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_2
일화는 침상에서 내려와 검을 집어 들었다.
스릉―
검 뽑는 소리와 함께 은색 날이 부연 연기 속에서 번득였다.
그녀의 검에 하얀색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아직은 아무런 색을 띠지 않는 순수한 내력의 기운이었다.
“아가씨, 필요한 것이 있으신가요?”
일화의 고개가 문 너머로 향했다.
조금 전 소리를 듣고 온 시비의 그림자가 문 너머로 아른거렸다.
일화의 검이 우웅, 웅, 떨리기 시작했다.
* * *
“좀 부드럽게 말해 주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한답니까?”
가주전 집무실.
벌써 두 시진째 섭무광은 남궁무천에게 툴툴대고 있었다.
“그 꼬맹이가 아무리 어른스럽다고 하지만, 그 속까지 어른은 아니지요. 제 가족 만나겠다고 가문까지 찾아온 애한테 좀 더 따뜻하게 말할 수 있잖소?”
“음.”
남궁무천이 팔짱을 낀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침음했다.
“비풍검. 이제 그만하시오.”
총관 남궁문이 섭무광을 말렸다.
“가주님을 보시오. 딱 봐도 충분히 따뜻하게 말씀하셨다는 반응이시잖소?”
남궁무천이 눈을 뜨고 총관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총관이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노려보셔 봤자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전음 드릴 때 들으시지 그러셨습니까.”
남궁무천의 눈썹이 설핏, 찌푸려졌다.
천객원에 가서 손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이 둘은 천객원 지붕에 앉아 얘기를 엿들었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어찌나 훈수를 두던지.
나중엔 귀찮아서 연못가 전체에 기막을 쳐 버렸다.
“거기서 내기는 왜 끌어 올리신 겁니까? 이 할아버지가 이렇게 강하다, 뭐 그런 건 아니셨겠지요?”
“큼, 흠!”
정곡을 찔린 남궁무천이 괜스레 헛기침했다.
“내 손녀가 불안해하길래 안심시켜 준 것뿐이다.”
“그게 그런 방법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안심은커녕 지레 겁이나 먹겠더만….”
“일거수일투족 일러바치는 네놈이 할 말은 아니지.”
“스읍….”
섭무광도 괜스레 시선을 피했다.
아이의 감시는 가문에 도착할 때까지만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외당 연무장과 의약당에서의 일을 가주에게 일러바친 꼴이 된 그였다.
“하면 어째요! 그 작은 것이 위험하다는데! 형님 손녀가 죽을 때까지 입 다물고 있어야 했소이까?”
다급한 순간엔 남궁무천에게 형님이라 부르는 섭무광의 버릇이 튀어나왔다.
“형님이 의약당에서 걔를 봤어야 했습니다! 꼬맹이 눈빛이 무슨…!”
그 순간이었다.
“…!”
섭무광의 말이 멎고, 남궁무천이 퍼뜩, 시선을 들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섭무광의 말에 고개만 주억이던 총관 남궁문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가 돌아보았을 땐 남궁무천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남궁문이 어느새 서 있는 섭무광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오?”
“피 냄새요.”
“…!”
“천객원으로 오시오. 검대 하나는 끌고 와야 할 거요.”
“천객원…!”
남궁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섭무광 역시 그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활짝 열린 창문의 창사만이 밤바람에 휘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