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80화(18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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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철혈방이 사도련의 밑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북쪽의 만마보가 남았으나, 머지않아 그들 역시 사도련의 휘하로 들어갈 것이라고도 하니 실상 사도련은 중원 흑도 연합이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총관 남궁문의 말에 천호전이 일순 일렁였다.
사도련의 위명이 이곳, 남궁세가에까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대략 3년 전이다.
정보에 밝은 이들은 4년 전이라 하였지만, 사도련이라는 이름을 길거리 어린아이들까지 알게 된 것은 3년 전부터였다.
그전에는 잠시 나타났다 사라질 흑도 방파쯤으로 여겼던 사도련은 이제는 명실상부한 중원의 패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질서를 세우겠다, 뭐다, 떠들어도 결국 흑도는 흑도일 뿐입니다. 이대로 놔두었다가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기세를 꺾어놓아야 합니다.”
“하나, 사도련이 나타난 후로 무분별한 악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까. 흑도를 완전히 멸절할 수는 없으니 사도련의 기강 잡기가 나쁜 것만은 아니지요.”
“거기다 명분이 없지 않소, 명분이. 사도련을 치려면 적당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이것 참…. 줄타기를 기가 막히게 하고 있으니….”
“통행료를 뜯어먹는 수적이나 산적들도 도가 지나쳐야만 토벌하는 판에, 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세력을 명분 없이 토벌하게 된다면 천하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이렇다 할 해결책은 없는 셈이었다.
사실, 사도련의 몸집을 걱정하여 탁상공론을 벌이는 것은 남궁세가뿐만이 아니었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그뿐 아니라 이름 좀 있다, 하는 세력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사도련의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그러나 눈앞의 물이 새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구멍을 막을 방법은 없으니,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결국, 모두가 상석을 바라보았다.
천호전의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장로들과 당주들의 설전을 지켜보던 남궁무천이 음, 침음했다.
그 작은 소리에도 천호전 내에는 정적이 흘렀다.
“소가주는 이를 어찌 생각하느냐?”
남궁무천이 오른편을 바라보았다.
장로들의 가장 앞, 소가주의 자리에 서 있던 남궁청운이 시선을 들었다.
짧게 고민하던 청운은 고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묘조장(揠苗助長)이라 하였습니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냐?”
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도 세력이 용이라면 사도련은 호랑이입니다. 호랑이가 용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굳이 성질을 건드려 싸움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요.”
“계속 말해보거라.”
“백도 세력에게 토벌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흑도들을 규제하고 있으니, 그것이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남궁무천의 입꼬리가 휘어졌다.
청운이 말을 이었다.
“후에 어리석은 호랑이가 자만하여 날뛴다면 그때 잡으면 그만이고, 끝내 제 주제를 잊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습니다.”
흑도들이 날뛰는 것을 막아 줄 테니까.
“지금 당장 사도련을 토벌하려 한다면 그들은 더욱 결속하려 들 것입니다. 하니, 이 문제는 두고 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지금 당장 해결 방법이 없다는 장로들의 말과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백도를 용에 비유한 청운의 말은 천호전의 공기를 순식간에 뒤바꾸었다.
사도련을 향한 두려움과 실체 없는 기우가 어느새 자신감으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가주의 자질은 결국 따르는 이들을 이끌 역량을 갖추었느냐에서 판가름 나는 것.
청운의 말에 천호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은 그동안 청운이 소가주로서의 위치를 제대로 공고히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남궁무천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소가주의 말이 옳다. 하나, 사도련의 세가 점차 커져 가는 것을 마냥 좌시할 수도 없는 일. 이번 세가 회동 때에 이에 관한 회의를 할 것이니 사도련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규합해 놓거라.”
“알겠습니다. 가주님.”
“사도련이라….”
남궁무천이 옥좌의 팔걸이를 툭, 툭, 건드렸다.
사도련이 나타난 이후 제멋대로 날뛰던 흑도들의 악행이 잠잠해졌고, 그로 인해 중원 일각에서 평화를 찾게 되었으니, 평범한 민초들 사이에서 사도련의 평판은 나날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사도련주가 쓰고 다닌다는 검은 가면이 점포마다 늘어나 어린아이들이 너도나도 쓰고 놀 정도였다.
그에 따라 사도련주에 관한 소문도 가지각색이었는데.
‘10대 고수 중 하나다.’
‘반로환동한 노고수다.’
‘10대 고수를 키운 사람 중에 하나다.’
별의별 말이 돌고 있었다.
남궁무천은 그러한 소문을 믿지 않았지만, 사도련이라는 세력을 주시할 필요는 있었다.
남궁무천이 사도련에 관한 생각에 빠져있을 때였다.
“가주님.”
누군가 천호전의 안으로 다급히 들어왔다.
흑룡대주 남궁혁이었다.
“무슨 일이냐.”
“설화 아가씨께서 인사를 드리고자 하십니다.”
“!”
남궁무천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청운 역시 잠잠한 표정이 일순, 놀라움을 머금었다.
“설화라 하였느냐?”
“예. 설화 아가씨께서 조금 전 폐관 수련을 마치시고 본가로 복귀하셨다 합니다. 하여….”
“어서, 들어오라 하거라.”
“예. 가주님.”
순식간에 천호전의 내부가 들뜬 목소리로 술렁였다.
장로들과 당주들은 4년 전 모두의 앞에서 뛰어난 남궁의 검술을 선보였던 그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폐관이 길어지기에 궁금하였는데.
“얼마나 강해지셨겠습니까? 4년 전에도 무재라 들었던 분이 아니십니까.”
“아무리 4년이 긴 시간이었다곤 해도 큰 변화야 있겠습니까? 공력이 조금 는 것뿐이겠지요.”
“지난 4년간 가주님께서 가문인들의 수련을 봐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차라리 우리가 더 강해졌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나, 기대되는군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 같다는 감이 옵니다.”
술렁이는 와중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천호전의 입구만 바라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남궁무천과 남궁청운이었다.
남궁무천은 기감을 잔뜩 세워 계단을 타박타박 오르며 가까워지고 있는 설화의 위치를 확인했다.
‘드디어….’
설화가 돌아왔구나!
돌아올 때엔 초절정의 경지를 이루겠다고 하였지.
하나, 이루지 못했더라도 상관없다.
무사히, 다친 곳 하나 없이 돌아와 주었다면 그것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청운 역시 무천과 다르지 않았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천호전의 문만 노려보았다.
하도 주먹을 꽉 쥐어서 핏기가 사라질 정도였다.
타박, 타박.
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들떠서 떠들던 장로들과 당주들 역시 숨을 죽인 채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는 이를 바라보았다.
타박, 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