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2)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72화(172/319)
“크흐흐….”
힘없는 웃음소리에 령과 흑사회주가 시선을 돌렸다.
장대 위에 묶여있는 남자는 험한 일을 당한 것인지 옷이 찢어지고 곳곳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도 무엇이 웃긴 지 남자는 연신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어리석도다, 어리석어. 쉬이 갈 수 있는 길을 결국 제 손으로 무너트리고 절벽으로 뛰어든 꼴이라니! 이런 멍청하고 한심한 작자들을 보았나…! 크흐흐….”
“저건 뭐지?”
령이 흑사회주의 덜미를 채 올리며 물었다.
“큭…. 저, 저놈은 그냥 미, 미친놈이요. 신경 쓰지 마시오.”
“미친놈이라! 하하! 그래! 피를 흘려야 만족하는 놈들에게는 화친이 미친 짓이겠구나! 필요할 땐 선생 대접을 해 주더니 이제는 미친놈 취급이더냐?”
설화는 가는 눈으로 장대에 매달린 남자를 응시했다.
이전 생에 흑도 세력의 팔 할은 혈교에 복속되었다. 혈교에선 흑도 세력 중 능력이 출중하고 무위가 뛰어난 이들을 인정해 주며 대거 등용했다.
그러니 눈에 띄는 이라면 자신이 알 법도 할 텐데.
– 좀 더 얘기해 봐. 령.
령이 흑사회주의 아혈과 마혈을 점한 뒤 한쪽으로 집어 던지곤 장대 앞으로 다가갔다.
남자의 지친 시선이 령을 향했다.
“…그쪽이 흑운방을 뒤에서 움직인 자로군.”
“배후가 있다는 것을 예상하였나?”
“푸흐흐…. 당연한 것을. 흑운방의 방주는 꽤나 머리를 쓰는 자이긴 해도 이런 일을 벌일 정도의 배포는 없는 자요. 화산과 소림을 양팔에 두고 자리를 잡은 것도 사실은 그들의 보호를 받기 위함이었지.”
“흑운방주에 관해 잘 아는가 보군.”
“흑도라는 곳이 체계가 없고 주먹구구식인 것 같아 보여도 엄연히 질서가 있고 규율이 있는 곳이오. 흑사회의 책사로 있으면서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세력의 수장들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었소.”
흠.
[정파의 기운이로군. 이 인간은 이런 곳에 있을 이가 아닌데 왜 여기 이러고 있는 것이냐?]– 나도 몰라.
이무기의 말처럼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미약하나마 분명한 정파의 기운이었다.
무공 수준은 기껏해야 일류인 듯싶고.
그런 주제에 흑사회의 책사로 잘도 살아남았겠다.
“내 잘못이 있다면 어리석은 주인을 택한 것이오! 어리석은 주인을 멋대로 휘두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자만이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니, 누구를 탓하랴!”
남자가 실성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령의 뒤편에서 음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사회주가 몸을 움찔거리며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눈앞에서 본인에게 어리석은 주인이라 하는 것이 분한 모양이었다.
– 령, 남자를 내려 줘.
령이 검을 휘둘러 장대를 베어 내고 떨어지는 순간에 맞추어 남자를 묶고 있던 밧줄을 끊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떨어진 남자가 고통에 몸을 떨다가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뭐, 뭐요?”
“네 이름이 무엇이냐.”
“…옥면선생이라 불러주시오.”
그렇게 말하곤 제가 부끄러운지,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흐, 흑사회에선 나를 그렇게 불렀소!”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잠자코 있거라.”
“날 죽이지 않을 거요?”
“네가 죽고 사는 것은 네가 파악했다는 수장들의 정보가 얼마나 쓸모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
그 말을 끝으로 령은 다시 흑사회주에게 다가가 점한 혈도를 푼 뒤 뒷덜미를 붙잡았다.
흑사회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이것 좀 놔봐! 저 새끼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니까! 놔 보라고!!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이 기생오라비 같은 새끼!”
발버둥 치는 그를 질질 끌고 계단의 앞으로 향할 때였다.
– 령.
“?”
– 정리하고 있어.
령이 뒤편, 전각의 지붕을 바라보았다.
지붕 너머로 작은 인영이 훌쩍 넘어간 것은 순식간이었다.
* * *
“낄낄, 이번엔 제법이었수, 형님. 그 기생오라비 같은 놈 마음에 안 들었는데 말이야.”
“흠씬 두들겨 패 주니 찍소리도 못 내잖냐? 이참에 회주를 조금 더 부추겨서 그 날름거리는 혓바닥이라도 잘랐어야 하는 건데.”
“어차피 그놈은 이제 죽은 목숨인데 뭐. 어! 형님! 저, 저기 좀 보슈!”
독수쌍귀 중 아우인 이귀(二鬼)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에선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기 우리 본거지 있는 방향 아니우?”
“뭐야. 설마, 흑운방 놈들인가?”
두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두 사람의 입꼬리가 약속이나 한 듯 깊게 휘어졌다.
“이히힛! 진짜 왔잖아, 그 멍청이들!”
“내가 뭐랬수? 체면 차리는 놈들일수록 소문에 약하다니까? 멍청한 것들! 기어이 우리 아가리로 들어오는구만!”
“어서 가자! 이러다 우리만 빼고 즐기겠다!”
독수쌍귀는 빠르게 본거지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이 원하던 것은 흑운방과 흑사회가 피 튀기는 교전을 벌이는 것.
겁쟁이 같은 옥면 뭐시기 때문에 전부 망칠 뻔했으나, 이번 기회에 그놈도 처리하고 소원대로 흑운방이 쳐들어왔다.
이제 신나게 이놈이고 죽일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왔으니!
“이히, 이히히!”
흥분된 웃음을 흘리며 본거지에 다다른 그 순간.
쉬익-
“컥!”
파악!
돌연 일귀가 이귀의 옷을 붙잡아 끌었다.
신나게 달려가던 이귀는 갑작스런 제지에 숨이 막혀 콜록거리다가 소리쳤다.
“아 왜 붙잡고 그러쇼!”
그러나 일귀는 이귀에게 대꾸하는 대신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냐? 네놈은. 뭔데 다짜고짜 비도를 날려? 죽고 싶냐?”
이귀는 그제야 제 뒤편 나무에 박힌 비도를 발견하곤 숨을 헉, 들이켰다.
이귀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썹이 휘어졌다.
“뭐야, 애잖아?”
흑사회의 본거지를 배경으로, 한 아이가 걸어왔다.
검은 옷과 복면을 보아 살수인 것 같다만, 그래봤자 아이.
“너도 흑운방이냐?”
이 상황에 길목을 지키고 있다면 흑운방 놈들이겠지.
“이야- 흑운방은 애새끼도 부려먹네?”
일귀가 킥킥거리며 비소했다.
아이가 돌연 손을 펼쳤다.
아이의 손에는 어느새 네 개의 비도가 들려 있었다. 아이의 몸에서 스멀스멀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섬뜩한 기운에 일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싸울 준비 해라.”
“…예.”
이귀 역시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는지, 한 걸음 물러나 활을 들고 화살을 장전했다.
‘절정 고수는 절정 고수라는 건가?’
설화는 순식간에 전투태세를 갖춘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
별호를 들었을 때에도 처음 듣는 별호라 하였는데, 역시나 모르는 놈들이다.
‘이전 생에는 흑사회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보네.’
옥면선생이라는 놈이나 이 독수쌍귀라는 놈이나 없었던 걸 보면.
‘어쨌든….’
이놈들의 운명은 이전과 같겠지만.
촤악-
비도를 꺼내든 설화의 입매가 복면 아래에서 빙긋, 휘어졌다.
“너희가 비도를 그렇게 잘 쓴다며?”
“너… 누구냐?”
“어차피 죽을 텐데 알아서 뭐 해?”
“흑운방이 아니구나.”
“그렇게 알고 싶으면, 내 비도를 세 번 피해 봐. 세 번 이후에도 살아 있으면 이름 정도는 알려줄게.”
“이 새끼가!”
쉬익-!
일귀가 비도 세 개를 날렸다.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