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8)_2
“나는 내 손으로 우리 가족을 죽였어. 가문을 멸문시키고, 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했어.”
[….]“죽기 전에야 알았어. 내가 남궁의 아이였다는 걸. 내가 따르고 섬겨 왔던 사부이자 주군이 사실은 나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걸.”
남궁설화의 얼굴에 난 생채기가 아파 보였다.
인간이 다친 모습을 본 건 셀 수 없이 많은데. 인간의 죽음 따위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 어린 인간은 왜.
이리도 아파 보이는 것이냐.
“내가 다른 사람은 모르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물었지?”
[이제 궁금하지 않….]“그래서 그래.”
[….]“시간을 돌아, 다시 살게 돼서.”
솨아아―
풀내음을 실은 바람이 우리 사이를 관통해 갔다.
남궁설화의 입가엔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사실일까.
이 아이의 말이 전부 진심일까.
본좌가 아는 남궁설화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인간이다.
그러니, 사실이다.
“미안해. 일찍 믿어 주지 못해서. 나는 감정이 무뎌서 상대의 기분을 잘 헤아리지 못해.”
오랜 시간을,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아왔거든.
금제가 걸려 있어서 자세한 건 말해 줄 수 없지만, 때가 되면 전부 알려 줄게.
너는 나와 줄곧 함께할 테니까.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 삶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
차분하게 이어지는 말에서 남궁설화의 목소리는 그저 덤덤했다.
본좌는 아이의 말을 잠자코 들어 주었다.
그저 들어주었다.
길고 긴 침묵 끝에 흘러나온 어린 인간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 * *
본관의 커다란 문이 열리고 하오문주가 들어섰다.
그녀의 모습을 본 사도련의 수장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오문주의 모습이 이전에 알고 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옥면선생, 저 여인이 하오문주가 맞소? 이전에 보았을 땐 분명 노파였는데?”
“제가 본 모습은 어린 시비였습니다. 정체를 감추고 있다는 건 예상하였지만 저 모습은….”
“예상했다기엔 제일 많이 놀라는 것 같은데.”
웅성이는 좌중들 사이로 하오문주가 옥좌 앞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사도련주님을 뵙습니다.”
옥좌 위에는 사도련주의 모습을 한 령이 앉아 있었다.
“오랜만이오. 하오문주. 딸은 만나 보았나?”
“련주님께서 신경 써 주신 덕에 무사히 해후(邂逅)할 수 있었습니다. 련주님의 넓으신 아량에 감사할 뿐입니다.”
“인사가 다소 과하군.”
“저와 제 딸아이를 살려 주신 분께는 어떤 말도 부족하지요.”
하오문주가 짧게 숨을 골랐다.
그녀의 목소리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련주께서 저를 찾아오셨을 때 하셨던 말들을 전, 믿지 못하였지요. 하나, 련주께선 저와의 약속을 끝내 지켜 주셨습니다.”
하오문주가 품속에서 상자를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더니 직접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설화의 팔뚝만 한 단검이 들어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귀해 보이는 단검이었다.
“현철로 만들어진 단검입니다. 충성의 징표로 련주님께 바치겠습니다.”
침묵하던 장내가 일순 술렁였다.
그 귀하다는 현철로 만들어진 검이라니.
단검이라 하여도 값을 매길 수 없이 귀한 것이 아닌가!
모두가 들뜬 가운데 하오문주가 옥좌 아래 머리를 조아렸다.
“오늘부로 이 하오문주와 하오문은 사도련주님의 것입니다. 문주님의 사람으로 힘써 보고자 하오니 부디 거두어 주시지요.”
이전의 도도하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는 완전한 복종의 태도.
수장 중 하나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원하시던 바를 이루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련주님!”
“좋은 사람을 얻으셨으니, 사도련은 이제 더더욱 강대해질 일만 남았습니다!”
“경하드립니다!”
“경하드립니다, 련주님!”
탄식과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하오문.
사도련이 성장하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어 줄 발판을 얻게 되는 순간이었다.
[축하한다. 남궁설화. 네가 이루고자 하는 모습에 한 걸음 가까워졌구나.]<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1부 외전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