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59)_2
앞으로 닥칠 일을 모르는 이의 미소가 그저 천진하게 빛나던 날이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강해지겠다는 건 좋은데, 이 상황에 약속을 지키라니.
그 맥락 없는 엉뚱함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래.”
가벼운 너털웃음을 흘리며 설화는 나직이 읊조렸다.
“지킬게. 약속.”
* * *
유강은 걸음을 옮겼다.
정처 없이 발이 닿는 대로 움직였다.
강해지겠다고 선전포고는 했지만, 이제부터 무얼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우선은….’
단전을 고치는 게 먼저겠지.
혹여 단전을 고치지 못하면 어쩌지? 내공 없이 강해질 수도 있는 걸까?
나약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무너지는 마음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남궁무천이 제게 준 각패를 꺼내 보았다.
“왜 동쪽으로 가라고 하셨을까?”
남궁소저를 만나라고 하신 걸까?
“누가 그리하라 하였더냐?”
유강이 흠칫 놀라며 시선을 들었다.
자신을 덮칠 듯이 거대한 태양이 그의 앞에 있었다. 아니, 그런 착각이 일었다.
‘뭐지?’
이 밤에 태양이라니?
유강은 본능적으로 주춤, 뒤로 물러났다.
눈앞에 나타난 노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도를 세워 짚은 채 넓적한 바위 위에 서 있는 남자는 오랜 시간 이 숲에서 산 것인지, 소매가 다 해진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
회색빛의 짧은 머리카락과 정갈하게 다듬어진 수염, 입술을 사선으로 지나는 긴 흉터.
근육이 잡힌 팔에는 오랜 시간 거친 삶을 살아온 흔적이 가득했고, 근육으로 다부진 몸 역시 분명한 무인의 기백을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남자에게선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전 거대한 태양이 서 있는 듯했던 착각이 거짓이라고 느껴질 만큼, 아무런 기운도, 공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일반인 같았다.
그 알 수 없는 괴리감이 두려움을 자아냈다.
“어, 어르신께선 누구십니까…?”
“묻지 않았더냐? 너를 이곳으로 보낸 이가 누구더냐?”
“천룡검황 남궁무천 어르신입니다.”
“흠.”
남자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자가 내게 귀찮은 걸 떠넘겼군.”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그는 한참이나 유강을 훑어보았다.
잠자코 그의 가늠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도중, 그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윽…!”
그러자 유강의 몸이 제멋대로 날아가 그의 바로 눈앞에서 공중에 우뚝 멈춰 섰다.
‘몸이, 안 움직여…!’
마혈을 짚인 듯 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 없었다.
역시나 남자는 무공을 익힌 자였다. 다만, 자신으로선 깨닫지 못할 수준의 고수였던 것이다.
남자가 유강의 단전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와 동시에 유강은 제 단전을 관통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큭…!”
“화산의 제자였군. 한데 혈도는 왜 이리 막혀 있는 것이지?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이니 뚫어주마.”
단전에서 시작된 고통은 혈도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극심한 고통에 유강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머릿속이 헤집어지는 고통에도 유강은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혈도가… 막혀 있다고…?’
단전이 폐해진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