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63화(163/319)
* * *
또네. 또 이러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설화를 보는 이 부담스러운 시선과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환대, 당연하다는 듯 내어 주는 상석(上席).
지난번, 섭무광의 일을 부탁할 때도 느꼈지만 자신을 대하는 흑운방의 태도가 어쩐지 이상하다.
분명 처음엔 이러지 않았는데.
첫 만남엔 칼을 휘두르고 피를 튀기는 사이가 아니었던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태도가 이리 돌변한 것일까.
“소루주께서 오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어찌 이리 늦게 찾아주신 것입니까?”
말투 역시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깍듯했다. 마치 높은 이를 접대하는 듯한 말투였다.
이 손바닥 뒤집듯 뒤바뀐 변화가 의아했지만, 설화는 우선 흑운방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번 일은 감사했습니다. 도움을 받아놓고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사정이 생겨 곧장 올 수가 없었습니다.”
“아아, 소루주님께선 공사다망하신 분이 아니십니까. 무어라 원망하는 것은 아니니 괘념치 마시지요.”
공사다망. 괘념치.
단어들이 하나같이 부담스럽다.
설화가 불편해하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흑운방주는 굽신거리며 말을 이었다.
“소루주님께서 부탁하신 분은 이레 전에 남궁세가로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애들을 시켜 합비에 들어가실 때까지 곁을 지켜드렸지요.”
“아.”
대주님께서 무사하시구나.
“안전히 남궁세가로 돌아가신 것까지 확인하였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끝까지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은인께서 부탁하신 일인데 당연히 신경을 써야지요.”
“은인이요?”
자신이 흑운방을 구해준 적이 있었던가?
왜 은인이라고 하지?
“소루주님께서 대환단의 소문을 떠안아주신 덕분에 소림과 화산을 척지지 않게 되었으니, 저희로선 소루주님께서 은인인 셈이지요.”
그뿐인가. 흑운방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던 이들을 솎아내어 위태롭던 체계가 안정을 되찾고 그것을 발판 삼아 흑운방의 영역을 넓히지 않았던가.
요즘 흑운방의 위명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 중 실력 있는 자들이 꽤 늘었다.
일대에선 흑운방의 위세를 따라올 흑도 세력이 없다고 일컬을 정도이니 실로 부흥이라 할 수 있었다.
“한데…”
“?”
“무어라 불러드려야겠습니까?”
설화가 남궁세가의 아가씨라는 것을 흑운방주는 알고 있었다.
중원 전체에 소문이 자자할 뿐 아니라 남궁세가의 비풍대주를 돕기까지 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흑운방주는 부러 그녀를 아가씨라 칭하지 않았다.
남궁세가는 백도 정파. 백도 중에서도 흑도와 대적하는 대표적인 가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세가의 아가씨가 흑도인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호의적이다.
그 말은 즉, 남궁세가의 아가씨로 돌아갔지만, 정체성은 흑도일 수 있다는 것.
‘아가씨라고 지칭하는 것을 불쾌해할 수도 있다.’
거기다 남궁세가의 아가씨라는 신분을 직접 밝히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설화의 입꼬리가 싱긋, 휘어졌다.
‘역시 흑운방주답네.’
이전 생에 흑운방은 대환단을 훔친 것을 빌미로 화산과 소림의 공적(公敵)이 된다.
두 거대 세력에게 쫓기던 그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 바로 화오루. 혈마였다.
흑운방은 혈마의 아래로 들어가 흑도 세력들을 포섭하고 규합하는 일을 도맡게 된다.
그 일을 해내는 사람이 바로 이 흑운방주.
‘혈마가 흑운방에 대환단을 가져오라고 시킨 것도 흑운방을 흡수하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이번 생에는 그 책임을 전부 자신이 지며 흑운방의 쇠락을 막았다.
하나, 그렇다고 하여 혈마가 흑운방을 포기했을 리는 없을 터.
“그 이후 화오루에서의 접촉은 없었나요?”
“예. 아직 없었습니다.”
의외네. 벌써 접촉했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나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자신이 남궁세가로 돌아가며 벌인 일 탓에 혈교의 타격이 클 테니 말이다.
‘오 혈주와 육 혈주의 일로 정신이 없겠지.’
월패의 주인들을 죽인 것도 그렇고.
새로운 이를 데려와 앉힐 것인지, 오 혈주 체제로 갈 것인지, 꽤나 복잡할 것이다.
‘그러니 그 사이에….’
이 흑운방을 내가 가로채 볼까.
“방주님.”
“예, 말씀하십시오.”
“저를 무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느냐 하셨죠?”
“예. 그러했습죠.”
“하면, 이건 어떨까요.”
그 순간, 설화로부터 검은 연기가 뿜어지듯 쏟아져 흘러나왔다.
“헉…!”
“!!”
흑운방주도, 본관에 자리하고 있던 흑운방의 장로들도 그리고 령마저도.
순식간에 공기를 빽빽하게 채우는 검은 기운에 경악하여 두리번거렸다.
‘이, 이게 무슨…!’
공력. 공력이다.
이 커다란 본관을 가득 메운 이것은, 필시 공력이다.
‘이, 이 기운이 어째서 아가씨에게서….’
설화의 주위를 휘두른 기운은 그 어느 곳보다 검고 진했다.
마치 그녀의 주위로 어둠이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그 중심에 앉은 설화의 입꼬리가 휘어졌다.
“저와 손을 잡으시지요.”
“그, 그게 무슨….”
“제가 큰일을 하나 해볼까, 합니다.”
“!”
“저는 방주께서 그 일의 주축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방주와 이 흑운방이 말입니다.”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제안.
어찌 보면 무례할 정도다. 하나.
“어떠시겠습니까?”
흑운방주는 저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그의 손과 발이 설화가 보여 주는 어마어마한 공력 앞에서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있었다.
이무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공력에 살기를 섞은 것인가?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버티지도 못하겠군. 죽일 의도도 없으면서 어찌 살기를 섞었지? 저들의 협력을 얻을 생각이 아닌가?]‘맞아. 협력을 얻을 생각이야.’
‘보여 주는 거지. 압도적인 무위의 차이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무림에선 힘이 곧 설득력이자 통솔력이다.
그것이 질서보단 힘을 중시하는 흑도에서라면 더더욱.
설화는 살기를 섞은 이무기의 공력을 이용해 저들에게 공포와 동시에 신뢰를 보여 주고 있었다.
비록 겉모습은 어린아이이지만, 결코 연약하지 않다는 것을.
이로써 저들은 공포에 굴복하는 동시에 안심하게 될 것이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배자로 뼛속 깊이 새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