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60화(160/319)
막힌 혈도를 뚫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남자의 경지가 높은 탓인지, 본래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던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막혔던 혈도가 뚫렸고 유강은 잃어버렸던 공력을 되찾았다.
후우우우….
화산의 분홍빛 기운이 다시금 유강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이렇게 빨리 힘을 되찾을 줄 몰랐는데.
‘어째서 단전을 폐하지 않으신 거지?’
화산의 제자로 무공을 익히다 화산을 떠나겠다고 우겼다.
그러니 단전을 폐하여 화산의 무공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진대.
‘어째서….’
“천룡검황과 무슨 사이더냐?”
유강이 시선을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막힌 혈도를 뚫어줄 때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이 이 남자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 남자의 경지가 자신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분은 제 은인이십니다.”
“은인?”
그가 무언가를 허공으로 휙, 던졌다가 받았다. 유강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네모난 그것을 곧바로 알아보았다.
남궁무천의 각패였다.
저건 언제…!
“돌려주십시오!”
유강이 그에게 달려가 각패를 빼앗으려 하자, 그가 손을 높이 들어 그를 제지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유강은 결국 포기한 채 그를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돌려주십시오. 제 것입니다.”
“천룡검황이 네게 은인이라 하지 않았더냐? 한데 어찌 그의 각패를 네가 가지고 있느냐? 말과 드러난 것이 이리 다르니 무엇을 믿어야 하느냐?”
“그건 제가 우연히 남궁 소저를 도와준 일이 있어 받은 것입니다!”
“하면 반대이지 않으냐. 네가 검황의 은인이라는 말이 아니더냐?”
“그, 그렇게 말하기는….”
“참으로 이상한 놈이로구나.”
그가 유강에게 각패를 휙, 던져주었다.
각패를 받아든 유강은 소중한 물건 다루듯 각패를 조심스레 제 품에 넣었다.
각패를 돌려받고 나니 문득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무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강은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뒤늦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늦었지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늦었구나.”
“…어르신의 존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능지산이라한다. 세간에선 구양도라고 부르지.”
“구…예…?”
유강이 퍼뜩 눈을 떴다.
구양도? 구양도라고?
구양도라면 천하제일도라 불리던 도객이 아니던가?
구양도의 도는 신기에 가까워 보는 이들의 눈이 멀어버릴 정도라고 들었다.
그가 다루는 기운이 빛을 품고 있어 그가 펼치는 도법을 제대로 쳐다본 이가 없다고 전해질 정도였다.
화산에 입문한 지 오래되지 않은 유강조차 들어봤을 정도로 명망 높은 도객.
‘하지만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분이라고 하지 않았나?’
후인(後人)을 남기지 않고 죽어 그의 도법이 적힌 비급을 찾으러 다니는 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하나, 아직까지 시신도,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실로 신이라 불리는 무인.
‘구양도 어르신께서 살아계신다면… 10대 고수들보다도 위가 아닌가?’
문득, 조금 전 그가 남궁무천을 하대하여 지칭한 것이 떠올랐다.
적어도 남궁세가의 가주보다 윗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정신이 바짝 들며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런 유강을 보며 구양도가 눈썹을 휘었다.
“왜 갑자기 겸손해지느냐?”
“무림의 대…선배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구양도 어르신.”
“대선배는 무슨. 속세를 떠난 지 오래되었으니 그리 깍듯이 예의 차릴 필요 없다.”
“하나….”
유강이 마른침을 삼켰다.
눈앞의 이 노야가 구양도라면….
“어르신!”
유강이 무릎을 풀썩 꿇었다.
진정 구양도라면 이건 유강에겐 다시 없을 기회였다.
구양도가 눈썹을 더욱 휘며 그를 바라보았다.
“부디 제게 도를 가르쳐주십시오!”
“싫다.”
“어째…서…. 아직 도를 배우고자 하는 이유조차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싫다.”
“…예?”
“도를 배우고자 함에 이유 따위가 있으니 싫다 하였다.”
구양도가 유강을 가리켰다.
“너는 화산의 제자이다. 본디 검을 잡아 온 놈이지. 네 혈도에 화산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네 혈도를 막은 이들은 화산의 장로들이겠지. 그 말은 네놈은 화산에서 쫓겨났다는 것일 테고.”
말한 적 없으나 그는 이미 유강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내게 도를 배우려 하는 것도 더는 검을 잡을 수 없는 그 ‘상황’ 때문이 아니더냐?”
유강이 그에게 무공을 배우려는 이유까지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유강이 검을 잡지 않는 것은 화산을 위해서였다.
화산에서 처음 검을 배우고 수련해 온 이상, 화산의 검법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검엔 화산의 흔적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공은 곧 무인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니.
자신의 검수로서의 삶은 화산을 빼놓고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선택한 것이 검이 아닌 다른 무기를 익히는 것.
“너는 도를 배우고 싶은 것이 아니다. 검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이든 상관없는 게지. 내 말이 틀렸느냐?”
대답할 수 없었다.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구양도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도가 우습더냐?”
차분하게 낮아진 목소리에선 그의 노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의 말이 맞았다.
자신에게 검이 소중하다면, 누군가에겐 도가 소중한 법이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리석은 말학 후배의 잘못을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유강은 마음 깊이 반성했다. 구양도를 향해 잘못을 사죄했다.
제 상황에 급급하여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무릇 무인이란 자만에 눈이 멀어 다른 이의 무공을 얕보아선 안 되는 것이다.
진심으로 뉘우치는 그의 모습을 잠시간 바라보던 구양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갔다.
어디로 가겠다는 일언반구의 말도 없었다.
그런 노고수를 멍하니 보던 유강은 후다닥 제 짐을 챙겨 그의 뒤를 따랐다.
* * *
쪼르륵….
물에 젖은 천을 짜자 미지근한 물이 흘러나왔다.
초련은 적신 천으로 섭무광의 팔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설화가 건네준 쪽지에는 흑운방이라는 흑도 방파의 위치가 적혀 있었다.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이었고, 흑도에 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 두려웠지만, 초련은 곧장 흑운방을 찾아왔다.
놀랍게도 흑운방에서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맞이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가 왔다.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흑운방도들의 손에 들려서.
그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