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5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51화(151/319)
* * *
저벅.
섭무광은 제 앞에 나타난 이들을 바라보았다.
검은 옷을 입고 우르르 몰려든 이들의 얼굴엔 긴장이 역력했다.
가장 앞선 이의 얼굴을 확인한 섭무광의 눈썹이 설핏, 구겨졌다.
구면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분명 이 얼굴을 본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대체 어디서….
“그쪽이 풍뢰신이오?”
남자의 목소리를 듣자 그를 어디서 보았는지 퍼뜩, 떠올랐다.
“…흑운방(黑雲幫)주…?”
“나를 아는군.”
알다마다.
꼬맹이를 처음으로 본 곳이 아니던가.
꼬맹이 혼자서 한바탕 뒤집어 놓고 대환단까지 훔쳐 나오던 방파가 분명, 흑운방이었다.
어떤 멍청한 놈들이 어린애 하나한테 쩔쩔매는지, 이름도 안 잊어먹었다.
이놈들이 어째서 여기에…?
“하면, 얘기가 빠르겠소.”
흑운방주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섭무광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것을 본 섭무광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흑운방주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붉은 매듭 장식이었다.
자신이 꼬맹이에게 선물로 주었던 검에 매달아 준 것과 같은 모양의.
“이것을 보여주면 알 거라 하시며 그분께서 내어준 것이오. 우리에게 풍뢰신을 도우라 하셨소.”
“….”
섭무광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흑운방도들은 자신을 도우려고 여기 왔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설화의 명에 따라.
“하.”
기가 찬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믿을 수 없다.
대체 자신이 이곳으로 올 줄 어찌 알고 사람을 보내놓는단 말인가.
독단도 마찬가지다.
그 상황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아무리 머리가 좋은 꼬맹이라곤 하지만,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의 현안이지 않은가.
하나, 그 덕에 살았구나.
“…제자 복 하나는 기가 막히는군….”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거짓말처럼 온몸의 힘이 스르륵, 빠져갔다.
“어엇…!”
눈앞이 어두워졌다.
섭무광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설화는 이전 생에 섭무광이 죽었던 곳으로 흑운방을 보내놓았다.
흑운방에는 화산파로 들어가기 전, 독분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나갔을 때 직접 다녀왔다.
도움을 얻지 못하면 협박이라도 하려 했는데, 흑운방은 의외로 순순히 따라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흑운방주의 시선에서 깊은 경외심마저 느껴진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무사히 만났을까?’
그 전에, 독환은 먹었을까.
준비는 했지만, 결과는 섭무광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터.
그나마 설화를 안심케 한 것이 바로 휘월의 등장이었다.
“소루주님… 드디어 미친 거예요? 어떻게 내가 반가울 수 있어요?”
이전 생에 휘월은 섭무광을 죽인 것을 자랑인 양 떠들고 다녔다.
실혼인이 된 제 수하들에게서 겨우 도망친 섭무광을 끝까지 뒤쫓아가 숨통만 끊어놓았던 주제에.
정작 혈마는 그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남궁에 속한 모든 이들을 설화의 손으로 죽이길 원하던 그였기에, 설화가 아닌 칠월이 단독으로 움직인 것을 언짢아했다.
‘제 눈앞에서 다른 월의 손에 죽어가던 칠월을 보고도 조치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이었지.’
섭무광을 죽인 일로 칠월은 혈마의 눈에서 완전히 벗어났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전 생엔 섭무광의 뒤를 쫓았던 칠월이 제 눈앞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명이라는 아이에게 모란을 쥐어놓은 것도 네 짓이구나.”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요?”
“오 혈주가 그런 유치한 장난이나 칠 사람은 아니니까.”
“역시 소루주님… 오 혈주님이 어떤 분인지까지 알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오 혈주님이 화산제일검이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는데. 아, 물론 이건 비밀이에요. 내가 여기 온 건 오 혈주님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휘월은 여전히 독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전 생과 달라진 점이라면, 그녀의 관심이 섭무광이 아닌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 오 혈주가 알게 되어도 전혀 상관없을 거야. 어차피 너는 오늘 내 손에 죽을 거니까.”
“그 몸으로요? 소루주님, 겁이 참 없으시네요. 그런데요, 죽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소루주님이지 않을까요?”
휘월이 검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눈매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설화는 고개를 들어 하늘의 달을 올려다보았다.
달빛이 환하게 자신을 비추고 있었지만, 휘월이 있는 곳엔 우거진 나무가 가득하여 달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둠뿐이었다.
설화는 발에 힘을 실었다.
땅을 박차고 어둠 아래 선 휘월을 향해 튀어 나갔다.
휘월이 미소 지으며 여유롭게 검을 들었다.
그러나 그 여유로움은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쉭- 후웅-!
설화가 검을 휘둘렀다.
쿵! 쿠웅-!
설화가 휘두른 검에 휘월의 근처에 있던 나무들이 쓰러졌다.
“무, 무슨…!”
휘월이 눈에 띄게 당황하며 쓰러진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설화는 그런 그녀를 응시하며 계속해서 그녀 주위의 나무들을 베어냈다.
쿵! 쿠웅! 쿵!
설화의 검에서 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났다.
공력을 실은 검은 나무를 두부처럼 썰어버렸다.
설화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나무들이 하나, 둘, 쓰러졌다.
그렇게 휘월의 주위를 돌며 나무를 베던 설화는 어느 순간 한 나무의 위를 올려다보았다.
“찾았다.”
탓, 타닥-!
설화가 빠르게 나무를 밟고 올라갔다.
“아, 안돼!”
휘월이 뒤늦게 그녀의 뒤를 따랐고, 이내 카앙-!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위에서 누군가가 튕겨 나왔다.
미처 착지할 자세를 잡지 못한 그가 달려오던 휘월의 앞에 떨어졌다.
휘월이 다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바스락.
나뭇잎이 스쳤다.
두 사람은 나무 위에 선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설화를 올려다보았다.
화오루의 소루주.
어리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화오루 제일의 살수(殺手).
타악!
나무에서 뛰어 내린 설화가 두 사람 앞에 섰다.
휘월, 그리고 휘월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여자를 바라보았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인가? 영월(影月).”
구(九) 혈패의 주인.
칠월인 휘월과 쌍둥이이자, 휘월의 그림자처럼 움직여서 영월이라 불리는 월이다.
“어떻게… 안 거지…?”
“우리가 둘이라는 걸?”
“그것뿐만이 아니야.”
“우리가 싸우는 방식도 알고 있잖아.”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이 말하는 듯이 번갈아 말했다.
생긴 것도, 목소리도, 입은 옷마저 비슷하여 정말로 한 사람과 그 그림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