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6화(16/319)
섭무광이 밖으로 나가고 방 안엔 일화와 의약당주만이 남았다.
아이의 손에 죽을 뻔한 전적이 있으니 의약당주는 조금 긴장한 기색이었지만, 맑은 웃음을 유지하려 애썼다.
“수련을 되게 열심히 하나 보네― 그래도 조금은 더 조심하는 게 좋겠다. 어디 한번 상처를 볼까?”
일화는 그녀에게 팔을 내밀었다.
의약당주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일화가 말했다.
“내상을 입은 것 같아요. 봐주실 수 있나요?”
“볼 수는 있지만… 내공을 이용해야 하는데 괜찮을까?”
일화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나, 이렇게 쉽게 내어 줄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조금은 신뢰받게 된 걸까?”
첫 만남에 죽을 뻔한 일이 있었음에도 의약당주는 여전히 싱글싱글 웃는 낯이었다.
그녀가 일화의 가는 팔을 붙잡았다. 그러곤 금세 눈을 감고 진맥에 집중했다.
실같이 아주 얇게 스며든 기운은 일화의 혈도를 타고 몸 곳곳을 탐색했다.
‘남궁의 주요 요직 중 남궁의 사람이 아닌 사람.’
사실상 직책만 당주일 뿐 남궁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하니 요직이라 하기에는 애매하다.
하지만 의약당의 주인인 만큼 세가 사람들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는 위치이기도 했다.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남궁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중독되어 괴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혈교에서 있었을 때처럼 말이지.’
의약당주의 기운이 단전 근처를 지날 때, 잠시 주춤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자리에 잠시 머물던 기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던 순간.
―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요?
고요한 목소리가 혈도를 탐색하는 의약당주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어 왔다.
의약당주가 느리게 눈을 떴다.
그녀의 기운 역시 빠르게 회수되었다.
일화와 의약당주의 시선이 맞물리길 잠시.
의약당주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 그게 무슨 말이니?
특별한 것 없는 물음에도 일화의 전음에 의약당주 역시 전음으로 화답했다.
대화에 응할 의지가 있다는 의미였다.
일화는 마주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질문 그대로예요.
― 음….
의약당주는 일화의 손을 놓고 의자에 기대앉았다.
일화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의아함과 함께 호기심이 서렸다.
― 그랬던 적이 있긴 했었지? 그건 왜 물어보는 거니? 우리 귀여운 고양이께선?
― 지금도 있어요?
― 다행히도 지금은 없어. 그 사람이 죽었거든.
싱긋 웃는 표정에서 알 수 없는 한기가 느껴졌다.
이전 생의 독월에게서 보았던 그 모습이다.
독기를 가득 품어, 당장에라도 누구 하나 독 먹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
실제로 이전 생에서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면, 보름이 되지 않아 의약당에서 교인이 죽어 나가곤 했다.
사인은 전부 달랐지만, 일화는 알고 있었다. 그들 모두 독사(毒死)했다는 것을.
― 그럼 언제 또 죽이고 싶을 것 같아요?
― 흐음?
의약당주가 턱을 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런 게 궁금하냐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번 역시 성의껏 답해 주었다.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건드리면, 죽이고 싶어지지 않을까?
―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 흐응… 우리 고양이가 진짜 궁금한 건 이쪽이었나?
― 남궁에요?
의약당주의 눈썹이 비뚜름하게 올라갔다.
탁자 위에 놓인 쑥뜸 재료를 멀거니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 글쎄? 이건 좀 대답하기 곤란하네? 그렇다고 할 수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거든.
일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어머, 뭔가 답이 된 거니?
― 네.
이 대화를 통해 적어도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독월’이 아니라는 것. 아직까지는, 말이다.
지금 당장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일화가 멀거니 시선을 돌렸다.
― 혈왕독(血王毒).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의약당주가 쥐고 있던 뜸통이 부서졌다.
― 초련.
일화의 시선이 다시 그녀를 향했을 때, 의약당주는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일화의 입매가 선선하게 휘어졌다.
―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어요.
* * *
혈왕독은 초련의 숨겨진 옛 악명(惡名)이다.
초련은 본래 황실에서 황제를 담당하는 궁의 밑에 있던 조수였는데, 어느 날 황궁의 2왕자가 독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가 바로 초련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잡기 위해 금의위가 파견되었을 때, 그녀는 이미 자취를 감춘 후였다.
그 뒤로 그녀에겐 혈왕독이라는 별호가 붙었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남궁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초련은 2왕자의 살해범이 맞다.
2왕자가 유희를 나왔을 때, 초련이 살던 마을에 묵었는데 이웃 언니가 왕자의 시중을 거부하자 마을 사람들을 전부 죽였다던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초련은 복수를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해서 황궁으로 들어갔고, 결국 2왕자를 죽였다는,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이야기.
‘독월에게 들은 얘기가 이렇게 도움이 되네.’
이전 생에 일화는 의약당을 좋아했을 뿐 독월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독월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독월은 일화가 찾아갈 때마다 옆에 붙어 종알대기를 좋아했다. 이 또한 지나가듯 들었던 그녀의 과거였다.
‘그나저나 나한테 암시(暗示)가 걸려있었다니 역시 치밀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