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74화(174/319)
* * *
헉, 허억, 헉….
유강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 멀리 떨어진 구양도를 바라보았다.
벌써 며칠째일까.
구양도는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걷고만 있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언제 멈추려 하는지 기약도 없었다.
그의 한 보폭을 따라잡으려면 유강은 열 걸음을 걸어야 했고, 사실상 달려야 겨우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만큼이나 걸었을까.
우우우-
“!”
어디선가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유강은 멈칫, 주위를 살폈다가 또다시 얼른 구양도의 뒤를 따랐다.
이따금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주위를 살필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또 얼마나 뒤를 쫓았을까.
험난한 돌길을 올라갈 때였다.
휙-!
“으악!”
무언가 검은 물체가 유강을 덮쳤다.
유강은 반사적으로 땅을 박차며 튀어 올랐지만, 울퉁불퉁한 돌길 탓에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넘어졌다.
“헉… 허억… 헉….”
유강은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덮친 것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세 배는 커 보이는 몸집의 늑대였다.
문제는 늑대에게서 풍겨 나오는 탁기.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불쾌한 감각의 기운이었다.
‘마물인가…?’
마물에 관하여선 화산파에 있을 때 서책을 통해 읽은 적 있다.
정순한 기운이 한데 모여 평범한 동물의 범주를 뛰어넘게 되는 동물이 영물이라면, 마물은 반대로 탁한 기운이 한데 모여 악한 기운을 품게 되는 동물이라고 했다.
영물이나 마물이나 일반적인 동물의 크기보다 배는 크고, 가죽은 질기다 못해 단단하며 평범한 경신술로는 도망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다만 마물은 공격성이 짙어 마주치면 위험하다고 했다.
꼴깍.
유강은 마른 침을 삼켰다.
구양도의 기척은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멀리 가 버린 것 같았다.
‘어르신을… 따라가야 하는데….’
하나, 지금은 그를 쫓는 것보다 눈앞의 마물이 문제였다.
크르르르르….
핏빛으로 물든 눈동자가 번들거리고, 드러낸 이에선 침이 흐른다.
자신을 향해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쉬이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유강은 저도 모르게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이내 멈추었다.
‘…나는….’
나는, 검을 써선 안 돼.
배운 검술이 화산파의 것뿐이니, 검을 쓰면 자연스레 화산에서 배운 것을 쓰게 될 것이다.
화산은 자신을 용서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떠나겠다고 우긴 자신의 무공마저 폐하지 않았다.
그들이 끝까지 자신을 지켜준 만큼, 자신 역시 화산을 향해 끝까지 도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니 자신은 검을 써선 안 된다.
화산의 검이 아닌 다른 검을 쓸 수 있게 되기 전까진, 절대로.
크아앙!
마물이 유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각-!
“큭…!”
유강은 반사적으로 검집을 들어 마물의 공격을 막았다.
카각! 카카각!
“저리…가…!”
퍼억-!
내공을 실은 발길질로 마물의 배를 걷어찼다.
마물이 깨갱! 하며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이내 다시 일어나 곧장 달려들었다.
크르릉!
탓-! 타닷!
유강은 가까스로 달려드는 마물을 피하며 마물이 휘두르는 앞발을 쳐냈다.
이따금 내공을 실은 발과 주먹으로 반격했지만, 마물은 잠시 주춤할 뿐 더 분노한 기색으로 달려들었다.
‘이대론….’
싸움이 길어질수록 지쳐가는 것은 유강이었다.
구양도를 따라잡기 위해 며칠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달려온 몸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지쳐갔다.
“헉…허억…헉….”
크르르…크르르르….
유강과 마물의 대치가 이어졌다.
유강은 직감했다.
‘다음은 못 피해. 질 거야.’
검을 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탁기가 마치 갑옷처럼 둘러져 있어 충격을 막는다.
처음 내공을 실어 발로 찼을 땐 어느 정도 타격이 들어가는 것 같았으나, 같은 공격이 반복되니 마물이 적응해 가고 있다.
그에 반해 자신은….
“….”
덜덜 떨리는 제 손을 바라보던 유강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호흡했다.
여기서 죽더라도 쉬이 물러서진 않을 것이다. 자신 역시 생명을 태우게 되더라도.
‘살아낼 거야.’
“덤벼!!”
크르르릉!!
늑대 마물이 유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쩍 벌린 날카로운 이빨이 그를 단숨에 삼키려는 듯 번득이고, 유강이 주먹을 말아쥐는 찰나.
쉬익- 서걱.
“!”
유강은 그 순간, 시간이 멈추었다고 생각했다.
번쩍이는 기운이 찰나에 허공을 가르고.
거대한 늑대 마물의 목과 몸통이 공중에서 뎅강, 분리되었다.
철퍽-! 퍼억!
마물은 죽음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포효하는 모습 그대로 두 동강 나 죽었다.
마물에게서 흘러나오는 피가 고여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강은 이내 강기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뚝 선 바위 위에 구양도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도강….’
이 거대하고 질긴 마물을 단번에 베어낼 정도로 거대하고 두터운 기운. 공기를 가르는 것이 아닌, 공간을 찢는 듯한 느낌.
화산파 어른들에게서 보았던 검강과는 또 다른 위력에 유강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딱, 삼켰다.
“검을 좀 다룰 줄 아는 애송이에서 검도 못 쓰는 애송이가 된 것이더냐.”
유강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구양도를 향해 포권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말은 바로 하거라. 도와준 게 아니라 살려 준 거다. ”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인 어르신!”
구양도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시선이 유강의 곁에 놓인 검을 향했다.
“끝까지 검을 뽑지 않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