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73화(173/319)
* * *
설화가 독수쌍귀의 목을 가지고 흑사회에 돌아왔을 때, 상황은 이미 정리된 후였다.
항복하지 않는다면 독수쌍귀의 죽음을 보여주려 하였으나, 그럴 필요도 없었다.
흑운방이 흑사회주와 남은 수뇌들 그리고 수하들을 묶어 제압할 동안, 령은 흑사회주실에서 옥면선생과 대면했다.
설화는 몸을 숨긴 채 옥면선생의 반응을 살피며 령에게 전음으로 지시했다.
“그래서, 네 놈이 누구라고?”
“옥면선생이라 하오.”
“옥면선생이라. 흑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별호로군.”
“내, 내가 붙인 것이 아니오. 흑사회 놈들이 붙인 것이지…!”
옥면(玉面).
얼굴이 옥처럼 고울 때 쓰는 표현이다.
정파에서 옥면이라는 표현은 보통 얼굴이 훤칠하고 고운 이에게 쓰이니 칭찬에 가깝다.
하나 이곳은 흑도다.
거칠고 강한 인간상이 이상향인 이곳에서 옥면선생이라?
“조롱이로군.”
“…그렇소.”
“그런 조롱을 받으면서 왜 이런 곳에 남아 있었지?”
“…달리 갈 곳이 있어야지. 빌어먹을 책사 노릇이라도 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흑도든 백도든 상관없었소.”
“그 결과가 이것인가?”
옥면선생이 이를 까득, 갈았다.
흑사회에 딱히 애정을 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 와서 세력을 키우고 기반을 닦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고작 스무 명 남짓하던 작은 세력이 자신 덕에 이렇게까지 큰 거면서…!
“나도… 이리 배신당할 줄은 몰랐소.”
“흑도에 몸을 담고 배신당할 줄 몰랐다니. 안일한 대답인지 멍청한 대답인지 모르겠군.”
“큭….”
“흑사회가 왜 이리되었다고 생각하지?”
“당신이 강하기 때문이오. 또한 흑사회가 배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적에게 겁 없이 달려들었기 때문이고.”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자가 책사랍시고 설쳤기 때문이 아니고?”
“!”
“능력 있는 책사였다면 흑사회주를 설득시켜 이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게 하지 않았을까?”
“…맞소.”
흑사회주를 설득시키지 못한 것부터가 책사로서 실격이다.
주군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책사가 어찌 책사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의 말이… 맞소. 흑사회가 이리된 것은 내 탓이오.”
“아니.”
“…?”
“흑도 세력 간의 다툼이 어찌 책사 탓이겠는가? 애초에 내키는 대로 사는 놈들이 순순히 말을 따를 리가 없지 않겠나?”
말 잘 듣는 놈들이었으면 그게 흑도겠는가?
“….”
가면을 쓴 얼굴이 삐딱하게 기울어졌다.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옥면선생은 그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흑사회가 이리된 것은 네 말대로 약하고 아둔해서다. 너의 불찰이라면 그런 흑도에 와서 책사 노릇을 해 보겠다고 한 것 정도이려나.”
“…지금 나를 놀려먹으려는 것이오?”
낮은 웃음소리가 회주실을 울렸다.
옥면선생이 설핏, 인상을 찌푸렸다.
령의 말이 이어졌다.
“네게 기회를 주려 한다.”
“기회…?”
“선택해라. 이대로 흑도를 떠나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갈 것인지, 내 곁에 남아 그 빌어먹을 책사 노릇을 더 해 볼 것인지.”
옥면선생이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벙긋거렸다.
흑도 수장들의 정보나 알아내려고 불러온 줄 알았는데, 뭐? 제 책사가 되지 않겠느냐고?
“나를… 순순히 보내준단 말이오?”
“내가 너를 죽이기라도 할 줄 알았나?”
“…당연히.”
쓸모가 다하면 죽일 거라 생각하였지.
“아녀자를 겁탈하였던 적 있나?”
“…없소.”
“이유 없이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지.”
“사람을 사고팔아 이윤을 남긴 적 있나?”
“그런 행위는 증오하는 쪽이오.”
설마 그런 일을 자신에게 시키려는 것인가?
설화의 질문이 이어질수록 옥면선생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결론은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래서 너를 살려주는 것이다.”
“…겨우 그런 것 때문에?”
그 정도는 대개….
‘아.’
이곳은 흑도지. 독수쌍귀 녀석들만 해도 셋 중 두 가지를 즐겨하였다.
흑사회주 역시 흑사회의 주요 전력이었던 그들을 말리지 않았고.
‘그 말은, 이자는 그 세 가지 모두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흑도의 수장이면서?
옥면선생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로 령을 흘낏, 바라보았다.
‘가면 탓에 표정을 읽을 수가 없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소?”
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무얼 하려는 것이오? 무엇을 이루고자 세력들의 힘을 모으고 나 같은 자를 쓰려 하는 것이오?”
“글쎄. 그런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엔 서로를 너무 모르는 것 같지 않은가?”
“…!”
옥면선생이 숨기고 있는 정파의 내공을 겨냥한 말이었다.
옥면선생이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제 정체는 끝내 밝히지 않을 모양이었다.
– 련주님. 이런 자를 정말 곁에 두실 생각이십니까?
령이 설화에게 물었다.
– 의심스러울수록 곁에 두어야지. 정파의 내공을 가지고 어째서 흑도까지 흘러들어왔는지 정도는 알아낼 때까진.
– 하나, 이 자가 남겠습니까?
– 조롱을 받으면서까지 흑사회에 남아 있던 자야. 딱히 갈 곳이 없다는 거겠지.
말하는 것으로 보아 나름 머리를 잘 굴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전 생을 알 수 없는 비범한 자는 곁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낫다.
– 옥면선생에게 말해.
령이 설화의 말을 옥면선생에게 전했다.
“떠나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하나는 약속하지.”
옥면선생이 흔들리는 시선으로 령을 올려다보았다.
“내 곁에 남는다면 썩 괜찮은 책사로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 * *
옥면선생은 떠나지 않았다. 그 대신 흑사회에 속한 모든 이들에 관하여 제 소견을 정리해 올렸다.
판단의 기준은 설화가 그에게 하였던 세 가지 질문이었다.
설화는 령과 함께 옥면선생의 보고를 참고하여 흑사회도들의 처분을 결정했다.
남은 이들 중에는 독수쌍귀처럼 손속이 잔인하고 목숨을 쉬이여기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에 대부분의 흑사회도들이 살아남았다.
흑사회주 역시 목숨을 부지했다.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였고, 이러나저러나 흑사회를 이끌 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설화는 그들을 다시 흑사회로 돌려보내고 이레에 한 번씩 동향을 보고하도록 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흑운방주가 들어와 령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그러나 그 인사는 령의 뒤, 얇은 문 뒤에 있는 설화를 향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