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77화(180/319)
“안 됩니다!”
설화에게 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옥면선생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러나 설화의 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옥면선생은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일룡의 곁에 서며 읍소했다.
“이건 철혈방 놈들의 함정입니다! 우리가 쌍응방(雙鷹幇)과의 전투 후 전력이 약해진 틈을 타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 분명합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옥면선생의 말에 힘을 실어준 것은 하오문주였다.
“지금 당장 철혈방의 도발에 반응하는 건 멍청한 짓입니다. 책사님의 말씀대로 사도련은 큰 전투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사도련이 사천을 지배하던 거대 흑도 세력과 싸워 그들을 굴복시킨 지 이레가 채 지나지 않았다.
사도련의 수하들은 지쳐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옥면선생과 하오문주가 걱정하는 것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수하들이 연이은 전투에 갖게 될 불만도 불만이었지만, 약해진 상황에 예견되는 전력 손실이었다.
“이기면 되지 않소!”
일룡이 버럭 소리치며 나섰다.
“철혈방을 무너트리면 전부 해결되는 문제 아니냐고! 그럼 수하들도 좋아할 거요!”
“옳소! 이참에 철혈방에게 사천의 매운맛을 보여 줍시다!”
“사도련이 뭡니까! 연맹 아닙니까! 피를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련주님!”
혈기 넘치는 몇몇 수장들이 일룡의 편을 들고 일어섰다.
흑운방은 사도련의 시작을 함께한 방파로, 사도련 내에서의 위상이 컸기에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하오문주와 옥면선생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철혈방은 쌍응방과는 다릅니다. 쉬이여길 상대가 아니지요. 지금의 사도련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기세가 기울어지면 분명 철혈방 쪽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세력들이 있을 겁니다. 그 수가 많아지면 필시 패하게 될 것이고 하면, 여태껏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트리는 꼴이 되는 겁니다.”
두 사람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했다.
사도련의 책사와 정보 조직의 수장의 발언이기에 이 또한 함부로 무시할 수 없었다.
기세등등하게 소리를 높이던 무리가 한풀 꺾였다.
“아, 글쎄 이기면 된다니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내 아우가 죽게 생겼는데 가만히 두고만 보란 말이오?!”
“조직을 위해 작은 희생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어찌 눈앞의 이득에만 눈이 멀어 천 길 낭떠러지는 못 보십니까!”
“뭐? 지금 나보고 눈이 멀었다고? 그러는 네놈은 검도 제대로 못 드는 주제에, 대신 나가서 싸워달라고 할까 두려운 것이냐?!”
“뭡니까?!”
“그만.”
점차 과열되어 가던 언쟁이 설화의 말 한마디로 종식되었다.
순식간에 차가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과열된 분위기의 여운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리해서라도 맞서야 한다는 쪽과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쪽이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 사이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사도련은 철혈방이 걸어온 도발에 응하지 않는다.”
그 결정에 양측의 반응이 엇갈렸다.
한쪽 얼굴엔 승리의 미소가, 한쪽 얼굴엔 절망감이 번졌다.
평소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던 수장들은 사도련주의 방어적인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하오문주와 옥면선생의 미소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 일은 나 혼자 움직이도록 하지.”
“!”
“…?!”
하오문주와 옥면선생 그리고 수장들까지 경악한 표정으로 설화를 돌아보았다.
하오문주가 다급히 되물었다.
“설마, 홀로 철혈방으로 들어가시겠다는 것입니까?”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직접 철혈방으로 가서 철혈방주를 만나겠다.”
“련주님!”
“이번 도발은 명백히 사도련을 무시하는 행태다. 나아가 사도련의 핵심인 흑운방의 장로를 건드린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바.”
수장들의 표정이 빠르게 밝아졌다.
“단.”
“….”
“우리 귀한 책사와 하오문주의 의견을 쉬이 넘길 수야 없지. 그대들의 말을 따라 수하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부, 부담을 주지 않으신다는 것이….”
혼자 쳐들어가겠다는 거라고…?
하오문주와 옥면선생의 얼굴에 뜨악함이 번졌다.
자신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렇지만.
‘그것이 련주님 혼자 적진으로 뛰어들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황당한 결정에 반응하지 못하는 것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복수를 부르짖던 수장들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에 허를 찔린 반응이었다.
보다 못한 수장 하나가 설화를 말리며 나섰다.
“철혈방이 괜히 흑도 3대 세력이라 불리는 것이 아닙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철혈방주의 무위가 초절정의 극에 달하고, 그에 준하는 고수만 다섯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 곳을 어찌 홀로 쳐들어가시겠다는 겁니까?”
그간 설화는 사도련의 세력 확장 전투에 되도록 직접 나서지 않았다.
사도련은 흑도 연맹(聯盟).
직접 나선다면 세력을 키우기야 쉽겠지만, 소속 세력들의 결속력을 다지기에는 좋지 않았다.
본디 제 손으로 쟁취한 승리가 더욱 달콤한 법.
하여, 본 회의에 참석하는 수장들 중에도 설화의 무위를 직접 본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다수가 련주의 선택을 무모하다고 여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나.
“지금까지 철혈방의 오만함을 참아준 것은 동남을 지키고 있을 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혈교의 본거지가 있는 운남의 흑도 세력을 조심스레 규합하는 동안 철혈방은 동남의 세력을 한데 묶어둘 방편이었을 뿐.
설화는 제 사람을 건드리면서까지 걸어오는 철혈방의 도발을 참아 줄 생각이 없었다.
“개가 주인을 무는 것을 봐주는 것은 자비가 아니라 멍청한 짓이지.”
설화의 입꼬리가 비소를 머금었다.
“이 기회에 흑도 세력의 패권이 누구의 손에 있는지 바로 알려줄 것이다.”
수장들이 시선을 나눴다.
진심인가?
정말 혼자 그 피 냄새 진동하는 곳을 쳐들어가시겠다고?
대부분의 수장들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설화는 선포했다.
“사흘 내로 철혈방주가 찾아와 내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 * *
“크하하하!”
쾌활한 웃음이 철혈방의 담장 너머로 터져 나왔다.
“멍청한 놈들! 지금쯤 제 동료가 죽어 가는 것만 쳐다보며 손가락만 빨고 있겠지! 크하하하하!”
철혈방주의 호탕한 웃음에 철혈방 장로들 역시 웃음을 터트렸다.
철혈방주가 장난스레 물었다.
“쟤들이 과연 잡힌 놈을 구하러 올까?”
처음 이 계략을 제안한 장로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투를 사리는 놈들이니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와 주면 더 고마운 일이지요. 이참에 싹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흐흐.”
“그렇지, 그렇지. 근본도 없는 놈들이 우리 철혈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자체가 맘에 안 들었어! 이참에 그 싹을 완전히 밟아 버려야지!”
“차라리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어서 쳐들어와라, 이놈들아! 크하…하?”
철혈방주가 돌연 고개를 꺾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장로들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철혈방주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그리고 그가 곁에 놓아두었던 철퇴를 집어 드는 순간.
콰앙―!
“으아악!”
“악! 뭐야!”
돌연 철혈방 본각의 천장이 커다란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본각에 있던 철혈방의 방주와 장로들은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싸며 떨어져 내리는 잔해들을 피했다.
몇몇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돌덩이에 맞아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