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70화(170/319)
령이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네가 나 하자, 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제부터 흑도 세력을 규합해 갈 거야. 쉽게 말해 흑도 연합을 만드는 거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대놓고 움직일 수는 없어. 내력이야 너도 알다시피 남궁의 기운을 감출 수는 있지만, 어린아이의 몸이 문제니까.”
이무기의 힘만을 사용한다 해도 어린아이의 몸으로 움직이면 혈교의 의심을 살 수 있다.
더군다나 어린아이의 몸으로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아는 본가나 화산에선 설화의 행보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걸 흑운방에 맡길 수는 없어. 흑운방의 규모는 나름 큰 편이지만 흑도 세력을 연합시킬 만큼의 무력을 가진 고수는 없으니까.”
연합에는 주축이 필요하다.
설화가 흑운방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연합에 속한 이들이 믿고 따를 만한, 중심이 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몸으론 움직이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까, 네가 나 대신 전면에 나서줬으면 좋겠어.”
설화가 령의 몸을 다시금 살폈다.
령의 체형은 성장한 자신과 키나 몸집이 비슷했다.
“하지만… 저 역시 본가의 무공을 익힌 무인으로서 내력을 숨길 수는 없습니다. 내력의 성질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들은 상관없겠지만, 알아보는 이가 나타나면 큰일이 아닙니까? 더군다나 제 얼굴을 아는 자도 분명 있을 겁니다.”
남궁세가의 정예 부대, 흑룡 1대.
그중에서도 흑룡삼검(黑龍三劍)으로 불리며 본가의 임무를 앞장서서 도맡아 온 그녀였다.
흑도 세력을 상대한 적도 많았으니, 분명 그녀의 얼굴을 아는 이가 있을 터인데.
“그건 걱정하지 마.”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가면을 쓸 거야.”
“가면…이요?”
“너도 정체를 숨겨야 하니까. 이건 흑운방주에게 내가 직접 부탁해 놓을 테니 걱정하지 마.”
“알겠습니다. 하면, 내력은 어떻게 할까요?”
“그래서 너를 불렀어.”
설화가 바닥을 향해 손을 내밀자, 그녀의 소매 안에서 작고 검은 뱀 한 마리가 스르륵, 빠져나왔다.
“!”
령이 놀란 눈으로 뱀을 바라보았다.
“령, 혹시 뱀을 무서워하진 않지?”
“예? 아, 예.”
“그럼 손 좀.”
령이 뱀 쪽으로 손을 내밀자, 뱀이 령의 소매로 들어가 그녀의 팔을 휘감았다.
“이, 이게 무슨….”
“그게 너와 나를 이어 주는 매개체가 될 거야.”
“매개체…요?”
“일어나서 검 들어봐.”
령이 설화의 말을 따라 검을 빼어 들었다.
이내 그녀의 검날에 검고 짙은 기운이 휘둘러졌다.
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건…!”
검강…? 검강이 아닌가?
그리고 이 기운은 분명….
‘련주님께서 흑운방에서 보여주신 그 기운…!’
위압적이고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 섬뜩하였던 그 기운이 분명하다.
누군가를 집어삼킬 듯한 거친 기운에 온몸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다행히 되네.”
설화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본좌가 네게 힘을 빌려준 것이지, 이 아이에게 빌려준 줄 아느냐?]– 같이 들었잖아. 이게 나를 위해 쓰는 거야.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이건 격공섭물이라 할 수도 없겠구나.]– 그것보단 쉽지. 움직이는 건 내가 아니니까. 나는 기운이 흩어지지 않도록 집중만 하면 되고, 움직이는 건 령이 할 거야.
[말은 또 쉽게 하는구나. 내가 이 아이의 몸에 붙어 있으면 낫기야 하겠지만, 이건 미친 짓이다. 보통의 정신력으론 불가능해.]–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안 된다면 될 때까지 수련하고, 수련할 것이다.
설화는 비장한 눈빛으로 어리둥절해하는 령을 바라보았다.
“검식을 쓰지 않고 싸워본 적 있어?”
“예. 종종 그러했습니다. 검식을 쓰지 않은 비무도 동료들과 해 보았고요.”
“좋아. 이제부터 너는 식(式)이 없는 검만을 써야 해. 네가 남궁의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선 안 되니까. 대신 나는 네 검에 강기를 둘러줄게.”
식을 쓰지 못하는 대신 강기를 둘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규모가 작은 흑도 방파에는 절정 이상의 고수가 있는 경우는 적으니,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네게 남궁세가의 검법이 아닌 다른 검법을 알려줄 거야.”
“다른…검법이요?”
“그래.”
남궁세가의 것이 아닌 다른 문파나 세가의 무공, 흑도 고수가 쓰던 무공 등.
이전 생에 알아두었던 무공 중 쓸만한 것들을 추려 령에게 알려줄 생각이다.
‘그러면 정체를 특정하기 쉽지 않겠지.’
처음부터 이름있는 문파나 세가의 검법을 쓰면 쓸데없이 주의를 끌게 될지 모르니, 차차 이름있는 검법을 쓰는 것으로 하자.
“그렇게 3년, 4년만 내 행세를 해줘.”
“제가… 할 수 있겠습니까?”
“령이라면 충분히 해낼 거야. 그러니까….”
설화가 검을 뽑아 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령은 당황하면서 자세를 취했다.
“일단 덤벼.”
* * *
설화가 산에 올라간 지 여섯 달이 흘렀다.
그사이 흑운방은 섬서와 하남의 흰 점과 두 줄 점의 흑도 세력들을 포섭했다.
설화의 말대로 어떠한 곳은 대화로만 포섭이 되었지만, 어떠한 곳은 무력을 사용했을 때 비로소 굴복했다.
“말씀하신 가면과 옷입니다.”
흑운방주가 검은 가면과 옷을 가져왔다.
소매와 허리를 동여매는 끈은 붉은색이었고, 옷과 가면 모두 황금으로 치장이 되어 있어 기품 있으면서도 화려했다.
설화가 이게 뭐냐는 듯 눈썹을 휘며 흑운방주를 바라보자, 흑운방주가 하하,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흑도 세력을 이끄실 분이 아니십니까? 이 정도 기품은 있으셔야지요. 그래야 흑도 놈들도 얕잡아 보지 않습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흑도 세력의 연합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런 연합의 수장이니, 위엄과 기품을 어느 정도 지켜 주는 것이 좋았다.
설화는 옷과 가면을 령에게 건네주었다.
“입어 봐.”
고급스러운 옷과 가면을 받아든 령은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돌아왔다.
“려, 련주님. 이것이 맞습니까?”
“오.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군요. 아주 훌륭하십니다.”
“좋네.”
령이 제 옷을 이리저리 살폈다.
“하나, 이건 남자의 복장이 아닙니까? 누가 보면 남자인 줄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