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5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57화(157/319)
설화는 제 눈앞에 둥둥 떠 있는 구슬을 바라보았다.
구슬에선 알 수 없는 신묘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내력의 정수이다.]내단인가?
영물은 모두 내단을 가지고 있다.
그 내단을 먹으면 엄청난 공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하나, 영물을 발견하는 것조차 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기에 평범한 무인은 꿈도 꾸지 못할 기연.
그런 설화의 눈앞에 내단이 떠 있었다.
영물 중에서도 제일이라 부르는 이무기의 내단이.
하지만 이걸 자신이 먹으면 이무기는 공력을 전부 잃고 죽는 것이 아닌가?
설화가 이무기를 바라보았다.
이무기가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이것은 내 편린이니. 네가 이것을 취한다고 하여 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라.]그렇구나.
하기야 이무기나 되는 영물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내단을 내어줄 리 있나.
이무기의 말이 이어졌다.
[인간에게는 세 개의 단전이 있다. 배꼽 아래 세 치 되는 곳이 너희들이 주로 사용하는 하단전(下丹田)이다. 또 다른 두 개는 강궁(絳宮_심장)의 중단전(中丹田)과 수해(髓海_뇌)의 상단전이다.]세 개의 단전에 대해선 설화 역시 들어본 바 있었다.
하단전과 전신의 세맥, 생사현관이 전부 뚫리면 화경의 경지에 이르고 더불어 중단전이 뚫리면 현경의 경지에 이른다 하였다.
설화가 예상하는 혈마의 경지가 바로 그 현경의 경지였다.
환골탈태를 이루어 겉모습이 젊어지고, 손을 대지 않고도 검을 움직여 검법을 펼치는 경지.
손꼽히는 화경의 고수인 남궁무천을 아득히 뛰어넘는 경지.
설화가 아는 한, 천하에서 가장 강한 이.
그런 이조차도 상단전까진 열지 못하였을진대.
[내 공력을 너의 상단전에 채우겠다.]상단전에 공력을 넣겠다고?
[넌 상단전을 여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니, 그동안 내가 너의 단전을 사용하겠다는 말이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
열리지 않은 상단전을 사용하겠다는 것이?
[나의 공력은 네가 가진 공력과 성질이 달라 이대로 나의 힘을 받아들이면 필시 주화입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하니, 네가 나의 공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상단전에 두겠다는 말이다.]어둠을 기반으로 하는 이무기의 힘은 설화가 받아들이기에 기운이 짙어 청명한 남궁의 기운과 섞일 수 없었다.
설화가 이무기의 기운을 제 것으로 만들 만큼 경지가 높으면 괜찮겠지만, 지금은 이무기의 힘이 바다라면 설화는 호수에 불과했다.
때문에 되려 설화의 힘이 잡아먹혀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기에 상단전을 이용하겠다는 말이었다.
[너는 상단전에 담긴 나의 공력을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곧 네가 되어 나의 힘을 빌려주도록 하마.]“네가 내가 되겠다고?”
[너와 같이 다니며 너의 손발이 되어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힘을 받아들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이무기의 말처럼 지금 당장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무기가 자신이 되어 대신 힘을 써 준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한 가지는 알 수 있겠다.
자신이 이무기의 편린을 취한다면 이무기는 자신과 항상 같이 있게 될 거라는 것.
[천문(天門)이 열릴 정도가 되면 그 또한 자연스레 다스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하니, 그때까지 내 힘을 쓰고 싶다면 상단전을 이용할 수밖에.]이무기와 항상 함께 다녀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지금의 설화에겐 그마저도 절실한 것이었다.
혈공을 익힌 지난 생과 다르게 정도를 밟아 정파의 내공을 쌓으려 했으나, 정파의 무공은 예상대로 성장이 느리다.
이무기의 힘은 성장이 더딘 본가 내공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터였다.
“좋아.”
[나의 정수를 취하거라.]설화가 제 앞에 떠 있는 이무기의 편린을 쥐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입에 털어 넣었다.
이무기의 편린은 설화의 입속에서 순식간에 녹아 사라졌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다음은 내게 맡기거라.]일순 찌잉- 하는 날카로운 두통이 설화의 관자놀이를 관통했다.
“!”
머릿속을 찌르는 듯한 통증.
통감이 둔한 설화조차 짧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고통이었다.
[정신을 놓지 마라. 주화입마에 빠질 것이다.]그런 건… 먼저 말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흑….”
말아쥔 주먹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설화는 천천히 호흡하며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콰아아아-
무언가 거대한 것이 백회혈을 중심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암흑의 기운이었다.
항상 하단전의 내공을 움직여 공력을 순환시키던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제게 저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득한 감각.
제 단전이지만 손으로 잡히지 않기에 제 것이 아닌 느낌이었다.
콰아아아….
그곳으로 이무기의 막대한 공력이 서서히 채워지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공력이었다.
* * *
간자 색출과 최면술을 완전히 없애기까지는 이레의 시간이 걸렸다.
죽은 이들의 장례가 끝나고 유강은 약속했던 대로 단전을 폐했다.
장문인 노운과 여러 장로들이 그를 불러 여러 번 말렸으나, 유강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단전을 폐하고, 몸이 회복되기까지는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였지만, 유강은 이레 만에 화산을 떠났다.
“몸이 회복된 후에 떠나도 된다. 사형제들에겐 바란 대로 근신 중이라 말해놓았으니, 몸이 준비되면 천천히 떠나지 그러느냐?”
“아닙니다. 명부에서 제명된 이이니, 이제는 객이 아닙니까. 몸이 회복되어 거동에 불편함이 없으니 이제 그만 떠날까 합니다.”
“어디로 갈지 정하였느냐?”
“정해진 목적지는 없습니다. 하나, 이전과 같이 그저 정처 없이 떠돌지는 않을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혹, 네 사부를 쫓으려 하느냐.”
“….”
노운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강이 끝내 본문을 떠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을 때부터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그의 말대로 화산에 남기가 괴로운 것도 이유일 테지만, 그의 눈빛은 포기한 자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악에 받친 자의 눈빛에 가깝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