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_2
암시란, 상대의 정신을 지배하는 사술이다.
평소엔 암시에 걸린 것조차 모르고 있다가 암시를 건 자가 특정한 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취하면 발동되어 정신을 지배당하는 고약한 사술.
혈마가 자신에게 피의 종속을 걸지 않았기에 자유로운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혈마는 자신을 쉬이 놓아줄 마음이 없었다.
‘제 손으로 죽일 수 있도록 종속은 걸지 않되 최소한의 제어는 하겠다는 거겠지.’
언제 암시를 걸어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억을 잃었던 다섯 살 이전인 듯싶었다.
‘암시를 풀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암시를 건 자를 죽이는 것, 다른 하나는 암시에 완전히 지배된 후 암시가 풀릴 때까지 날뛰는 것.’
원인을 제거하거나, 암시의 힘이 전부 소진될 때까지 놀아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의미다.
‘오늘 혼자 암시를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암시의 주인이 주위에 없었기 때문일 거예요. 연결이 약하니 쉽게 끊어질 수 있었던 거죠.’
그 말은 즉, 혈마가 언제고 찾아와 자신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의미. 그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암시를 풀어야 했다.
‘어젯밤 나를 조종하려 한 건 경고였겠지.’
멋대로 벗어나려 한 것에 대한 위협. 아무리 발버둥 치고 노력해도 제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
그 경고를 무시한다면 그는 필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다.
적어도 하루 이틀 뒤에는 반드시.
‘가능하다면 그 전에 남궁의 아이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는데.’
남궁의 아이로 인정받는 순간 남궁이라는 울타리 안에 속하게 된다.
혈교는 아직 중원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충분한 힘을 쌓지 못했다. 은밀하게 중원 곳곳을 파고들며 무림을 집어삼킬 물 밑 작업이 한창일 때.
이러한 상황에 남궁과 싸움을 일으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면서까지 자신을 데려갈 리는 없었다.
‘남궁의 아이로 인정받은 후엔 어떻게든 암시를 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의약당주에게 암시를 풀 방법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이 안 된다면, 암시를 없앤 후에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
“핫! 하앗!”
이른 새벽부터 연무장을 찾은 일화는 연무장 안에서 터져 나오는 힘찬 기합 소리에 걸음을 멈춰 섰다.
‘아이의 몸으로는 일을 도모하는 데 한계가 있어.’
어젯밤의 일로 확실히 알았다.
아이의 몸은 자유롭게 움직이기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하려 하고 감시하려 하고 통제하려 하니까.
그러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남궁의 성장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림막이 되어 줄 어른, 즉 세력이 필요했다.
때론 자신의 방패가 되어 주고 때론 누군가의 눈을 가려 줄 세력. 아이의 몸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수하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겠지.’
일화는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
“하앗! 핫!”
연무장의 비무대 위에서 한 사람이 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그는 하루 전 일화와 검을 나누었던 적룡 11단의 조장.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연무장에 나와 수련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일화가 얻고자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변화는 작은 다짐에서부터 출발해. 그 다짐이 비록 절망일지라도.’
그의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고, 무복은 이미 축축하게 푹 젖어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련에 임했다는 의미였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온 것도 모른 채 수련에 열성을 다하는 적룡 조장의 모습에 일화의 입꼬리가 옅게 휘어졌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