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75화 (1부 완)(175/319)
* * *
핫-! 하앗!
남궁세가의 연무장에는 주야로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림세가에 어울리는 전경이었다.
연무장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단상 위.
남궁무천이 천명을 짚고 선 채 무인들이 펼치는 검법을 지켜보았다.
“대연검법 전 3식 중 제2식!”
하앗! 하!
흑룡대주의 구령에 맞추어 펼쳐지는 남궁의 검은 며칠 새 꽤 단단해졌다.
처음 가문 전체의 훈련을 시작했을 때 괴로워하던 장로들과 당주들 역시 어느새 가장 앞에서 무인다운 기개를 드러내고 있었다.
가문의 어른들이 앞장서서 수련하니, 내당 무사들을 넘어 외당 무사들과 어린 무사들까지 수련을 향한 열의가 끓어올랐다.
그 열기 속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왔다.
남궁무천은 시선을 들어 높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짧게는 3년, 길게 4년.’
짧다면 짧은 시간, 길다면 긴 시간.
이미 남궁을 제외한 네 개의 세가에 화합을 위한 회동 제안 서신을 보내 놓았다.
하북팽가와 모용세가 그리고 제갈세가에서는 회동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보내 왔다.
남은 것은….
“아버지.”
남궁무천이 뒤를 돌아보았다.
첫째, 청운이 그를 향해 인사를 올린 뒤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사천당가에서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남궁무천이 서신을 풀어 내용을 읽어내렸다.
청운이 궁금한 눈치로 물었다.
“당가에선 무어라 답하였습니까?”
남궁무천이 서신을 도로 접어 청운에게 내밀었다.
심각한 표정에 청운은 조금 불안해하며 서신을 읽어내렸다.
그가 내용을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응하겠다고 하였다.”
남궁무천이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청운의 표정 역시 밝아졌다.
“이로써 다섯 세가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군요…!”
“그래.”
남궁무천이 흡족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바빠지겠구나.”
* * *
연회장 내에 싸한 정적이 흘렀다.
시비는 제게 내밀어진 술잔을 보며 잔뜩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왜 그렇게 서 있지? 술을 따라 보라 하였다.”
“고, 공자님~”
한쪽에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총괄 기녀가 뒤늦게 달려와 령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령이 그녀를 제지한 탓에 그녀는 곁에 앉으며 황급히 말했다.
“그 아이는 기녀가 아니라 저희 기루에서 일하는 한낱 시비랍니다? 술잔을 따를 이가 필요하면 말씀하시지요~ 공자님께 술을 올리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많으니, 그 아이들을 불러….”
“난 이 아이에게 술을 따르라 하였지 다른 이를 들이라 하지 않았다.”
“하, 하오나….”
“모두 나가라. 당장.”
령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총괄 기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리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령을 향해 정중히 인사했다.
“하면,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부르세요, 공자님. 문 앞에 있겠습니다.”
총괄 기녀와 예기들이 전부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연회장의 문이 닫히고 드넓은 연회장 내에는 령과 시비만이 남게 되었다.
시비는 덜덜 떨며 다가와 령의 잔에 술을 따랐다.
술잔을 든 손을 바라보며 령이 입을 열었다.
“이리 떠는 모습이 자연스러우니 모르는 이들은 쉬이 속겠군.”
“네, 네…?”
“그대를 만나러 왔다는 말이오.”
“….”
“하오문주.”
시비의 떨림이 우뚝, 멎었다.
따르던 술이 잔을 채우고도 넘쳐 령의 손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령이 입을 열었다.
“허튼 생각은 하지 마시오. 내가 설마 문주를 만나러 오는데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을까. 그대가 마주하고 있는 그 아이를 죽여도 내 정체를 밝히진 못할 것이오.”
령은 설화의 말을 전하고 나서야 하오문주가 자신을 죽이려 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시비가 잔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시비의 표정은 어느새 한층 차분해져 있었다.
“…어떻게 아셨죠?”
“무공을 익힌 흔적은 쉬이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문주인 그대가 직접 나타나다니 퍽 무모하군.”
“하룻밤 유흥에 장사가 떠나갈 정도의 돈을 뿌려대며 연회를 연 것은 저를 불러내려 함이 아니었던가요?”
“그러니 그대는 더욱 몸을 숨겼어야지.”
“어떤 세가의 도련님이 이리 방종한지 궁금하여 참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녀는 하오문주다.
자신의 권역 안에서 거액을 뿌려대면서도 철저하게 정체를 숨기려 하는 이를 제 눈으로 확인하려 하였을 것이다.
숨기는 것이 있다는 건 곧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니까.
“다음부턴 좀 더 조심하는 게 좋겠소.”
“당신처럼 대신할 자를 보내라는 건가요?”
“나쁘지 않은 방법이오.”
“그것만큼 무책임한 방법도 없지요.”
“….”
“제 목숨 하나 구하고자 다른 이를 내세운다니. 그것만큼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하오문주의 말에 설화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과거의 하오문주는 이렇게도 생각하는 사람이었구나.’
이전 생에 자신이 알던 하오문주는 혈마를 만나러 왔을 때를 제외하곤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하오문주를 찾기 위해 수많은 하오문도들이 죽어가도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겼다.
어떤 변화가 이랬던 그녀를 바꾼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나를 도와주시오. 그대와 하오문이 필요하오.”
“싫습니다. 하오문은 누군가의 아래에 복속되어 움직이는 세력이 아니지요. 당신이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인다 해도 하오문이 당신을 위해 일할 일은 없어요.”
“내게 복속되라는 것이 아니오.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지.”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습니다만.”
“장사(長沙)는 크게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지. 그 세력 간의 암투로 죽어 나가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소. 그 문제를 해결해 주면 되겠소?”
하오문주가 멈칫했다.
화려한 거리의 뒤편에서 벌어지는 세력 간의 암투는 장사에서 밥 벌어 먹고사는 이들이 아니고서야 쉬이 알 수 없는 일이다.
거대 주루와 상단이 얽혀있어 웬만한 힘을 가진 세력이 아니고서야 끼어들 수 없을뿐더러, 실질적으로 싸움을 벌이는 이들은 주루와 상단이 고용한 흑도 방파.
어쭙잖은 정의감으로 뛰어든 자들은 하루아침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기 일쑤였다.
그 암투에 힘없는 기녀들과 점소이, 최하층의 양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죽음에 관심 두지 않았는데.
“…그걸 해결하겠다고요?”
“보다시피 난 돈이 많고, 강하오.”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들이 몇 명일 것 같나요?”
“누군가는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지 않소?”
바라고 있다.
아주 간절히.
하지만 그것만으로 하오문이 가진 정보력을 함부로 건넬 순 없었다.
더군다나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
“나는 흑도 세력을 연합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