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5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55화(155/319)
* * *
장로 둘, 일대제자 다섯, 이대제자 여덟이 죽었다.
남궁세가의 무인들 역시 세 명이 죽었다.
죽은 이들의 장례는 미뤄졌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최면술의 잔재가 남아 있는 이들을 우선 치료하기 위함이었고, 사실은 미처 찾지 못한 간자를 마저 색출하기 위함이었다.
그 대신 화산파 곳곳에 사망자들을 위한 추모의 불이 지펴졌다.
봉화는 낮에도, 밤에도 불을 밝혀 죽은 이들의 넋을 기렸다.
화산파의 제자들은 의관을 정제하고 소리를 죽였으며, 함부로 웃고 떠들지 않았다.
이번 일은 어린 제자들에게도, 나이 많은 장로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유강의 도호를 명부에서 지우고 무공을 폐하여 내쫓아야 합니다! 그 아이는 노문이 데려온 아이가 아닙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 리 없습니다!”
“동의합니다. 그 아이의 무재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가르친 이가 문파를 배신한 이이지 않습니까. 올바른 길로 이끌었을 리 없습니다.”
“하나, 그 아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네. 그 아이가 구한 제자들도 있지 않은가. 유강에게까지 죄를 묻는 것은 과합니다, 장문인.”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무공까지 폐하여 내쫓는 것은 과도한 처사입니다.”
노운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어느 쪽의 의견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
화산의 자랑이자 기둥과도 같았던 노문의 배신은, 사형제로서 오랜 시간 함께 동고동락해 온 장로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런 이가 데려온 아이가 유강이다.
유강이 이번 일에 직접 관여 하지 않았더라도 스승이 지은 죄가 크니, 그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 또한 죄라 할 수 있음이다.
하나.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남궁세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을 걸세.”
남궁세가가 도움을 주었기에 이번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던가.
“그 아이를 남궁세가에 보낸 것이 나일세. 스승의 죄가 크다 하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은 제자인 그 아이의 공이 아니겠는가.”
노운은 결코 유강에게 죄를 물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노운이 보기에 지금 가장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은 유강 본인이었다.
“그 아이에겐 죄를 묻지 않겠네. 다만, 근신을 내리고 매화검수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하겠네.”
장문인의 결정이다.
모든 이들이 결정에 만족하진 않았지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현명한 처사였다.
장로들은 화답으로 장문인의 뜻에 동의했다.
무학각주 노백을 경질하고 일대제자 유강의 배분 강등과 매화검수의 자격 박탈.
그것이 장로회의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 * *
“이리되었으니 너무 섭섭지 말거라. 내 최대한 너의 입장을 배려해 주려 노력하였으나, 문파와 그자를 사형제로 두었던 장로들의 입장이 있어 이것이 최선이었다.”
노운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자했다.
처벌의 내용을 전하고 있는 자리임에도 결코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다.
유강은 노운의 말대로 그와 장로들이 얼마나 자신을 배려하고 있는지 알았다.
하나.
“화산을 떠나겠습니다.”
유강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노운과 곁에 앉아있던 장로들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어라 하였느냐?”
“제 발로 화산을 떠나겠다 하였습니다. 장문인과 장로님들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어쩌면, 제 사부였던 그자가 이미 변하였던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유강아.”
노운이 황급히 그의 말을 막으려 했다.
유강에게 이보다 더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장로들도 있는 자리이다.
말을 잘못 꺼냈다간 자칫 겨우 가라앉힌 그들의 화를 부추길 수 있었다.
“지금은 감정이 동하여 좋지 않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니, 하려는 이야기는 내 후에 듣도록 하마.”
그러나 유강은 고개를 저었다.
노문이 도망치고, 사태가 어느 정도 소강된 후 화산을 밤낮으로 밝히는 봉화를 보며 유강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정말로 몰랐던가?’
그가 이상했던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
‘아니, 적어도 위화감은 느끼고 있었어.’
무공을 가르쳐준다고 데려가선 잠시 일이 있다며 자주 자리를 비웠다.
사형제들을 데려오라 하여 자신에겐 수련을 시켜놓고 따로 독대하거나, 그의 기운에선 때때로 기분 나쁜 기운이 섞여 있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남궁세가에서의 일도 이상했다.
‘어째서 제게 남궁 소저와의 비무를 맡기셨습니까? 제가 남궁 소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사부님께선 알고 계셨잖습니까.’
그 질문에 무어라 답하였더라.
‘얼마나 성장하였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그땐 그것이 자신의 성장을 말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을까?
사부가 궁금했던 성장은 남궁 소저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저는 분명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나 더 알려고 하지 않았고, 그것이 결국 사형제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때, 이상함을 느꼈던 그때.
한 번이라도 더 물어보았다면.
조금이라도 그를 의심하였더라면.
봉화는 지펴지지 않았을 것이다.
존경하는 장로님들과 사랑하는 사형, 사저 그리고 사질들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화산은 좋은 곳입니다.”
진심으로 좋은 곳이고, 그런 화산을 사랑한다.
“모두가 저를 걱정해 주고 계신 것을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사형제들 누구 하나 그에게 노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장문인과 장로들뿐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기분을 배려해 주고, 챙겨주려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남아 있기가 힘듭니다.”
그런 화산을 누구보다 아끼기 때문에, 유강은 더욱 괴로웠다.
끝내 자신에겐 손끝 하나 대지 않은 노문의 의중을 알고 싶었고, 그 괴리가 이미 죽어버린 사형제들에게 미안했다.
그렇기에 결정했다.
“화산을 떠나겠습니다.”
굳은 결심으로 다져진 유강의 표정에 노운은 무슨 말로도 그를 말릴 수 없음을 직감했다.
호법각주 노현이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본문을 떠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느냐?”
매화검수였던 유강은 화산파 무공의 절학을 배웠기에 명부에서 이름을 지운다 하여 끝날 일이 아니었다.
이미 가르친 무공을 빼앗을 순 없으니 단전을 폐하여 내쫓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쌓아온 내공을 전부 잃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도 괜찮다는 말이더냐?”
“예.”
“다시는 단전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예.”
“찾아와 빌어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예.”
“그리하여도 번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번복하지 않겠습니다.”
“….”
호법각주는 유강을 예뻐하던 장로들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겁을 주면서까지 말리려 했지만, 유강은 끝내 제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