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67화(167/319)
흑운방주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설화가 입꼬리를 휘었다.
“백도 정파라 하여 무작정 흑도를 붙잡아 들이고 토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파야말로 명분을 중시하는 이들이다.
흑도가 아무리 세력을 키운다 하더라도 견제는 할지언정 명분 없이는 쉬이 공격하지 않을 이들.
“정파 무림이 흑도 세력의 존재를 알면서도 놔두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맞습니다. 황실과 조정으로부터 도망치는 이들이 숨어들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농작이 망하여, 욕심 많은 관리들로부터 버텨내지 못하여, 사고로 집을 잃고 떠돌게 된 이들이 흘러들어오는 곳.
그 수많은 유랑민을 정파 무림인들이 전부 떠안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흑도가 필요한 것이다.
“같은 의미로 세력을 키우며 중요하게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요?”
“손속이 잔인한 이들을 골라내야 합니다.”
“골라내면요…?”
“죽이세요.”
“…!”
“흑도 세력을 규합하는 데에 무슨 방법을 쓰든 상관없습니다. 설득하여 순순히 힘을 합하면 좋겠지만, 피를 흘려야 한다면 그런 이들을 본보기로 삼으세요.”
흑운방주가 마른침을 삼켰다.
흑도이되 손속이 잔인한 자.
련주가 말하는 이들이 어떤 이들인지 안다.
살인을 즐거워하고 피를 갈구하며 오로지 제멋대로 살고 싶어 흑도가 된 이들.
련주는 그런 이들을 솎아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은 필시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어쩌면 정파 세력이 우리를 잡아들이려는 일에 빌미를 제공할지도 모르죠. 그럴 바에는 싹을 자르는 것이 낫습니다.”
“하나, 그런 자들이 한둘이 아닐진대….”
“모두를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본보기 몇 명이면 충분합니다. 방주께서 보시기에 쓸만한 이들이 있으면 제게 데려오셔도 좋습니다.”
썩은 풀을 골라내고 알곡이 맺힌 벼를 챙기고.
흑운방주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진심이구나.’
이분은 진정 흑도 세력을 규합하려는 것이다.
다른 이가 말하였다면 허무맹랑한 소리라 치부하고 웃어넘겼을 테지만, 눈앞의 이가 보여준 힘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정도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기운이라면, 수로채와 녹림의 총채주들에게도 밀리지 않을 무위.
‘이렇게 어린 모습에 그 정도 힘이라면 역시….’
흑운방주는 또다시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니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방주님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또 무슨…?”
“수하들의 입막음을 부탁드립니다.”
“입막음이요?”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흑운방주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의 주위로 검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제가 남궁세가의 사람이라는 것이 흑운방의 담장 너머로 새어 나가선 안 될 것입니다. 만일 그 사실을 퍼트리는 자가 있다면 죽음으로 입을 막을 터이니, 그 사실을 수하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시지요.”
흑운방주가 잘게 떨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앳된 얼굴 뒤에 감추어진 련주의 힘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공기를 서늘하게 만들던 기운이 사라지고 설화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방주님만 믿겠습니다.”
* * *
“으….”
설화의 처소를 나오며 흑운방주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 압도적인 기운이다.
조금만 실수해도 단번에 잡아먹힐 듯한 섬뜩한 기운. 마치 포식자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힘을 떠올리니 또다시 몸이 부르르 떨렸다.
“헉…허억…헉….”
“주, 죽네. 나 죽어….”
“?”
처소의 계단을 내려가는데, 계단 아래에 세 사람이 널브러져 있었다.
세 사람의 수련을 이끌던 이는 어느새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세 사람이 툴툴대고 있었다.
“에이씨, 때려쳐! 내가 왜 이런 생고생이나 하고 있어야 하냐! 누가 따라오자고 했냐, 누구야?!”
“아, 형님도 찬성했잖소! 왜 인제 와서 아닌 척 그러쇼? 장로 되게 해 준다니까 좋아서 입 찢어질 땐 언제고!”
“내가 언제 찢어졌어, 내가! 련주, 그놈이 좋은 말로만 살살 꼬드기니까…!”
“쯧, 쯧.”
돌연, 혀 차는 소리에 일룡이 제 입을 막고, 나머지 두 사람 역시 화들짝 놀라며 굳어버렸다.
이내 혀를 찬 사람이 령이나 설화가 아닌 흑운방주라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룡이 긴 한숨을 내쉬며 툴툴거렸다.
“아 왜 인기척도 안 내고 다니는 거요? 이보슈, 거 오면 온다, 가면 간다, 기척 좀 냅시다, 좀! 사람 심장 떨어지겠네.”
“형님, 방주께 이보슈가 뭡니까? 예?”
설화의 소개로 장로직을 받았다지만, 세 사람은 흑운방 소속이었다.
삼봉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방주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방주를 뵙소이다.”
흑운방주는 그런 세 사람을 향해 또다시 혀를 쯧, 쯧, 차며 말했다.
“자네들, 련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아직도 모르는 겐가?”
일룡과 삼봉이 시선을 나누었다.
“남궁세가의 아가씨라는 것 말이오?”
“입조심하게! 그 신분은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겐가? 자네 목이 달아날 수도 있어!”
삼봉이 얼른 제 목을 감쌌다.
흑운방에 오기 전, 설화에게 신신당부 받았기에 똑똑히 알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아가씨라는 것을 입에 올리지 말 것, 아가씨가 아닌 련주님이라 부를 것.
하나, 흑운방주는 이미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고, 어떤 분이냐기에 대답한 것뿐인데?
이걸 물어본 게 아닌가?
“그, 그럼 무엇을 모른다는 것이오?”
흑운방주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곤 세 사람을 향해 슬쩍 말했다.
“련주께선 반로환동한 고수일세.”
“!”
“…반로…!”
“쉿!”
“헙!”
“자네들, 련주의 힘을 제대로 본 적 없는 게지?”
그러고 보니 그러했다.
세 사람은 설화가 내력을 끌어올려 쓰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었다.
“쯧쯧, 그러니 이놈, 저놈 하며 흉이나 보고 앉아있지. 련주께선 어째서 잘 알지도 못하는 자네들을 신경 쓰시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