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부 외전 2화(177/319)
* * *
본좌(本座)는 이무기다.
결코 인간 따위에겐 휘둘리지 않는 위대한 영물.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본좌같이 위대한 존재는 만나 보지 못했다.
천하의 생물들은 본좌를 마주하면 두려워 떨었으며, 인간들은 본좌를 경배했다.
어떤 이들은 본좌에게 찾아와 무릎을 꿇으며 힘을 빌려 달라 하였고, 어떤 이들은 본좌에게 도전하였지만 죽음을 피해 가지 못하였다.
본좌에게 수십 년간 빌었지만 힘을 빌려주지 않은 인간도 수두룩하다.
본좌에게 선택받은 것은 그만큼 위대하고 대단한 일이라는 말이다.
한데!
그럴진대!
수천 년간 여러 인간에게 힘을 빌려주었지만, 이토록 본좌를 무시하는 인간은 처음이다!
이토록 건방진 인간은 처음이란 말이다!
감히!
어린 인간 따위가 감히….!
본좌는 서운한 것이 아니다!
하늘을 찌르는 건방짐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뿐!
남궁설화. 네 녀석이 본좌의 힘 없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펑펑 울며 본좌를 찾게 해 주지!
* * *
그날부터 이무기는 설화의 앞에 나타나지 않은 채 뒤를 쫓아다녔다.
설화가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곁을 맴돌았다.
홀로 수련을 할 땐 혹여 제힘을 사용하는지 하지 않는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그러나 설화는 이무기의 힘을 쓰지 않았다.
남궁설화는 대외적으로 폐관수련 중이고, 사도련은 아직 세력이 작으니 혈교와 엮이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은 사도련주도 남궁설화도 아닌, ‘장청’이라는 남자아이.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는 힘을 쓸 수 없었으나, 그것을 알 리 없는 이무기는 설화가 자신의 힘을 쓸 때만을 기다린 것이다.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설화는 어디론가 향했다.
깊은 산 속이었다.
이무기는 홀로 산으로 들어가는 설화의 뒤를 쫓았다.
[쯧쯧. 겁도 없군.]힘도 없는 주제에 위험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이리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는 거지?
아니, 아니지.
위험한 일이 생기고, 힘의 필요성을 알아야 자신의 위대함을 깨달을 테니, 적당히 위험한 일이라도 생긴다면 좋겠군.
설화는 산을 오르고 올랐다.
설화가 향하는 곳은 혈마의 아이들이 모여 사는 혈교의 양성소.
거리의 아이들을 납치하여 혈교인으로 키워 내는 곳이었다.
설화가 납치되었을 때 살던 곳이 바로 혈교의 수많은 양성소 중 하나이기도 했다.
‘어디를 가는 것이지?’
목적은 있어 보이는데, 길은 점차 인적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니, 급기야 길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깊은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또다시 남궁설화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무기는 잠자코 설화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들어갔을까.
중간중간 경신술까지 펼쳐 험난한 길을 지나자, 놀랍게도 인적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길로 또 얼마간을 들어가니 숲속에 다 허물어져 가는 외딴 전각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이런 곳에…?’
이무기는 경악했다.
그 전각 안에서 어린 인간의 기척이 수십은 느껴졌기 때문.
이런 곳에 어린 인간이 있다고?
어째서?
이곳은 남궁설화와 같이 무공을 익힌 이가 아니면 쉽게 드나들 수 없는 위치다.
이런 곳에 무공은 익히지 않은 어린 인간들이 살고 있다는 건.
‘가둬 놓은 것이로군.’
인간은 때론 잔혹하기 그지없다.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인간의 악한 면모를 수없이 봐 왔지만, 악함은 끝이 없다.
단죄하고 단죄하여도 끊임없이 기어 나오는 벌레 같은 것들.
그런 놈들은 단번에 죽여 버려야 한다.
가차 없이.
살 가치도 없는 하등한 것들.
-이무기.
이글거리는 눈으로 전각을 노려보던 이무기가 갑작스러운 전음에 놀라 펄쩍 뛰었다.
잠시 신경 쓰지 못했던 설화가 이무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냐.]-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데, 나서지 마.
[뭐라?]나선다고? 본좌가?
[누구를 위해? 너를 위해?]-무슨 이유든.
[웃기지 말거라! 난 네놈이 호되게 당하는 모습을 구경하려고 따라온 것일 뿐이니!]-그래. 약속한 거야.
이무기는 뒤도 안 돌아본 채 수풀 속으로 스르륵, 사라졌다.
* * *
남궁설화가 전각으로 뛰어 들어갔다.
전각을 지키고 있는 무인은 다섯.
고작해야 일류 둘에 이류 세 명뿐이다.
남궁설화는 그들과 교전을 벌였다.
이류 무인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고, 가볍게 그들을 쓰러트리자 일류 무인 둘이 달려들었다.
남궁설화는 당연히 손쉽게 놈들을….
챙―! 채챙! 챙!
순식간에….
“죽여!”
채챙! 채앵!
“으아아!!”
“죽어랏!”
채챙! 채챙! 챙!
교전은 예상과는 다르게 꽤 오래 이어졌다.
황당하게도 남궁설화는 공력을 전혀 쓰지 않은 채로 일류 무인 둘을 상대했다.
일류는 공력을 쓰는 놈들.
기껏해야 휘두르는 검격에 공력을 싣는 것뿐이지만, 그런다고 해도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검의 위력 차는 엄청날 터인데.
남궁설화는 놈들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 내기보다 흘려 내며 놈들을 상대했고, 마침내 승리했다.
공력 한번 쓰지 않은 채 치른 전투였기에 평소보다 거친 숨을 토해 냈다.
피를 흘린 것 같기도 했다.
남궁설화는 숨이 채 안정되기도 전에 아이들의 얼굴을 살피며 누군가를 찾았다.
그러나 찾던 아이가 없는 것인지, 홀로 걸음을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남궁설화는 그들이 오는 것과 반대쪽으로 가서 높은 나무 위에 몸을 숨겼다.
본좌가 다가갔다.
[어째서 공력을 쓰지 않았느냐?]-정체를 드러내면 안 되니까.
[저 아이들은 무공을 모르는 아이들이다. 네가 어떤 공력을 가지고 싸우는지 알아볼 것 같으냐?]-혹시 모르지. 눈이 좋은 아이가 있을 수도 있고, 무공을 익힌 아이가 있을 수도 있고.
[저 아이들은 누구냐?]-납치된 애들. 대부분 고아야. 돌봐 줄 사람 하나 없고 사라져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아이들.
[저 아이들을 데려다가 무얼 하려는 것인데?]-걸러 내고 길러 내는 거지. 순순히 복종하는 부하들을.
그때, 빠르게 가까워지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