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5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58화(15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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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는 화산의 일이 정리될 때까지 화산에 남아 있었다.
최면술을 없애지 못한 제자들의 최면술을 풀기 위해선 남궁무천이 필요하기도 하였고, 이번 일로 죽은 남궁 무사들의 장례를 화산에서 함께 치를 수 있도록 화산의 장로들에게 부탁받았기 때문이었다.
남궁세가 덕에 위험을 모면하고 장문인의 병을 고쳤으니 남궁세가는 화산에게 있어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은혜를 입은 입장으로, 화산은 남궁세가에게 최대한의 예를 갖추었다.
일이 있기 전 두 세력을 구분 짓던 문파와 세가의 갈등 따위는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유강은 남궁무천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남궁세가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얘기는 들었다. 화산파를 떠나겠다고 하였다지.”
남궁무천은 노운을 통해 유강의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유강이 남궁세가와 함께한 시간이 길었기에, 노운이 신경을 써 주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남궁무천이 유강을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을 노운은 알았다.
구태여 소식을 알린 것은 홀로 화산을 떠나는 유강이 혹여 남궁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담긴 노운의 안배였다.
“쉽지 않을 터인데.”
남궁무천이 유강의 단전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살피기 전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보기엔 들은 대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하나,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너를 말리려는 것은 아니다. 무인이란 스스로 이루고픈 것이 있다면 둥지를 떠나기도 하는 법이지. 다만.”
남궁무천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유강에게 던졌다.
얼결에 그것을 받아든 유강의 눈이 동그랗게 올라갔다.
전낭이었다. 그것도 꽤 묵직한.
“굳이 굶을 필요 있겠느냐. 배가 든든해야 힘이 나고, 힘이 나야 원하는 바도 이루는 법이다.”
“….”
“네 사숙들이 챙겨준 것도 있겠다만, 본디 재물과는 담쌓고 지내는 도사들이 챙겨주면 얼마나 챙겨주었겠느냐. 밖에 나가면 네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 터이니 챙겨 두거라.”
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아 이를 꽉 다물고 눈에 힘을 준 채 남궁무천을 바라만 보았다.
“이것도 받거라.”
또다시 무언가가 휙, 날아왔다.
남궁무천의 이름이 적힌 각패였다.
“돈이 떨어지거나 필요한 것이 있거든 그것을 가지고 남궁세가에 찾아가거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터이니.”
남궁세가 가주의 각패이다.
무려 10대 고수인 천룡검황의 각패가 가지는 무게는 천금보다도 귀한 것이었다.
눈물이 쏙 들어갔다.
유강은 놀란 눈으로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가주님, 이건 제게 너무….”
“수로채에서 네가 내 손녀들을 지켜주지 않았더냐.”
화린이를 돌보아 주었고, 설화를 대신해 검에 찔렸다.
남궁무천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오랜 친우인 옥매검이 살 수 있었던 것 역시 네 덕이니 너는 나의 은인인 셈이다.”
“그것은….”
자신의 장문인을 살려주었으니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하려 하였지만, 유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장문인이 아니었으니까.
“과하다 생각지 말거라. 그것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본가는 입은 은혜를 열 배로 되돌려주는 것이 철칙일진대, 네가 홀연히 떠나버려 급히 준비하느라 이리 비루한 것이다.”
비루하다니. 당치도 않았다.
어느 누가 남궁세가의 각패를 비루하다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남궁무천의 말로 인해 더는 그의 보답을 거절할 수 없게 되었다.
과하다는 말로 거절한다면 남궁세가의 배포를 낮잡는 것이 될 터였다.
유강은 전낭과 각패를 쥔 채 허리를 숙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주신 돈과 각패는 결코 허투루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이만 가보거라.”
유강은 남궁무천을 향해 다시금 꾸벅, 인사한 뒤 걸음을 옮겼다.
그를 지나치는데, 남궁무천이 말해왔다.
“동쪽으로 가거라.”
유강이 그를 돌아보았다.
동쪽?
어찌 동쪽으로 가라 하느냐 물으려던 그는 재차 허리를 숙이고 동쪽으로 향했다.
어차피 목적지 없는 발걸음, 어디로 가든 무슨 상관이겠나 싶었다.
멀어지는 유강을 보며 남궁무천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기어이 쉽지 않은 길을 가려 하는구나. 네 운이 닿는다면 기연을 만날 수 있을 테지. 어디 한 번 마음껏 날아올라 보거라.”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휘영청 뜬 달이 유독 밝은 밤이었다.
“내 손녀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꼬.”
* * *
후우우우….
검은 연기가 설화의 주위를 에워쌌다.
설화는 눈을 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일까.
때때로 고통이 밀려들었고, 때때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무기의 편린이 담고 있는 공력은 설화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아니, 이무기라는 존재가 가진 공력을 예상조차 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까.
[수고했다.]설화는 제 옆으로 스르륵, 다가오는 이무기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몸체는 사라지고, 작은 뱀 한 마리로 변한 그것이 곁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공간 역시 공허한 어둠은 어느새 사라지고 풀과 나무로 가득한 평범한 숲의 전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모든 공력을 네게 주입했다. 이 공간의 진법은 유지되고 있지만, 허락 없이 침입하는 이들만 막을 뿐 이 또한 곧 사라질 테지.]그렇구나.
어쩐지 주위에 아무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깊은 산 속으로 들어온 건가 싶었는데, 접근을 막는 진법 탓이었다.
[진법이 사라지기 전에 내 힘에 익숙해지거라. 이곳은 나의 영역이니 나의 힘을 다루기가 용이할 것이다. 내가 진법을 나가면 진법 자체가 사라질 터이니 더 수련하고 싶다면 이곳을 벗어나선 안 된다.]“네 공력은 어떤 식으로 쓰면 돼?”
[자유롭게 써보거라. 어차피 너의 생각은 내가 알 수 있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공력은 움직여질 것이다.]흠.
역시 가장 익숙한 것은 검에 공력을 담는 것이었다.
설화는 곧장 발검하여 검에 강기를 둘렀다.
“!”
검의 주위로 짙고 검은 연기가 빽빽하게 둘렸다. 마치 검의 주위로 어둠이 둘러싸인 것 같았다.
강기였다. 정말로, 강기.
[호오. 생각보다 잘하는구나. 나의 공력이 있다 해도 네 스스로 공력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쓸 수 없을 터. 이미 강기를 깨우친 것이더냐?]“!”
설화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
공력의 흐름을 알면, 그에 따라 쓸 수 있다고?
‘그 말은….’
설화가 조금 떨어진 곳의 돌멩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돌멩이의 주위로 검은 연기가 휘감기더니 돌멩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호오….]‘되잖아…!’
격공섭물(隔空攝物).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이 가능한 신기에 가까운 능력.
설화의 이전 생의 경지는 화경이었다.
비록 깨달음 없이 혈공으로 도달한 경지이지만, 기운의 운용은 직접 힘을 사용하여 터득한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어떻게 가능한 것이지? 화경의 경지에 도달해 본 적이 있는 것이냐?]“그럴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