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49화(149/319)
* * *
“…뭐?”
굳어있던 유강의 표정이 탁, 풀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한 유강의 반응에 이대제자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네 사부, 노문 장로라고. 명을 죽이라고 지시한 사람이.”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 내가 왜 거짓말을 하지? 고작 네 이런 한심한 반응이나 보려고? 그럴 리가.”
“….”
“여기서 우리를 잡았다고 좋아했나? 우리가 잡히면 우린 노문 장로에 대해 전부 실토할 거고, 그렇게 되면 적전제자인 네놈도 무사하진 못하겠지.”
“….”
“그때에도 장로님들이 너를 어여삐 여겨줄 것 같나? 간자의 제자 따위를? 네놈의 사형제들이 지금처럼 너를 신뢰할 것 같아?”
“….”
“크크큭…. 멍청한 놈. 처음부터 너는 그 정도였을 뿐인 거다. 노문 장로가 시선을 돌리려고 데려온 놈이었을 뿐이라고.”
유강이 화산에 오기 전까지 화산에서 가장 많은 기대와 시선을 받던 이는 단연 노문이었다.
화산제일검. 매화신검, 노문.
그는 삼대제자이던 시절부터 줄곧 뛰어났으며, 뛰어났던 만큼 관심받았고, 또 그 관심과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강해졌다.
천하 10대 고수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서 화산의 이름을 드높였다.
그런 그가 데려온 천재 소년.
최연소 매화검수, 유강.
화산의 관심은 자연스레 후대를 책임질 인재에게 옮겨갔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불리었다.
‘네가 있어 한결 어깨가 가볍구나. 허허허!’
‘나는 일이 있어 잠시 본산을 떠날 예정이다.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고 어른들의 말씀을 잘 따르거라.’
‘예, 사부님.’
“…안 믿어. 배신자 말 따위. 하나도 안 믿겨.”
“크큭, 믿고 말고는 네놈의 자유지.”
유강이 검을 남자의 목에 바짝 갖다 대었다.
서늘한 검날의 감촉에 남자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명이는 왜 죽였어?”
남자가 마른침을 삼키며 유강을 올려다보았다.
“그 자식, 시킨 일을 제대로 안 했으니까. 너를 감시하라고 붙여놨는데 어느 순간부터 보고를 제대로 안 하더라고?”
“나를…? 왜…?”
“그건 나도 모르지. 노문 장로가 시킨 일을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멋대로 화산을 벗어났을 때도 제대로 보고를 안 해서 우리가 얼마나 애먹은 줄 알아? 널 다시 데려오지 않으면 우리까지 죽일 기세였다고.”
네놈이 제 발로 돌아온 덕에 그 녀석만 책임진 거지, 뭐.
남자의 말이 이어졌지만, 유강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나 때문에… 죽었다고…?’
명의 죽음은 자신 때문이었다.
자신이 몰래 화산을 나가버려서. 그것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명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아마, 그 전부터 간자의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자신이 사라진 것도 몰랐을 것이다.
죽음의 이유가 불복종이라면 유강의 탓이라기엔 어폐가 있었지만, 유강은 이 모든 것이 전부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왜 나를 감시하게 한 거지? 어째서 나한텐 최면을 걸지 않았어?’
귀가 웅웅, 울리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스스로 묻고, 또 물어도 답을 알 수 없었다.
퍼억-!
유강은 여전히 무어라 지껄이고 있는 남자의 관자놀이를 쳐서 그를 기절시켰다.
그러곤 독분이 묶인 그의 어금니를 뽑고, 손발을 묶었다.
나머지 이대제자들도 똑같이 처리한 뒤,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영아. 이 사람들 잘 지키고 있어.”
“사, 사숙… 사숙은….”
“난….”
유강이 숲 쪽을 돌아보았다.
거대한 공력의 충돌이 먼 곳에서 부수듯 산을 울리고 있었다.
“확인할 게 있어.”
진영의 입술이 달싹였다.
진예를 보살피고 있던 그녀 역시 제 사형제가 하는 말을 들었기에, 유강이 확인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말려야 하는데, 위험하다고 해야 하는데.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강이 그런 진영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다녀올게. 조심해. 혹시라도 진예처럼 너를 무작정 공격하는 사람이 있으면, 뒤통수를 후려갈겨 버려.”
그 말을 끝으로 유강은 힘의 충돌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빠르게 멀어지는 그의 모습이 어둠에 완전히 잠길 때까지, 진영은 한참이나 그를 바라보았다.
* * *
“용케, 알았구나.”
노문이 미소 지으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찌 알았느냐? 내 조심한다고 하였거늘.”
설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전 장로들과의 교전에서 노문이 오 혈주 특유의 독특한 검로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자신 역시 몰랐을 것이다.
혈주들은 이전 생에도 철저하게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며 살았으니까.
‘오 혈주 세력의 일부가 화산파의 제자들이었으니, 화산의 자멸에 오 혈주가 연관되어 있을 거라곤 예상했지만.’
노문이 바로 오 혈주였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망설이지 말 것을 그랬구나. 너를 죽일지, 이용할지 한참을 고민하였는데 말이다.”
조금 전, 장로들과의 대치가 길어진 이유인 듯싶었다.
“그냥 죽일 것을.”
장로들과 교전을 벌이며 나타난 것을 보아 끝까지 자신이 오 혈주라는 것을 숨길 생각이었나보다.
“뭐, 괜찮다. 내 이제라도 죽이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네가 화산으로 온 탓에 내 오랜 시간 들여놓은 공이 죄다 허사가 될 판이니, 수습할 시간이 그리 많지도 않다.”
오 혈주의 곁에 서 있던 세 명의 장로들이 움직였다.
장로들은 오 혈주의 앞으로 나와 설화가 있는 방향으로 검날을 세웠다.
“누구 맘대로!”
남궁무강이 설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놈! 어디서 봤나 했더니! 몇십 년 전 형님께 두들겨 맞던 화산파 제자로구나!”
노문의 눈썹이 꿈틀, 떨렸다.
“…뭐라?”
“문파가 더 강하다느니, 뭐니! 헛소리만 늘어놓고 다짜고짜 덤벼들던 놈 맞지? 그래! 내가 네 놈의 얼굴은 기억하지! 내가 본 한심한 놈 중 제일이었거든!”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군. 걱정하지 말거라, 넌 내가 친히 목숨을 거두어 줄 터이니.”
노문이 설화를 바라보았다.
“남궁에서 보인 무위가 전부는 아니렷다?”
“!”
“오늘은 살고자 한다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노문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세 명의 장로가 설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콰앙-! 캉! 카강!
남궁무강이 그중 둘의 검을 막고, 설화가 한 장로의 검을 흘려보냈다.
장로들의 무위가 자신을 한참 웃돌았기에 정면으로 받아칠 수는 없었다.
카각- 카앙!
령 역시 전투에 가세했다.
두 명을 남궁무강이, 한 명의 장로를 설화와 령이 가까스로 받아내는 상황이 되었다.
“말하지 않았더냐.”
일순간, 노문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남궁무강의 눈앞에 나타났다.
“내 친히 목숨을 거두어 주겠다고 말이다.”
눈 깜빡할 새도 없이 노문의 검이 무강의 목으로 쇄도했다.
“!”
피할 생각조차 못 한 순식간이었다.
화경의 경지와 초절정의 격차는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