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5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54화(154/319)
설화의 눈썹이 설핏, 찌푸려졌다.
시험?
이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이 존재의 경지 역시 자신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다는 것 또한.
때문에 이 제안이 자신에겐 다시 없을 기연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나.
“안돼.”
[!]오 혈주와의 교전이 끝났는지, 화산의 제자들이 살았는지, 남궁의 무력대와 섭무광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직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이리도 위태로운 순간에 정체 모를 것에게 이끌려 휘둘릴 순 없었다.
“네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서 날 여기서 내보내 줘. 나는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어.”
[내 시험을 통과하면 큰 것을 얻게 될 수도 있다.]“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말도 없이 사라지면 걱정할 사람들이 많아.”
이전 생의 자신이었다면 고민하지 않고 시험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럴 수 없었다.
“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 순 없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누군가는 그것을 족쇄라 할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의 설화에겐 그들이 바로 그녀를 살게 하는 이유였다.
[아까부터 내 영역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는 놈들이 찾는 이가 너였군.]“!”
나를 찾고 있어?
“남궁의 사람들이야?”
[그러고 보니 창천의 기운을 가진 이들이군. 한 놈은 제법이야. 화경쯤 되려나?]할아버지다.
남궁무천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은 오 혈주와의 전투가 이미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남궁무천이 무사하다는 것은, 전투의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뜻이고.
‘다행이야. 잘 끝났구나.’
[저들은 걱정하지 말거라.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어떤 놈이 갔으니. 간 김에 네가 잘 있다고 전해주라 하지.]“….”
[이제 걸릴 것은 없으니, 다시 한번 묻겠다. 시험을 받거라. 힘이 필요한 네게는 나쁘지 않은 제안일 터인데.]“!”
[너희들이 내 영역에서 벌인 싸움을 보았느니라. 혈기를 다루는 놈들도 오랜만에 봐서 꽤 흥미로웠지.]“그 힘에 대해…알아?”
[대답을 듣고 싶으면 시험을 받거라.]“….”
거대한 존재는 협조적이면서도 일정 이상의 것을 답해주지는 않았다.
호기심은 갖고 있되 설화를 신뢰하진 못하는 반응이었다.
설화는 고민했다.
오 혈주와의 전투가 끝났다.
할아버지에게도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하였으니, 괜찮지 않을까?
[나는 아무에게나 이리 기회를 주지 않는다. 몇천 년간 내 흥미를 동하게 한 인간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
[이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너는 다시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영물(靈物)인가? 아니면, 신물(神物)?
인간과 소통할 정도의 영(靈)을 가지고 있을 정도라면 정말 오랜 시간을 존재했다는 것인데.
‘힘이라.’
설화의 마음을 동하게 한 것은 그에 있었다.
이번 화산에서의 일을 통해 설화는 깨달은 바가 있었다.
‘벌어질 일에 대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남궁세가의 힘을 기르는 것도, 화산의 자멸을 막는 것도, 전부 몇 년 뒤 벌어질 혈교와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혈교와의 전쟁에서 정파 무림의 세력이 쉬이 무너지지 않도록 기틀을 다잡아 전력 상실을 막은 것이다.
그러는 도중 우연히 육 혈주를 죽이고, 오 혈주의 세력 역시 약화시켰다.
그 모든 일들을 겪어보니 알겠다.
내실을 다지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반격해야 해.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혈교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혈교가 정파 무림 세력에 숨어들어 근간을 흔들려 하는 것처럼, 혈교 세력의 주축이 될 이들을 지금부터 포섭하여 혈교의 근간을 흔들어 놓아야 한다.
혈교가 무림에 막 활동하기 시작할 때에 혈교의 주축이 되었던 이들은.
‘흑도.’
사파였다.
정파 무림을 무너트리기 전, 혈교라는 이름을 포교하고 세력 확장의 기틀을 마련한 이들.
‘크고 작은 흑도 방파들과 수로채, 녹림, 그리고 하오문.’
겉으로 보기엔 백도 정파를 중심으로 무림의 질서가 움직이고 있다곤 해도, 결코 흑도 사파 세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혈마는 그것을 주의 깊게 보았고, 그들을 이용하여 세력을 확장했다.
이번 생엔 반드시 그것을 막아야만 한다.
‘흑도 사파 세력이 혈교에게 복속되지 않도록 하려면….’
“정말 내게 힘을 줄 수 있어?”
[물론이다.]“지금의 나보다 강해질 수 있어?”
[너는 너를 강하다고 생각하느냐?]아니.
강하지 않다.
아무리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그것은 ‘열세 살치고’일 뿐.
지금의 자신은 100대 고수에도 들지 못하는 약한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혈마를 이기려면….’
더욱 강해져야 한다.
모두가 자신을 기이하게 여길 정도로 강해진다 하더라도, 더 빨리, 더 강해져야만.
‘모두를 지킬 수 있어.’
그런 의미에서 한층 더 강하게 해주겠다는 이 존재의 제안은 설화에겐 기연이었다.
이 시험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아. 내가 뭘 하면 돼?”
[현명한 선택을 하였구나.]그 순간, 설화의 눈앞에 푸른 하늘로 뒤덮인 들판이 펼쳐졌다.
어디선가 까르륵, 웃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설화의 눈앞엔 웅장한 장원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너의 심상(心象)이다.]설화는 그 거대한 장원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자신의 집, 남궁세가였다.
[너는 너의 본질(本質)을 마주하거라. 그것이 나의 시험이다.]* * *
탓- 타다닷-
화산의 일대를 뒤지며 설화의 흔적을 샅샅이 찾던 남궁무천이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한 곳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눈 깜박하는 사이에, 그 자리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남궁무천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닫혔다.
그가 제 앞에 선 이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남자는 뒷짐을 진 채로 남궁무천의 인사를 받기만 할 뿐, 마주 굽히지 않았다.
“오랜만이로군. 천룡검황.”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구양도(九陽刀) 어르신.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내 이곳에 머문 지 꽤 세월이 흘렀지. 천하가 시끄러워 숨어 지냈네. 그간 자네도 꽤나 늙었군.”
“….”
“손녀를 찾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