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5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56화(156/319)
“설화야.”
남궁무천이 설화를 향해 팔을 뻗었다.
청운의 품에서 내려온 설화는 도도도도 달려가 할아버지의 품에 쏙, 안겼다.
남궁무천이 허허, 웃으며 설화를 번쩍 안아주었다.
“왜 이리 가벼운 것이냐. 내 분명 많이 먹으라 하지 않았더냐? 병아리만큼 가볍지 않으냐. 대체 언제 클 것이더냐.”
지금의 나이가 고작 네 살이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가 네 살을 들어 올리면 병아리같이 가벼운 건 당연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인상을 찌푸렸는지, 남궁무천이 허허, 웃으며 설화의 미간을 꾸욱, 눌렀다.
“그래, 그래. 네 마음대로 크거라. 이것저것 다 해보며 천천히 크거라. 그것 또한 나쁘지 않겠다.”
“녜.”
어린아이의 발음은 엉망이었다.
이것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얼결에 말을 내뱉고 난 후 설화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민망함에 고개를 돌리는데, 총관의 손에 어린아이용 목검이 들려있는 것이 보였다.
“어?”
설화가 목검을 가리키자, 남궁무천이 몸을 돌려 총관을 향해 섰다.
“웬 목검입니까, 아버지?”
“지난번에 설화가 무력대원의 검을 보여달라 떼를 썼다 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목검을 준비하셨다고요…?”
청운이 황당한 듯 말했다.
“설화는 이제 고작 네 살입니다.”
“나도 그 나이부터 검을 잡았다. 미리 가까이해서 나쁠 것은 없지. 그리고 아이가 관심을 갖지 않느냐?”
그것이 사실인지, 설화는 목검을 향해 바둥거리고 있었다.
남궁무천이 설화를 내려주며 말했다.
“총관. 그것을 설화에게 주게.”
“아버지, 아이가 다칩….”
“애들은 다치면서 크는 거지. 자아, 설화야. 마음껏 휘둘러 보거라.”
말은 그렇게 해도 목검은 여기저기 뭉툭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목검이 아니라 두툼한 몽둥이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설화는 양손으로 목검을 쥐었다.
‘꽤 무겁네. 이 몸으로는 목검을 쥐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어색해.’
너무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지.
그냥 가볍게 휘둘러만….
“?!”
휙, 휘두르는데, 제힘에 못 이겨 몸이 빙그르르, 돌아갔다.
“앗…!”
넘어지려 하는 설화의 어깨를 남궁무천이 붙잡아 막아주었다.
졸지에 빙글빙글 돈 탓에 눈앞이 어지러웠다.
어른들은 그런 설화를 보며 귀엽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문득 시선을 돌린 곳에 서 있던 섭무광이 팔짱을 낀 채 그런 설화를 보며 픽, 웃음을 흘렸다.
“….”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올랐다.
이건 자신이 검을 못 다루기 때문이 아닌데.
이 비루한 몸뚱어리 때문인데!
설화가 목검을 들고 걸어가 섭무광의 종아리에 있는 힘껏 휘둘렀다.
“어이쿠.”
…이건 아니다.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비루한 몸뚱어리.
설화는 검을 집어 던지곤 총관을 홱 돌아보았다.
총관과 섭무광은 서로 지는 것을 싫어하지.
이것만큼은 확실히 안다.
총관을 향해 걸어간 설화는 다짜고짜 그를 향해 팔을 뻗었다.
“통관 할찌! 나! 아나!”
총관의 눈이 동그랗게 올라갔다.
그러나 이내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설화를 안아주었다.
“우리 아가씨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든지요-하하하하!”
총관이 봤소? 라는 눈빛으로 섭무광을 바라보았다. 섭무광의 구겨지는 표정을 보며 설화는 뿌듯해졌다. 그러다 문득.
‘…뭐 하고 있는 거지.’
어른들의 기특하다는 웃음에 둘러싸인 채 어리광을 부리는 제 모습이 황당했다.
이것도 그 ‘시험’의 일부인 건가?
시험이라는 게 이렇게 태평해도 되는 거야?
“불편해 보이는구나. 이리 오거라.”
설화는 다시 남궁무천에게로 옮겨졌다.
남궁무천이 설화의 부루퉁한 볼을 한 손으로 살짝, 누르며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다. 검은 차차 배우면 되는 것이다. 굳이 검이 아니더라도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이 할아버지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마.”
그의 시선은 익숙했다.
자신을 향한 신뢰가 가득 담긴 시선이었다.
아니, 이제는 이 시선이 무엇인지 안다.
이건, 사랑하는 이를 바라볼 때의 시선이다.
“너는 건강히 잘 자라기만 하거라.”
남궁무천이 머리를 쓸어주었다.
그의 손길이 따뜻했다.
* * *
환상 속에서의 나날은 행복으로만 가득한 하루하루였다.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던, 어떤 행동을 하던, 돌아오는 것은 사랑과 넘치는 애정뿐인 시간이었다.
이것은 제가 잊고 있던 기억일까.
아니면, 바람일까.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설화는 서서히 깨달았다.
‘이 환상은 내 미련이야.’
시험이 끝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시험을 끝내지 않는 것이다.
이곳에서의 삶이 너무나도 행복하여서.
과거이든 바람이든, 사랑하는 이들과 행복하게 웃을 수만 있는 이 시간에 더 머물고 싶어서.
미련이 남는다. 이곳에.
조금만 더 머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 편안함에, 따뜻함에 안주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우리 딸, 오늘 하루 어땠어? 재미있었니?”
침상에 누운 채로 설화는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이제야 조금 기억에 새겨질 듯한 엄마의 아름다운 얼굴을 눈에 가득 담았다.
이 환상을 끝내기로 한 이상 오늘 잠에 들면, 다시는 엄마를 보지 못할 것이다.
깨어나면 엄마의 얼굴은 또 다시 잊히고 자신은 이 미소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잠에 들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이곳에 남고 싶었다.
마주 잡은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가 조금 놀란 눈으로 맞잡은 손을 바라보았다.
“음? 엄마 가지 말라고?”
그래 봤자 미약한 힘이겠지만 더 꽉, 힘주어 쥐었다.
그러자 그녀가 싱긋 웃으며 설화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대었다.
“걱정하지 말렴. 설화가 잠들 때까지 엄마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우리 설화가 잠에 들고 달콤한 꿈을 꿀 때도 이 엄마는 곁에 있을 테니.”
그녀가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그 말은 이내 음률을 타고 잔잔한 노랫가락으로 이어졌다.
“우리 아가 편히 자렴. 엄마 곁에 누워 편하게 잠에 들렴. 우리 아가 잘 동안은 나쁜 일도 무서운 일도 없을 테니, 모두 잊고 즐거운 꿈만 꾸렴.”
그 순간, 어렴풋이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의 흥얼거림이, 속삭임이, 제 가슴을 토닥여 주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아가 편히 자렴, 예쁜 기억만 남기고 나쁜 기억은 전부 잊어버리렴.”
이 노래는, 어린 시절, 엄마가 자신에게 자주 불러주던 노랫가락이었다.
무섭다고 칭얼거릴 때마다, 슬픈 일이 있었던 날마다, 즐거운 하루의 끝마다….
제가 잠들 때마다 곁에 있어 주었던 엄마가 불러주던 노랫가락이었다.
기억의 물꼬가 트이니 잊고 있던 기억들이 물밀 듯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 아가, 설화야. 사랑한다.’
매일 같이 속삭여 주던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어루만져 주던 부드러운 손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