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5)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82화(185/319)
진각(震脚).
쉽게 말해 땅을 밟는 것. 발을 구르는 동작을 말한다.
“모든 검법엔 보법이 따르고, 보법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바로 진각이다.”
남궁무천이 쿵! 땅을 밟았다.
“땅을 어떻게 딛느냐에 따라 같은 보법이라도 다른 위력을 낼 수 있지.”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연무장이 쿠쿠쿵, 흔들렸다.
지하에 만들어진 연무장이었기에 마치 천장이 무너질 듯한 위압적인 울림이었다.
“옳게 쓴다면 상대의 중심을 무너트릴 수 있고, 반대로 어떠한 검도 받아낼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진각이다.”
남궁무천이 스르릉, 천명을 발검했다.
그러곤 천천히 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화의 시선이 흔들렸다.
남궁무천의 검이 그리고 있는 것은, 설화의 독문무공 천뢰검법이었다.
“너의 검은 빠르면서도 무거운 것이 강점이지. 짧은 순간 폭발적인 위력을 내는 것 역시 흥미롭더구나.”
검로, 보법, 호흡.
그는 설화가 펼친 검법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었다.
완성도야 3성 정도에 그쳤지만, 단 한 번 본 것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만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하나, 검 끝에서 터지는 폭발력이 부족하다. 이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남궁무천이 내디딘 발 주위로 기파가 퍼졌다.
조금 전과 비슷한 힘이었으나, 연무장이 울리지는 않았다. 다만.
파앙―!
남궁무천이 정면으로 검을 내지르는 순간, 마치 공기가 터져나가듯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이윽고 조금 떨어져 있던 설화의 머리카락이 바람을 맞듯 나부꼈다.
“차이를 알겠느냐?”
남궁무천이 설화를 바라보았다.
설화의 눈빛은 그 여느 때보다도 맑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는 설화를 보며 남궁무천이 빙긋, 미소 지었다.
“하나, 스스로 깨우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주신 가르침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할게요.”
“그래. 충분히 잘하리라 믿는다.”
아니, 설화라면 해낼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 검법을 대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가 기대된다.
어릴 때부터 하나를 가르쳐 주면 백을 아는 아이였으니.
‘이레면 해내려나.’
흠.
남궁무천이 설화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아이라면 이레가 아니라 사흘 만에….
“할아버지?”
“위험하군.”
“네?”
남궁무천이 허허, 웃으며 어리둥절한 설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마터면 과욕을 부릴 뻔하였군.’
무엇이든 제 것으로 빠르게 흡수하는 아이는 위험하다.
빠르게 배우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니 더 많은 것을 가르치고, 이끌어 주고 싶다.
아이 스스로 제 길을 찾아가겠다고 했건만.
이 아이를 더욱 훌륭하게 키워내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만 머리를 추켜들었다.
그러나 과욕은 언제나 화를 불러오는 법.
남궁무천은 그러한 마음을 갈무리하며 말했다.
“가장 좋은 것은 네 무공의 기반을 돌아보는 것이다.”
“기반이요?”
“모든 무공은 스승이 존재하는 법이다. 동물의 동작을 보고 만들었든, 하늘을 보고 만들었든, 기반이 되는 무공이 있을 터. 네 검법엔 본가와 무광의 독문무공이 그것이겠지.”
답을 알지 못할 때는 처음으로 돌아가라.
무공의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을 되돌아보라는 얘기였다.
“너는 그 누구보다 본가의 무공에 해박하니, 미흡한 것은 무광의 무공일 것이다.”
설화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각과 부족한 기본기.
확실히, 스스로 돌아보아도 그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사부님의 보법은 지금의 나라도 똑같이 따라 할 수 없을 거야.’
섭무광의 뇌전 무공의 특색은 보법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그렇기에 섭무광이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칠 때 보법을 먼저 가르쳤던 것이다.
하지만 여태껏 설화는 그의 보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섭무광의 보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천뢰보(天雷步)가 완전해지지 못한 이유였다.
‘역시 사부님을 뵈어야겠어.’
다시금 가르침을 받아봐야지.
그렇게 결심한 설화가 남궁무천에게 물었다.
“비풍검께선 언제 돌아오시나요?”
“돌아오지 않는다.”
“네…?”
돌아오지 않는다니?
“무광은 본가를 떠났다.”
설화의 움직임이 우뚝, 굳었다.
본가를 떠나다니?
섭무광이? 어째서?
‘4년 전에 목숨을 구했잖아.’
이전 생과는 달리 무사히 돌아왔잖아.
그런데 왜 본가를 떠난 거지?
혼란스러워하는 설화를 보며 남궁무천이 섭무광이 떠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4년 전, 운남의 전투에서 공력을 흐트러트리는 독에 당했다. 본가로 돌아와 치료를 받으며 정양하였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였지. 본가에 남아 있으라 하였지만 구태여 떠나더군.”
“왜 제게 말씀해 주지 않으셨어요?”
“무광이 알리지 않기를 바랐다. 네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지.”
설화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방해라니. 당치도 않다. 어째서 그의 일이 자신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섭무광은.
‘사부님이시잖아.’
생을 돌아와 자신이 처음으로 인정하였던, 가르침을 받았던, 진짜 사부.
이전 생을 통틀어 올바른 첫 가르침을 준 사람인데.
어떻게 방해가 될 수 있을까.
“몰랐어요. 전혀.”
“네 탓이 아니다. 말해 주지 않은 탓이 아니냐.”
“하지만….”
아무리 알리지 말라 하였어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았다면 금방 눈치챌 수 있었을 터인데.
이전 생에 죽었던 시기에 섭무광이 살았고,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방심한 게 화근이었을까.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긴 했지만, 무인이 무공을 잃게 된다면, 그것을 산 것이라 할 수 있을까.
“…!”
일순, 설화가 퍼뜩 시선을 들었다.
“초련은요? 의약당주는 본가에 남아 있나요?”
남궁무천이 고개를 저었다.
“그 아이도 무광을 따라갔다.”
“!”
초련도 본가를 나갔다고?
설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초련도 본가에 없다니.’
그녀는 이전 생에 독월이라 불리던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