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61화(161/319)
* * *
꺄아악!
거친 산새에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떨어트린 어망에서 튀어나온 물고기들이 바위 위에서 철퍽, 철퍽, 몸부림쳤다.
“아, 아아….”
초련은 저를 둘러싼 이들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금의위. 황궁에서 보낸 무관들이었다.
그중 한 무관이 앞으로 나왔다.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조소했다.
“썩 오래 도망 다녔다만, 이것도 오늘로 끝이다. 순순히 따라오거라. 너의 죄는 황궁에서 물을 것이다.”
죄를 묻는다고 하였지만, 황궁으로 돌아가면 그녀에게 주어질 벌은 하나뿐이었다.
참형(斬刑).
감히 황자를 시해하였으니 결코 그녀를 살려줄 리 없었다.
아니, 죽이기 전에 온갖 고문을 가하며 황자를 시해한 이유를 발설하게 할 터였다.
사실대로 말해도 거짓말이라 치부하며 죽기 직전까지 몰아가겠지.
‘그럴 바에야….’
촤악-
“윽!”
초련이 손에 잡히는 돌 섞인 모래를 무관에게 뿌렸다.
그가 흩뿌려진 모래에 한눈을 파는 사이,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가녀린 손에 들린 것은 주먹만 한 돌덩이뿐이었다.
스릉- 스르릉- 스릉-
금의위가 그녀를 향해 검을 빼 들었다.
모래를 털어낸 무관 역시 그녀를 향해 검을 세웠다.
“황제 폐하께서 네놈의 목을 기다리고 계시거늘! 대역 죄인이 감히…!”
후욱-
그가 초련을 향해 달려들었다.
돌을 던질 시간도 없었다.
순식간에 짓쳐 들어오는 무관의 검에 초련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카앙-!
누군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검을 쳐냈다.
감은 눈앞을 훅, 덮쳐오는 그림자에 초련은 눈을 떴다.
섭무광이었다.
“괜찮나?”
동태를 살피며 물어오는 그의 물음에 초련은 하마터면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을 지켜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닫혀 있던 무언가를 깨트렸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전부 죽고, 이 세상엔 자신 혼자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기꺼이 자신을 지켜주려 하는 사람의 등이, 그녀를 감싸주는 그림자가, 자신에게 오랜 시간 너무나도 필요했던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왜… 왔어요. 토끼라도… 잡으…라니까….”
“내가 너처럼 꼼지락대는 줄 아느냐? 벌써 잡아서 갖다 놨다.”
“….”
“저놈들은 뭐야.”
섭무광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장난기 사라진 표정은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초련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은 황자를 죽인 죄인이었다.
“저를… 잡으러 온 황궁의 금의위에요.”
“금의위?”
섭무광이 미간을 찌푸리는 것과 동시에 무관이 소리쳤다.
“그 여인은 황자를 시해하고 도망친 대역 죄인이다! 죄인을 붙잡아 오라는 황제 폐하의 명이니 물러서거라! 만일 방해할 시 황제 폐하의 명에 반(反)한 것으로 간주하여 네놈 역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저 말이 사실이냐…? 황자를 죽여?”
둘러댈 말도 없었다.
초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사실이에요.”
이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으니 더는 지키려 하지 않겠지.
황제의 말을 거역하는 것은 곧 반역이다.
반역죄 역시 참형을 면치 못할 터.
“전 괜찮아요. 그러니 저들에게 저를 넘기고….”
“허, 배짱 한번 크구만.”
“…?”
“어떻게 황자를 죽일 생각을 했냐? 그보다, 의원이 사람 죽이고 그래도 되는 거냐? 이거 원 엉터리였구만?”
“….”
섭무광은 장난스레 말을 이으면서도 끝내 검을 거두지 않았다.
여전히 초련의 앞을 가로막고 선 채 금의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네놈이 기어이 황제 폐하의 명을 어기겠다는 것이냐!”
금의위 무관 역시 상황을 보곤 재차 섭무광을 겁박하였으나, 섭무광은 여전히 검을 거두지 않았다.
“…왜?”
초련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 나를 지켜주는데요…?”
울음기 섞인 물음에 섭무광은 잠시 침묵했다.
짧은 침묵 끝에 그가 툭, 던지듯 말을 내뱉었다.
“나도 몰라.”
“하….”
다소 충동적인 그다운 대답이었다.
허탈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초련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죄인이었다.
더군다나 황자를 시해하였으니 그 죄를 물어 마땅하지만, 황제는 실상 큰 사고만 치고 다녀 골칫거리였던 2황자의 죽음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를 쫓던 것은 금의위 중에서도 가장 계급이 낮은 종7품의 근위 군사 소기(小旗)들 뿐.
초련을 발견했을 때엔 그마저도 셋뿐이었기에 두 사람은 그들을 제압하고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다.
* * *
나중에 다시 물어봤을 때 뭐라고 했더라.
‘너라면 이유 없이 죽였을 것 같지 않았거든. 그리고 이황자 소문 더러운 건 나도 들은 바가 있었다. 그 이황자를 죽인 게 너인 건 좀 신기하네.’
2황자를 죽인 이유는 무사히 도망친 이후 전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초련의 기나긴 사연을 전부 들은 그는 그녀의 머리를 토닥이며 ‘수고했네.’라는 말만 했을 뿐이었다.
더 물어보지도, 복수심에 2황자를 죽인 것을 무어라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건.
섭무광이 부스스, 눈을 떴다.
시야가 흐릿한지 두어 번, 눈을 감았다 뜬 그가 이내 고개를 돌려 초련을 바라보았다.
초련이 입꼬리를 휘었다.
“되게 오래 자네요? 꿈에 예쁜 미인이라도 나오셨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투성이인 그의 모습에 초련의 웃음이 설핏, 옅어졌다.
“오랜만이에요. 대주님.”
* * *
이무기의 말대로 진법의 힘은 서서히 사라졌다.
진법이 유지되는 동안 설화는 이무기의 공력을 사용하는 수련만을 반복했다.
그 덕에 힘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격공섭물과 같이 기운만을 움직이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지만, 검에 강기를 두른다거나 몸을 단단하게 하는 등 매개체를 중심으로 하는 운용은 안정적이었다.
그 사이 이무기를 통해 남궁세가가 본가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돌아오지 않는 자신을 위해 한없이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예상했던 바였다.
[진법의 힘이 다했군.]진법이 사라지고, 마침내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없는 숲에서 노숙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편안한 침상에서 잠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