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81화(184/319)
* * *
“…아가씨…?”
빨래가 담긴 바구니를 툭, 떨군 여율의 눈가가 빠르게 그렁그렁해졌다.
설화가 양팔을 벌리자, 여율은 지체 없이 설화를 향해 달려와 안겼다.
“아가씨이이!!”
“잘 지냈어?”
“아가씨! 정말, 정말 보고 싶었어요! 정말…!”
여율이 흐앙, 울음을 터트렸다.
본가를 떠날 때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설화는 여율의 들썩이는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내 처소, 잘 지키고 있었지?”
“그럼요! 매일 청소하고, 요도 갈아놓고, 혹여 아가씨께서 갑자기 오실까 봐 물도 매일 데워놓고…!”
그렇게까지…?
역시, 천객원을 담당하던 시비다웠다.
“고생했네.”
설화는 후아앙, 울음을 터트리는 여율의 머리도 토닥여 주었다.
“4년이나 지났는데 변한 게 없군. 아가씨 옷 더럽히지 말고 떨어져라.”
여율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설화의 뒤편에 어느새 령이 서 있었다.
“무사님!”
령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여율의 키는 4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설화와 엇비슷하던 키는 이제 내려다볼 정도였다.
“무사님도 오셨군요! 무사니이이임―”
령이 달려드는 여율의 머리를 붙잡아 세웠다.
여율은 어떻게든 령을 안으려 허우적거리면서도 반가움의 울음을 터트렸다.
여율을 막아내고 있긴 했지만, 령 역시 반겨 주는 것이 싫진 않은 눈치였다.
그렇게 전각의 시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자니 잠시 후 청운이 돌아왔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달려온 것인지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는 설화를 와락 끌어안았다.
“돌아왔구나. 드디어 돌아왔어.”
설화 역시 청운을 꼭 끌어안았다.
“다녀왔어요. 아버지.”
“그래. 잘 돌아왔다.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청운이 설화의 어깨를 붙잡은 채 황급히 몸 곳곳을 살폈다.
“없어요. 하나도요. 어때요, 아빠? 저 키도 많이 자랐어요.”
청운의 눈썹이 낮게 휘어졌다.
다친 곳을 살피던 시선은 어느새 훌쩍 커버린 딸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정말 많이 컸구나. 몰라볼 정도로 많이 컸어. 네가 이리 자란 모습을 엄마도 보았다면 참 좋아했을 텐데.”
설화는 이무기가 보여 주었던 기억 속에서 보았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엄마의 얼굴에 대한 명확한 기억은 남아 있지 않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고 감싸 주었던 엄마.
그 후에 이무기의 환상이 자신의 기억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하였을 때, 목이 콱 막혀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그건, 슬픔이었다.
분명, 슬픔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있었기에 엄마라는 존재를 그리워하는 법을 배웠고, 가족이라는 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아빠가 되찾고 싶어 하는 삶의 모습을 조금은 그려 볼 수 있었다.
“그러게요. 엄마가 보셨으면 정말 좋았겠어요.”
덤덤하게 내뱉은 말에 청운의 눈이 동그랗게 올라갔다.
“어때요? 저, 엄마를 조금 닮았나요?”
울 것 같기도, 감동한 것 같기도 한 복잡한 표정을 짓던 청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 엄마를 빼닮았지. 엄마도 너처럼 이렇게 곱고, 예뻤단다.”
“조금, 궁금한 것 같아요.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요.”
“우리 설화처럼 하얗고, 웃음이 예쁜, 연꽃 같은 여인이었단다. 다만, 키는 설화보다도 이만큼이나 작았어.”
청운이 양손으로 두 뼘 정도의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같이 서면 아버지를 항상 올려다봐야 해서 같이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단다. 대신 다과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다과를 나누는 걸 좋아했지.”
“따뜻하신 분이셨나요?”
“누구보다 따뜻하고 또 의협심도 넘치는 여인이었어. 가끔은 그 작은 몸에 대장부가 들어있는 것 같았더라니까?”
청운이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것은 네가 엄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하구나.”
하하, 잔잔하게 흘러나오던 웃음은 이내 씁쓸함을 머금었다.
청운이 설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구나.”
아이가 자라, 엄마를 궁금해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기쁘고 슬픈 일이었구나.
당신을 떠올리며 웃을 날이 이제는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
그것이 기쁘고, 또 한없이 씁쓸했다.
“들어가자. 오랜만에 만났으니,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
“네. 아버지.”
* * *
캉―! 카캉! 카앙!
이른 새벽, 남궁세가 가주전의 연무장엔 검과 검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가 채 뜨기도 전부터 수련에 나선 이는 다름 아닌 설화와 남궁무천이었다.
지난 저녁.
청운과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총관이 찾아와 물었다.
‘혹, 새벽 수련을 하신다면 내일은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가주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돌아오자마자 남궁무천과 수련이라니.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설화는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지금.
캉―! 카캉! 캉!
설화의 날카로운 시선이 남궁무천의 빈틈을 찾아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검이 닿는 순간, 빈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묵직한 중검이 그녀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남궁무천의 움직임은 크지 않으나 태산 같았고, 빠르지 않으나 매번 설화의 검을 한치 앞섰다.
검을 나눌수록 설화는 처음으로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느꼈다.
공력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검만을 나누고 있음에도 차이는 점차 두드러졌다.
공격하는 쪽은 오로지 설화였으나 설화는 자신이 점차 밀리고 있다는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생을 돌아와 다시 검을 잡았을 때,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검수가 될 자신이 있었는데. 이 순간은 그것이 가능할지 의심마저 들었다.
“조급하구나.”
쉬이익! 카아앙―!
설화의 검이 남궁무천의 검을 든 팔목을 노리고 쇄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남궁무천의 검은 그 자리에 있었다.
남궁무천이 검을 쳐냄과 동시에 설화의 검이 붕 날아갔다.
허공을 날아가 저만치 떨어진 검을 바라보던 설화는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남궁무천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늘었구나.”
“아직 멀었어요.”
“네 나이에 이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훌륭한 것이다. 천하제일이라도 되려는 것이더냐?”
“가능하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