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부 외전 1화(176/319)
1부 외전. 이무기
본좌(本座)는 이무기다.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온 영존(永存)의 존재지.
하여, 너희같이 우매한 인간들은 본좌의 생각을 절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본좌는 천하의 모든 것을 알고, 꿰뚫어 보고 있으니 사는 것이 그저 지루하였다.
하나, 근래 본좌의 흥미를 끄는 것이 하나 생겼다.
남궁설화라 하는 어린 인간이다.
남궁가의 인간들을 수없이 만나 보았지만, 이 아이같이 묘한 인간은 처음이더군.
살아 있는 자에게서 죽음의 냄새가 나고, 몸은 어린 인간 같은데 말과 행동은 여타 성인 인간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이 가능한가?
아주 오랜 시간을 살아온 본좌조차도 알지 못하는 바였다.
하여, 본좌의 힘을 빌려주기로 하였지.
오해하지 말거라.
본좌는 아무에게나 힘을 빌려주지 않는다.
본좌의 힘을 빌려주게 되면 그 인간이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하기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거든.
오랜 시간을 살아 보니 가장 편한 것은 그저 산 속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간혹 내 영역을 침범하는 인간들의 도전을 받아 주기도 하고 말이지.
구양도라는 녀석도 꽤나 재미있는 놈이었지만, 본좌는 남궁설화를 택하였다.
그럴 거면 영단을 주지 그랬냐고?
영단을 주면 내가 죽는데 어떻게 줘!
그리고, 내 영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왜냐? 본좌는 위대하니까!
“뭐 해?”
이무기의 가슴팍에 붙어 있던 가루가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방에 들어온 설화는 침대에 꼿꼿이 머리를 추켜든 채로 굳어 버린 이무기를 흘낏 보곤 제 할 일을 했다.
큼, 흠.
이무기가 쉭, 쉭, 소리를 내며 설화의 발치로 기어 왔다.
[얘기는 잘 끝낸 것이냐?]설화는 하오문주와의 약속대로 장사(長沙)의 암투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해결이라고 해 봤자 암투를 벌이던 세 개의 세력 수장들을 굴복시켜 싸움을 종식시킨 것이지만.
어찌 되었든, 오늘은 그 세 개의 세력 수장들을 만나고 온 길이다.
“셋 다 사도련에 들어오기로 했어.”
[호오, 순순히 말이냐?]“대신 장사에서 가지고 있는 권리들을 유지해 주기로 했지. 그들 입장에선 수입원을 유지해야 하니까.”
[하오문주라는 인간의 반응은 어떻더냐?]“놀라더라.”
장사를 지배하고자 하는 이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세력 다툼을 잠재우지 못하였으니, 놀랄 만도 했다.
“그것보다….”
설화가 이무기를 빤히 응시했다.
[…?]“너 살찐 것 같지 않아?”
[내가 말이냐? 난 모르겠는데.]“입가에 묻은 당과 흔적이나 닦고 말하는 게 어때?”
뱀의 혀가 날름 입가를 훔쳤다.
그 모습을 본 설화의 눈썹이 착, 가라앉았다.
“작작 좀 먹어.”
[작작…! 사도련주가 되었더니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어린 인간 주제에! 본좌는 이무…!]“련주가 키우는 뱀이 요즘 들어 무거워 보인다는 소문이 자자하더라.”
[…!]“네가 그렇게 말하는 하등한 인간들이 귀여워해 주니까 좋은가 봐?”
그 길로 설화는 방을 나가 버렸다.
동그란 머리가 닫힌 방문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 *
본좌(本座)는 이무기다.
오늘은 하오문주의 딸아이를 찾겠다고 이곳에 왔다.
딱 보기엔 거지소굴인 듯싶은데.
이런 데에 살고 있다니.
하나, 그것보다 놀라운 건 이런 곳에 그 아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이 녀석이다.
인피면구를 써서 남자아이인 척하는 이 어린 인간, 남궁설화 말이다.
[대체 이런 곳에 하오문주의 딸이 있는 것을 어찌 안 것이냐?]이 어린 인간은 때때로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든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견한다든지.
위대한 본좌조차도 알 수 없는 것을 어찌 한낱 인간이 알 수 있단 말인가?
[이번에도 말해 주지 않을 작정이더냐?]-….
[흥. 건방진 것.]힘을 빌려주는데도 이리 숨기려 들다니.
지금껏 힘을 빌려준 인간 중에 이토록 건방진 놈은 보지 못했다.
고얀 것.
당과도 마음껏 못 먹게 하고.
남궁설화는 거지소굴을 망설임 없이 누비고 다녔다.
제 집 마당 다니듯 돌아다니는 어린 인간을 거지들이 되레 신기한 듯 쳐다본다.
이미 길을 아는 듯한 눈치였다.
[와 본 적 있느냐?]-응.
[언제?]-어릴 때.
[….]이 어린 인간이 가장 이해되지 않을 때는 지금 같은 때이다.
본좌와 만난 것이 어린 시절이었는데, 더 어린 시절에 이런 곳을 와 보다니. 당최 더 어린 시절엔 어찌 살았다는 말인가.
하지만 남궁설화는 8년간 남궁세가를 떠나 살았다고 하였으니, 그럴 수 있나.
남궁설화는 얼마 가지 않아 웅크려 누워 있는 거지 앞에 멈춰 섰다.
거지가 부스스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매듭이 두 개구나.]본좌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매듭이 있다는 것은 개목일진대.
참고로 개목은 3년간의 수습 거지인 백의개를 지나고 정식으로 매듭을 부여받은 일반 개방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중에도 매듭이 두 개면 일반 개방도 중에는 높은 놈.
[거지들은 더러워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너보다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구나.]“뭣이여?”
거지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비뚜름하게 남궁설화를 올려다보았다.
그놈 참, 눈깔이 매서운 게 훌륭한 거지상일세.
“네가 춘팔이야?”
남궁설화의 물음에 개방도의 눈썹이 더 비뚜름하게 휘어졌다.
맞는 모양이다.
대체 남궁설화는 길거리 거지의 이름을 어찌 알고 있는 것일까.
“넌 누군데?”
“장청이라고 해.”
“모르는 놈인데?”
“처음 보니까.”
“뭔데? 먹을 거 사 줄 생각 아니면 가라.”
남궁설화가 들고 있던 보따리를 춘팔이라는 거지에게 내밀었다.
이곳에 오기 전, 거리에서 산 만두였다.
저 만두가 이걸 위한 만두였군.
춘팔이라는 거지는 날름 보따리를 풀더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남궁설화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가 조금은 유순해졌다.
“뭘 원하는데? 참고로 나 아는 거 별로 없다.”
“후개가 되고 싶지 않아?”
춘팔이 쿨럭, 쿨럭, 기침을 터트렸다.
입안 가득 물고 있던 만두 잔해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더러운 놈.
남궁설화는 역시 예상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옆구리에 차고 있던 호리병을 풀어 춘팔에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