게 쳐다보던 아이에게 또래를 만들어 주었을 뿐이었다.
자신이 아이를 화산으로 데려왔지만, 아이에게 바란 것이 뛰어난 무공이나 재능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살게 해주고 싶었을 뿐인 것을.
어느 누가 이런 아이가 간자였으리라 생각하겠는가.
노백이 장문인을 향해 돌아서서 고개를 숙였다.
“저의 불찰입니다. 장문인. 장로직을 내려놓고 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노운이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정식 제자는 아니지만, 무학당주인 그가 간자를 화산 내에 들여놓은 것은 큰 문제기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노운이 긴 한숨을 내쉬며 노백의 어깨를 짚었다.
“우선, 자네의 거처로 돌아가 있게. 이 일에 대한 책임은 장로들과 의견을 나눈 뒤 천천히 묻겠네.”
노백이 장문인에게 다시금 인사를 올린 뒤 남궁무천을 향해서도 포권을 취했다.
“남궁세가에서 친히 방문해 주시었는데, 이리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어 죄송합니다. 빈도는 물러가 보겠습니다.”
“편히 쉬게.”
노백이 물러가고 장문인은 약왕각주와 제자들에게 잠시 물러가라 일렀다.
이윽고 방 안엔 남궁무천과 설화, 초련과 노운만이 남게 되었다.
명이라는 아이가 혈교의 간자였던 것이 드러난 이상, 계획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었다.
남궁무천이 방안에 기막을 두르자, 초련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독분이 준비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