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45화(145/319)
유강의 눈빛이 요동쳤다.
“죽고 싶어 하지 않았어.”
그 아이가 간자의 역할에서 도망치려 한 이유는 아마도 유강 때문일 것이다.
유강이 그 아이에게 쏟은 온기가 그 아이를 망설이게 했을 것이다.
그 아이가 죽은 것은, 그 아주 작은 망설임 때문이었을 것이다.
혈교는 조금이라도 배신하려는 낌새를 보이면 바로 버리는 족속이니까. 가장 힘이 없는 어린아이일수록 기준은 엄격하다.
‘하지만 이 얘긴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설화는 유강을 바라보았다.
분노에서 슬픔으로 뒤바뀌는 눈빛을 보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내일 그 아이의 복수를 할 거야.”
“어…떻게?”
“그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놈들을 잡아야지.”
“잡으면?”
“잡아서 죽여야지.”
화산에 섞여 있는 간자들을 모조리 밝혀내서, 싹을 뽑아버려야지.
“할 수 있어? 정말?”
“해낼 거야. 무슨 수를 쓰든.”
“….”
유강은 말없이 제 발치를 바라보았다.
매화나무 뒤에 숨어있던 명의 첫 모습을 떠올렸다.
‘쟤는 뭐야?’
‘쟤요? 아, 노백 장로님께서 데려온 애라는데, 길거리를 떠돌던 애였대요. 정식 제자는 아니고, 입문하면 삼대제자가 되지 않을까요?’
이대제자들의 수련을 훔쳐보던 눈빛은 분명 부러움이었다.
자신도 저 속에 끼고 싶어 하는 눈빛.
선망.
그런 눈빛은 누구보다 유강, 자신이 제일 잘 알았다.
‘안녕? 너, 이름이 뭐야?’
처음은 도망쳤다.
다시 만났을 때 아이는 일대제자인 자신의 말에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혼이 나고 있었다.
‘괜찮아. 내가 말할게. 아까 그건 내 잘못도 있었어. 너무 혼내지 마.’
하지만 그 뒤로도 몇 번을 도망쳤다.
그 아이에게 이름을 들은 건 네 번째 물었을 때였다.
‘명.’
‘…어? 형…이라고? 부른? 거야?’
‘….’
웃기게도 그 일로 명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
나중에야 그것이 자신의 이름을 말해준 것임을 알았지만, 상관없었다.
명은, 유강의 어린 시절을 유독 떠올리게 하는 아이였다.
“…어떻게 알 수 있어? 명이를 죽인 놈.”
“손톱 밑에 누군가를 할퀸 흔적이 있었어. 그 아이를 죽인 사람, 분명 상처가 있을 거야.”
유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유순해 보이기만 했던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설화에겐 조금 더 익숙한 눈빛이었다.
* * *
다음날, 해가 서서히 질 무렵.
화산파의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후 수련도 생략한 채 모이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무슨 일 때문에 모인 것인지는 다들 짐작하고 있었다.
자주 대화를 나누진 않았어도 화산파의 제자들은 모두 명이를 알고 있었고, 그 아이가 간자였다는 사실은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으니.
일대제자들과 그 뒤의 이대제자들.
그리고 정식 입문 시기가 되지 않아 수가 적은 예비 삼대제자들이 차례로 줄지어 섰다.
잠시 후, 객원 방향에서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줄지어 나와 화산의 제자들 옆에 대열을 맞추어 섰다.
화산의 제자들은 당황한 시선으로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흘낏거렸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왜…?’
그 의문을 해결하기도 전에 본관에서 장로들이 나왔다.
화산의 제자들은 자세를 빳빳이 세운 채 장로들을 향해 섰다.
장로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심각했기에, 등장만으로도 분위기가 팽팽한 긴장으로 물들었다.
‘무학각주님은 안 계시네.’
‘하긴 그 아이는 무학각주님께서 데려오신 아이니까….’
명을 데려온 것이 노백이니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화산의 제자들은 그래서 더 궁금했다.
‘장문인도 안 계시고 장문 대리도 안 계시면 누가 제자들을 소집한 거지?’
그것도 남궁세가의 무인들까지.
‘아, 혹시….’
화산의 제자들이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있을 즈음, 본관 중앙에서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사람은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무천이었고, 한 사람은 남궁세가에서 데려왔다던 의원이었다.
그리고 그 의원이 부축하고 있는 이를 본 화산의 제자들은 일순, 술렁였다.
“누, 누구지? 설마….”
“…장문인…?”
“자, 장문인의 얼굴이 왜….”
모두들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폐관수련에 들어가 2년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던 장문인의 충격적인 모습은 화산의 제자들을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어제의 사건 탓인지, 근래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탓인지, 노운의 상태는 하룻밤 사이에 악화되어 더욱 초췌했다.
본래는 노운이 직접 화산파의 제자들 앞에 서기로 하였지만, 목소리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노운을 뒤로하고 남궁무천이 앞으로 나섰다.
“오늘 그대들을 이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나다. 그대들의 장문인을 대신하여 이 자리에 선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선 우리 남궁세가가 어째서 이 먼 화산파까지 왔는지를 먼저 말해야 할 것 같군.”
남궁무천의 말의 요지는 이러했다.
화산파 장문인의 병환을 남궁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고, 오랜 벗을 돕기 위해 남궁세가의 가주인 자신이 직접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폐관수련에 들어갔다던 장문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얘기는 화산의 제자들을 경악하게 했고, 천룡검황을 움직이게 한 두 사람의 오랜 친분은 그들을 감격시켰다.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화산의 제자들을 바라보며 남궁무천은 말을 이었다.
“지난밤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그대들도 알다시피 화산파엔 큰 위협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의 간자가 내부에 있었고, 그것을 아무도 알지 못하였으니 이는 분명 심각한 일이었다.
“하나, 현 화산파엔 그 위협에 대항하여 문파를 이끌 이가 부재한 것 역시 사실이다. 지도자가 없는 세력이야말로 작은 일로 무너지기 십상인 법이지.”
초련이 남궁무천에게 돌돌 말린 족자를 건네주었다.
“하나, 하늘이 도운 덕에 다행히 그대들 장문인의 병을 고칠 방법을 찾아내었으니. 바로 이것이다.”
남궁무천이 화산의 제자들을 향해 족자를 쫙, 펼치자, 족자에 그려진 그림이 드러났다.
뿌리는 마치 삼(蔘)과 같았고, 보랏빛 꽃과 열매가 줄기 끝에 달려 있는 약초였다.
“밤에만 꽃을 피운다는 야화초(夜华草)라는 약초이다. 이 야화초만 찾는다면, 그대들의 장문인도, 이 화산파도 건재할 수 있을 터.”
남궁무천이 족자를 다시 초련에게 건네고, 초련이 장로들에게, 장로들이 화산의 제자들에게 족자를 돌리게 했다.
“하여, 남궁세가의 무사들과 화산파의 제자들은 힘을 합하여 야화초를 찾는 일에 전념하기로 하였다. 오늘 밤 해시(亥時_21-23시) 초에 출발할 터이니, 채비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