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78화(181/319)
이놈은 진짜다.
사도련주가 공력을 발산하는 순간 철혈방주는 보았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동자를.
그건 분명 죽음의 사자였다.
그 죽음의 사자를 마주하는 순간, 철혈방주는 철혈방 전체가 맞선다 해도 사도련주 하나를 쓰러트리지 못할 것을 직감했다.
쿵―!
철퇴가 땅에 곤두박질쳤다.
쿵―!
철혈방주의 무릎 역시 땅에 닿았다.
쿵―!
철혈방주가 머리를 박았다.
검을 뽑은 채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던 철혈방의 장로들은 멍한 표정으로 방주를 바라보았다.
철혈방주가 소리쳤다.
“내 귀한 분을 몰라뵈었소! 부디 이놈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오!”
순식간에 돌변한 철혈방주의 태도에 설화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히 죽기 싫은가 보네.’
철혈방주는 이전 생에 혈교에 입교하여 꽤 큰 입지를 다지던 인물.
이전 생에도 눈치와 태세전환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가히 소문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내 사도련주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이다! 이리도 호쾌하고 훤칠하신 분인지는 몰랐소! 하하하!”
가면 쓰고 있는데?
“우리가 비록 적이었지만….”
“내 수하나 데려와.”
“뭣들하고 있느냐! 어서 흑운방의 장로를 모셔 오지 않고!”
멍하니 방주의 아부를 지켜보던 장로들이 다급히 삼봉을 데리러 뛰쳐나갔다.
이윽고 만신창이가 된 삼봉이 양손이 묶인 채 끌려왔다.
얼마나 맞은 것인지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다.
철혈방주가 허둥지둥 그에게 달려가 결박을 풀며 소리쳤다.
“이런 멍청한 놈들! 내 손님을 귀히 모시라 하지 않았더냐!”
삼봉은 어리둥절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설화를 발견한 그의 눈이 퉁퉁 부은 틈새로 살짝 커졌다.
“련주님!”
설화가 그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잠시 주위 철혈방의 눈치를 보던 삼봉이 후다닥 설화 쪽으로 달려왔다.
“련주님! 보고 싶었습니다! 저놈들이 절 어찌나 갈구던지…! 이제 죽은 목숨이라며 련주님을 비웃었습니다!”
흐허헝― 눈물을 터트리는 삼봉을 토닥여 주며 설화는 철혈방주를 바라보았다.
철혈방주가 흠칫하여 말했다.
“그으, 것이. 내가 조금만 더 련주를 빨리 만났다면 이런 일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오. 이건 소문이 잘못했소.”
사도련주의 무위가 대단하다 하였지 이토록 범접할 수 없는 고수라곤 안 했잖아?
“내가 앞뒤 분간 못 하는 얼간이도 아니고. 안 그렇소?”
설화가 철혈방주 곁에 선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설화의 소매에서 칠흑같이 검은 뱀 한 마리가 툭, 떨어졌다.
철혈방주와 장로들이 흠칫, 놀랐다.
뱀은 쉭, 쉭, 소리를 내며 정신을 잃은 장로 중 하나에게 기어갔다.
철혈방주에게 사도련을 도발하자는 계략을 제안한 장로였다.
― 깨어있는 게 한둘이야?
누가 흑도 놈들 아니랄까 봐. 기절한 척하는 연기가 일품이네.
애초에 장로씩이나 되는 놈들이 돌덩이 좀 맞았다고 쓰러지는 게 말이 안 되었다.
― 그래서. 걔가 삼봉을 잡아가자고 얘기한 놈이라고?
[그래. 내가 똑똑히 들었다. 사도련이 근본 없는 놈들이라고 하더군.]근본 없는 놈들이라고 한 사람은 정확히는 철혈방주였지만.
본디 때린 놈보다 부추긴 놈이 더 재수 없는 법이다.
두들겨 맞아 엉망이 된 삼봉을 흘낏 본 설화는 이무기가 말하는 장로의 곁으로 가서 그의 손을 잘근, 밟았다.
아주 작게 크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무시한 채 철혈방주에게 물었다.
“그래서. 사도련을 도발하라는 건 누구 생각이었지?”
철혈방주가 크게 당황했다.
그의 눈동자가 설화의 발아래 쓰러져있던 수하를 짧게 향했다.
“그, 그건 왜….”
“사도련의 다섯 수하를 죽이고 내가 아끼는 수하 하나를 데려가 놓고, 맨입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나?”
철혈방주가 마른침을 꼴딱, 삼켰다.
“너희들도 똑같이 여섯의 목을 내놓아야 수지가 맞겠지. 하니, 말해라. 이번 일을 계획한 놈이 누구지?”
철혈방주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계획한 놈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말 한마디에 밟혀있는 수하의 목이 날아갈 상황.
철혈방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쿵―!
그가 무릎을 꿇었다.
“내가 지시했소!”
호오.
그가 제 가슴팍을 쿵! 치며 말했다.
“누가 계책을 내었던 철혈방주는 나요! 어찌 수하들에게 책임을 넘길 수 있겠소! 하니, 죽이려거든 나를 죽이시오!”
그런 것치곤 입술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발치의 수하를 연신 흘낏거리고 있었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철혈방 장로들은 그런 방주의 뒷모습을 보며 감격하고 있었다.
[참으로 뻔뻔한 놈이군. 어째서 저놈이 방주인지 알겠어.]― 3대 세력의 방주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설화가 넘볼 수 없는 무력과 지도력으로 사도련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철혈방주의 장점은 바로 저 뻔뻔함인 듯했다.
그래도. 저 정도면 충분하겠네.
밟고 있던 발에 힘을 주자, 아래쪽에서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끄윽, 소리가 났다.
끝까지 정신을 잃은 척하려는 것인지, 몸을 부들거리면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설화는 이만 걸음을 돌렸다.
“사흘 주지.”
퉁퉁 부은 삼봉이 검은 연기에 휘감겨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어? 하는 그를 뚫린 천장으로 올려 보내며 철혈방주를 향해 말했다.
“사흘 안에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해라. 하면, 철혈방이라는 이름 정도는 지킬 수 있게 해 주지.”
“하, 하면….”
살려준다는 뜻?
“사흘이다.”
탓―!
설화의 신형이 튀어 올라 순식간에 뚫린 지붕 너머로 사라졌다.
철혈방주와 철혈방의 장로들은 흙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멍하니 뚫린 하늘만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즈음.
털썩.
철혈방주가 허, 하며 주저앉았다.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제 목을 어루만졌다.
“사, 살았구나….”
정말 살았어.
저 악귀 같은 놈에게서….
철혈방주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사도련주.
4년 전, 호남성(湖南省) 장사(長沙)에 돌연 나타난 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