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66화(166/319)
* * *
일룡, 이뫼, 삼봉은 설화가 화산에 간 이후 최대한 숨을 죽이며 살았다.
천무제 이후 가문에선 눈에 불을 켜고 흑도 출신의 무인들을 색출했고, 그들의 죄목을 밝혀 벌을 주거나 가문에서 내쫓았다.
세 사람은 천무제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하였기에 금방이라도 내쫓기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가씨께서 너희 세 명의 처벌은 특별히 미뤄달라 부탁하셨기에 유보하는 것이니, 문제 일으키지 말고 잠자코 지내거라. 조만간 아가씨께서 너희를 찾으실 것이다.’
그래 놓고 화산으로 훌쩍 떠나버리다니.
남궁설화의 일을 도와준 덕에 목숨도 구했고, 돈도 충분하니 그녀가 가문을 비운 사이 도망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불가능했다.
‘그 어린놈이 우리 몸에 고독을 심어 놓은 거 모르십니까? 멋대로 도망쳤다간 그냥 끝이라고요, 끝!’
‘아, 그랬지.’
그런 이유로 가문에 남아 있었고, 화산으로 떠났던 가문인들이 돌아왔을 때도 딱히 부름이 없기에 안심했는데.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세 사람이 쭈뼛거리며 고개를 들고 시선을 나누었다.
삼봉이 설화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희를 따로 불러내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왜긴. 목숨값 해야지. 내가 너네, 살려줬잖아.”
가문에서 흑도들을 걸러내는데 휩쓸리지 않도록 특별히 말해놨잖아?
“그건 애초에…! 아, 아가씨께서 저희들로 천무제를 발칵 뒤집어 놓으시는 바람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그때 그 일은 분명 제대로 값을 치른 걸로 아는데?”
“…!”
그러했다.
세 사람은 설화의 지시를 따르는 대신 남궁 무사 봉급의 몇 배나 되는 양의 금괴를 받았다.
값을 치렀으니 그것으로 계산은 끝난 것이고, 그 일로 벌어진 세가의 숙청에서 설화가 세 사람을 지켜준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하, 하오나….”
그런 결과를 초래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지시를 안 따랐지….
‘라고 하면 죽이려 들겠지…?’
삼봉은 설화를 흘낏 바라보았다.
몸은 어린아이에 불과하지만, 자꾸만 말려드는 것이 역시나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무공도 강하고….’
아니, 애초에 목숨 줄이 붙잡혀 있으니.
까라면 까야지. 아이고.
“하면, 이번엔 무엇을 하면 됩니까?”
“너희들한테 한 가지 제안을 할까, 해.”
“제안…이요?”
명령이 아니라는 건가?
“이대로 가문으로 돌아가 조용히 숨죽이고 살래, 나를 따라가 흑도의 생활로 돌아갈래.”
“예? 흑도요?”
삼봉이 놀란 눈으로 형님들과 시선을 나눴다.
일룡과 이뫼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제부터 흑도로 가서 해야 할 일이 있거든. 근데 믿을만한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너희들이 도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
“….”
“잘하면 수백 명은 거느린 흑도 방파의 장로직 정도는 마련해줄 수도 있고?”
“!!”
세 사람의 눈동자가 커졌다.
수백 명은 거느린 흑도 방파의 장로직!
그 말은 즉, 수백 명을 제 아래에 둘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거기다 답답한 정파 세가가 아닌 고향과도 같은 흑도로 돌아갈 수 있다니…!
이 아이 말만 잘 들으면!
“한다!”
“하겠습니다!”
“…!”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을 보며 설화는 빙긋, 입꼬리를 휘었다.
* * *
설화는 흑운방에 돌아오자마자 약속대로 흑운방주에게 부탁해 일룡, 이뫼, 삼봉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설화의 수하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흑운방의 장로직을 받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슥- 스윽- 슥-
“헉…허억….”
“….”
“헥헥, 아이고, 나 죽네….”
저마다 다른 크기의 돌덩이를 허리에 묶은 채 세 사람은 흑운방의 연무장을 돌고 있었다.
흑운방도들의 수련은 흑운방 각 조의 조장이 맡았지만, 이들은 장로라는 이유로 령에게 직접 수련을 받고 있었다.
“아니, 형님. 흑운방 장로인 우리가 윗사람 아니오? 왜 우리가 저 새파랗게 어린놈한테 굴려져야 하지?”
“나도 모른다. 이놈아. 애초에 련주와 저놈은 흑운방 소속도 아니라며!”
“하기야…. 흑운방주가 련주께 굽신거리는 걸로 봐선 련주가 위일 수도 있겠소.”
저놈은 련주의 호법이라고 했으니까….
“젠장, 당했나?”
“뭘 그렇게 노닥거리고 있지?”
“으악!”
세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었다. 분명 단상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령이 어느새 세 사람의 뒤에 와 있었다.
“수련이 만만한가 보지?”
“…!”
세 사람은 반사적으로 뒤로 주춤, 물러났다.
손을 우두둑, 풀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그녀에게서 어둠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착각이 일었다.
“겨우 이따위 무공만으로 흑운방 장로직에 앉혀줬으면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나? 이래서 련주께 도움이나 되겠어?”
“호, 호법, 그것이 아니라, 우리는 잠시….”
“너희들의 그 비루한 몸뚱어리 때문에 련주의 발목이 잡히는 날만 와보거라.”
서서히 피어나던 기운이 화르륵, 불타오르듯 솟구쳤다.
“그땐 내 손에 죽는 것이다.”
“히, 히익…!”
“얼른 안 뛰어!!”
세 사람이 후다닥, 연무장을 뛰기 시작했다.
령은 그런 세 사람을 엄격하게 지켜보았다.
“허허. 련주께서 데려오신 이들은 힘이 넘치십니다.”
뜨거운 찻물을 가만히 머금은 설화 역시 찻잔을 내려놓으며 창밖으로 령과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령에게 저 삼인방의 무공을 수련시키라고 지시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저 셋을 갱생시키겠다는 령의 뜨거운 의지가 여기까지 느껴졌다.
설화는 가볍게 웃으며 흑운방주에게 물었다.
“제가 부탁드린 것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아, 예. 말씀하신 조건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흑운방주가 설화와 자신의 찻잔을 한쪽으로 옮긴 뒤 탁자 위에 두루마리 하나를 펼쳤다.
일대의 지형이 그려진 지도였다.
지도 위에는 검은 점과 흰 점, 두 줄로 그려진 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말씀하신 대로 일대 흑도 세력의 무력을 표시해 두었습니다. 흰 점, 두 줄 점, 검은 점 순으로 강한 세력입니다.”
설화가 그중 가장 가까이 찍혀있는 흰 점을 가리키며 물었다.
“흰 점의 무력은 어느 정도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