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6)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83화(186/319)
상대를 곧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은 초련뿐만이 아니었다.
아래로 내려 묶은 머리와 단출한 옷차림, 분을 칠하지도, 화려한 장신구도 하지 않은 수수한 인상.
이전에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초련의 모습에 설화 역시 낯선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길 잠시.
“…어머나…?”
툭.
바구니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설화의 눈이 살짝 커졌다.
‘초련…?’
저 여인이 초련이라고?
정말?
“아가…씨…?”
목소리는 익숙한 것으로 보아, 초련이 확실했다.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이전 생에도 초련의 수수한 차림은 보지 못하였으니까.
‘초련한테 이런 모습도 있었네.’
그 독기 어린 모습은 어디 가고.
하지만 초련의 이러한 변화가 싫지만은 않았다.
이전과는 달리 평화로워진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 것만 같아서 보기 좋았다.
“오랜만이네.”
설화가 옅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자, 초련의 입이 활짝 벌어졌다.
“어머, 아가씨!”
초련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정말 아가씨셨네요! 어머나, 어머! 그 작던 아기 고양이가 어쩜 이렇게…!”
놀라움과 감격이 뒤섞인 표정.
“정말 못 알아보겠어요! 어쩜….”
초련은 연신 설화를 훑어보았다.
4년 만에 훌쩍 자란 모습이 신기하기도, 대견하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러다 아차, 싶은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께서 여긴 어떻게 아시고…. 역시, 가주님이시겠죠?”
“할아버지 성격 알잖아.”
제 사람이라면 끝까지 돌보시려는 의협심.
그걸 빼면 천룡검황이 아닌걸.
초련이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세가를 떠난다고 떠나왔지만, 완전히 벗어날 순 없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일단 들어오세요, 아가씨.”
설화는 초련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들어갔다.
고작 한 칸짜리 방 두 개가 마주 보고 있는 작은 집이었다.
초련이 안내해 주는 방으로 들어가며 설화는 반대편 방을 바라보았다.
설화의 시선을 따라 본 초련이 말했다.
“아, 거기가 섭무광 씨 처소예요. 여기가 제 처소고요.”
“처소를 따로 써?”
“그럼요? 따로 쓰죠?”
설화가 멈춰 선 채 의아한 시선으로 초련을 바라보았다.
“왜?”
“왜긴요? 당연히 따로 쓰는 거 아닌가요?”
“둘이 혼인한 거 아니야?”
“아닌데요?”
“왜?”
“네?”
“….”
“….”
“어렵네….”
설화는 고개를 갸웃하며 초련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 후 차갑게 우린 차를 들고 초련이 들어왔다.
“마땅히 대접해 드릴 것이 없네요. 죄송해서 어쩌죠?”
“충분해. 마침 목말랐거든. 고마워.”
설화는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텁텁함이 느껴지는 것이 찻잎 역시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잔을 내려놓으며 방안을 둘러보았다.
남궁세가의 의약당주로 있을 때에는 의약당도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놓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 방은 필요한 물건 이외의 장식은 전혀 없었다.
‘생활이 녹록지 않은가?’
본가에서 설마 아무것도 챙겨 주지 않은 걸까?
설화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초련이 입을 대지 않은 자신의 차를 설화의 앞에 밀어주며 말했다.
“남궁세가에서 주신 돈은 받지 않았어요.”
“왜? 이전이랑 달라져서 못 알아봤어.”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런 의미 아닌 거 알잖아.”
자신은 자라서 달라진 것이고, 초련은 이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니까.
속세와 떨어진 듯한 이런 산 깊숙한 마을에 들어와 사는 것도 그렇고, 본가에서 주는 돈을 굳이 마다하는 것도 그렇고.
엮일 일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 것이 꼭….
“본가를 멀리하는 이유가 있어?”
일부러 피하기라도 하는 것 같잖아.
초련이 싱긋 웃었다.
“지금 생활로도 충분하니까요. 남궁세가에 계속 신세를 질 수는 없지요.”
“그건 신세를 지는 게 아니라 권리야. 초련은 본가의 의약당주였잖아. 사부님은 비풍대주셨고.”
“그래서 지금도 약초를 캐다 팔면서 살고 있어요.”
초련이 자신이 내온 찻잔을 톡톡 두드렸다.
“이 차도 산에서 직접 캐온 잎으로 우려낸 거랍니다?”
설화의 표정이 설핏, 굳었다.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는 것 같지만, 초련은 정작 설화의 물음에 대한 답을 피하고 있었다.
지난 4년간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왜 본가와 엮이는 것을 이렇게까지 피하려는 것일까.
이런 산골짜기에 들어와 숨어 살 듯 지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고 묻고 싶은 말이 많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대답을 들을 때가 아닌 듯싶었다.
때론 기다려 주는 것도 대화이니까.
설화는 두 번째 차를 또다시 단숨에 들이켰다.
“그래서 쓴맛이 느껴지는구나.”
“입에 쓴 것이 몸에는 좋은 법이랍니다.”
설화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은 어디 계셔?”
“지금은 약초를 캐러 산에 가셨어요.”
“약초를 캐신다고?”
섭무광이? 직접?
“약초를 구분하실 줄은 알아?”
“처음엔 이상한 풀만 뽑아오시긴 했죠?”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지 초련이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제게 몇 번 핀잔 들은 이후로는 잘 구분하시더라고요. 요샌 채삼꾼이 다 되셨다니까요?”
“상상이 안 되는데.”
약초를 찾아 산을 누비는 섭무광이라니.
“정말이랍니다.”
그래. 정말, 상상이 되지 않았다.
산을 누비는 모습을 떠올리면 여전히 풍뢰신에 걸맞은 경신술로 달리는 그의 모습이 떠오르니까.
“보고 싶다. 약초 캐시는 모습.”
“찾아가 보실래요?”
“만날 수 있을까?”
“마침 오늘은 돌산 쪽으로 간다고 하셨거든요. 거긴 지대가 그리 넓지 않아서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같이….”
“아니야.”
설화가 일어서려는 초련을 말렸다.
“나 혼자 가 볼게. 어딘지만 알려 줘.”
“어머, 괜찮으시겠어요?”
“응.”
* * *
설화는 초련이 알려준 돌산을 찾아 산을 올랐다.
산세가 험했지만, 설화에겐 어렵지 않은 길이었다.
깊은 산은 공기가 맑고 자연의 소리 외엔 고요했다.
여기저기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위험한 것은 없었다.
이런 평온함은 얼마 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