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48화(148/319)
유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타난 이들을 바라보았다.
화산파 이대제자 다섯.
전부 유강보다 배분이 낮음에도 유강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었다.
유강은 장로인 노문의 적전제자(嫡傳弟子_적통을 이을 제자)였기에 어린 나이에 일대제자가 된 것이었다.
하룻밤 새에 갑작스레 나타난 나이 어린 사숙의 등장을 반기는 제자들은 매우 적었다.
기껏해야 이대제자들 중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하는 유강의 또래들만이 스스럼없이 그를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들의 적대심을 유강 역시 알고 있었기에 잘 지내보려 노력해 왔으나, 한 번 벌어진 간극을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익숙해진 이들이 늘어난 만큼, 불편해하는 이들은 더욱 멀어져 갔다.
지금 유강의 앞에 나타난 이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었다.
“여기서 뭘 하고 계셨던 겁니까? 약초를 찾지 않고요.”
가장 앞선 이대제자가 유강과 진영, 진예를 흘낏 보았다.
“설마, 사숙께서 저리하신 겁니까? 꼴에 사숙이랍시고 벌이라도 준 건 아니시겠죠?”
그의 말에 뒤에 선 이대제자들이 키득거렸다.
아무리 처음부터 적대시했다 해도 한 배분 위인 자신에게 대놓고 도를 넘었던 적은 없었다.
화산은 도문이고, 화산의 제자들은 도사다.
대놓고 도리를 거스르려 하지 않았을진대.
“근데 무슨 벌을 이리도 외진 곳에서 준답니까? 무슨 오해라도 받으면 어쩌시려고.”
그들의 말과 행동이 점점 더 도를 지나칠수록 유강의 표정은 굳어져만 갔다.
유강이 그들의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불쑥 가까워지는 거리에 이대제자들이 웃음을 멈추고 경계했다.
유강이 품에서 종이를 꺼내 그들 앞에 펼쳐 보였다.
“읽어봐.”
다섯 명의 시선이 종이에 적힌 글자를 확인했다. 그들의 얼굴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굳어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당혹, 당황, 놀람.
적어도 글자의 저의를 모르는 이들의 반응은 아니었다.
“이, 이걸 왜 읽어야 합니까? 사숙이라고 뭐든 하라는 대로….”
유강이 팔을 뒤로 뻗어 진영에게 종이에 적힌 글자를 보이도록 했다.
“진영아. 여기 뭐라고 적혀 있어?”
다섯 제자들의 얼굴이 눈에 띄게 요동쳤다.
“네…? 혈교…요?”
진영의 입에서 ‘혈교’라는 단어가 나올 땐 몸을 떨기까지 했다.
유강이 두려워하는 그들에게 다시 쪽지에 적힌 단어를 보였다.
“그래. 혈교. 고작 이 두 글자 읽는 게 그렇게 어려워?”
“….”
“어렵구나.”
유강이 종이를 품에 넣고 검을 뽑아 들었다.
다섯 사질들을 향해 검을 세웠다.
“너희들이 배신자구나. 솔직히 없었으면 했는데. 정말로 있었네.”
유강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시선이 검을 마주 드는 다섯 사질들을 하나씩, 하나씩, 응시했다.
“너희들, 안 봐줘.”
* * *
초절정 고수 다섯, 고작해야 절정 둘.
이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더군다나 화산의 장로들은 전부 최면에 걸려 전력으로 자신들을 죽이려 할 터.
‘오 혈주의 목적이 뭘까. 나를 죽이려는 걸까, 생포하려는 걸까.’
지금으로선 후자이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설화와 령은 등을 맞댄 채 다섯 장로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어느 방향에서 먼저 공격해 올지 알 수 없으니, 신경이 곤두선 채 긴장에 가빠지는 호흡을 가다듬던 그때.
바스락.
‘또 누가…!’
설화의 정면에서 커다란 덩치의 그림자가 불쑥, 나타났다.
초절정의 장로 다섯만으로도 벅찬 상황에 또다른 최면인이 나타난 것일까, 불안하던 때.
“여기 있었군. 싸리 빗자루. 한참 찾았다.”
나타난 이는 무학당주이자 설화의 종조부, 남궁무강이었다.
거구의 몸 곳곳에 나뭇잎을 잔뜩 붙인 채로 그가 상황을 둘러보았다.
“무슨 상황이지? 설마, 이놈들 전부 최면인가 뭔가에 걸린 거냐?”
“네. 절 노리는 것 같아요.”
“이것들이… 내 싸리 빗자루를 노렸겠다….”
그의 몸에서 콰아아아- 하며 기운이 폭발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을 뿐, 그의 경지는 초절정의 고수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이.
남궁무천의 기운이 거대한 바다와 같다면, 남궁무강은 마치 거세게 쏟아지는 폭포 같은 기운이었다.
그 엄청난 발출에 최면에 걸린 장로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돌아섰다.
콰앙-!
남궁무강이 순식간에 설화 정면의 장로를 쓰러트렸다.
– 령, 지금이야!
탓- 타탓!
설화와 령은 틈을 놓치지 않고 남궁무강의 뒤로 몸을 피했다.
“이 잡것들이….”
“조심하세요, 종조부님.”
남궁무강이 강하다 해도 같은 경지의 무인 네 명이다.
“저분들,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에요.”
“나도 안다. 최면인가 뭔가에 걸린 놈들은 자아가 없다고 들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저분들은 단순한 최면이 아니에요. 정신 자체를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남궁무강이 나타나기 전까지 저들은 공격할 수 있음에도 포위한 채 공격 태세만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공격하라는 명령을 기다리듯이.
또한 조금 전 쓰러진 장로는 남궁무강의 공격에 반격조차 하지 않았다.
그 역시, 공격하라는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듯이.
“저분들을 조종하는 놈이 근처에 있을 거예요.”
“오냐. 그럼 그놈이 여길 보고 있으렷다?”
“네. 아마도요.”
남궁무강이 목을 좌우로 우득, 우드득, 풀었다.
“여기 있는 놈들 싹 다 밀어버리면 제까짓 게 안 나오고 배겨?”
그가 제 등짝의 반만 한 대검을 훙, 훙, 휘두르며 장로들에게로 걸어갔다.
장로들 역시, 전투태세를 갖췄다.
남궁무강을 향해 검을 세우는 장로들의 기세가 이전과는 달랐다.
타닷-!
장로들을 향해 달려드는 남궁무강의 뒤로 설화가 소리쳤다.
“이번엔 맞받아칠 거예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캉-! 캉! 카캉!
전투가 시작되었다.
설화의 말대로 화산의 장로들이 남궁무강에게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흐읍!”
후웅- 캉!
남궁무강의 커다란 검이 쳐내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장로의 검이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네 명의 장로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공격을 연계했고, 그런 그들을 쓰러트리기는 쉽지 않았다.
‘어디, 어디지…?’
설화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 이 상황을 전부 지켜보고 있을 오 혈주가 근처에….
촤악-!
“뭣…!”
탓!
남궁무강이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설화가 그런 그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옷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의 피는 아니었다.
죽인 건가? 설마…!
“뭐야, 저놈은?!”
설화가 남궁무강이 바라보는 곳으로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