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85화(18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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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그건 그렇게 캐면 안 되지! 그건 뿌리가 약인데 뿌리를 다 잘라 먹으면 어쩌냐, 이놈아!”
설화가 캐던 약초에서 손을 놓고 엉거주춤 물러나자, 섭무광이 수습했다.
설화가 끊어버린 뿌리를 잔뿌리까지 수습하고 정리하는 손길이 능숙했다.
“이렇게 가져가면 초련이 얼마나 뭐라고 하는 줄 아냐? 에헤이, 망했네! 이거!”
“제가 끊은 거 아닌데.”
“그럼 누가 끊냐! 앙? 여기 귀신이 있냐 뭐가 있냐! 해 보고 싶다길래 시켜 줬더니, 뿌리나 끊어먹고 말이야!”
“그거….”
[크하하하학하학학학!]제 뱀이….
― 죽을래?
[하학학학학! 캭캭캭!]날름 뿌리를 끊어먹은 이무기는 어디로 도망쳤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통통하게 살 오른 뱀.
잡으면 확 구워 먹어버릴까.
설화는 억울했지만 솔직하게 뱀이 그랬다고 할 수도 없었다.
시무룩하게 앉아 있자니, 툴툴대던 섭무광이 그런 설화를 흘끔 돌아보았다.
“됐다, 이거 비싼 것도 아니다. 가서 손 씻고 밥이나 먹자.”
“네.”
두 사람은 개울로 가서 밥 먹을 준비를 했다.
섭무광을 따라다니며 약초를 캐다 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먼저 손을 대충 씻은 섭무광이 개울 바위 위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댓잎에 싼 주먹밥을 먹었다.
사라진 이무기를 눈으로 찾던 설화는 조금 늦게 손을 씻었다.
“두 분 왜 혼인 안 하세요?”
“푸븝! 쿨럭! 쿨럭! 컥, 쿨럭!”
설화가 의아한 눈으로 돌아보자, 섭무광이 입가를 닦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뭔 소리야?”
“그냥요. 왜 혼인 안 하시는지 궁금해서요.”
설화가 물 묻은 손을 탈탈 털고 적당한 바위를 골라 앉았다.
보자기에서 초련이 싸준 댓잎밥을 꺼냈다.
“대주님도 초련 좋아하시잖아요.”
“대주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누가 그래? 내가 걔 좋아한다고.”
“아니에요?”
매번 챙기고 신경 쓰고 궁금해하고.
그러면 좋아하는 게 아닌가?
“야, 나랑 걔는….”
“왜 같이 살고 계세요, 그럼?”
“그거는 걔가….”
“이상하네….”
설화는 댓잎밥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야, 넌….”
순진한 표정으로 우물거리는 설화를 어처구니없이 바라보던 섭무광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됐다. 네가 뭘 알겠냐.”
“맞아요. 아직 배워가는 중이에요.”
“아니…! 하…. 그 뜻은 아니었는데. 에이씨, 미안하다.”
섭무광이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입술만 뻐끔거릴 뿐 결국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다시 밥이나 먹으려던 그는 밥맛 떨어졌다는 듯이 들었던 손을 다시 내렸다.
설화가 입안 가득 우물거리던 밥을 삼키곤 물었다.
“사부님은….”
“내가 왜 사부야, 내가 왜!”
“그럼 뭐라고 불러요? 섭무광 씨라고 불러드려요? 아님 아저씨?”
“그냥 대주님이라고 불러, 이놈아!”
섭무광이 씩씩거리며 먹던 댓잎밥을 도로 싸버렸다.
“안 드실 거면 저 주세요.”
“너 다 먹어라, 이놈아.”
설화가 신나서 밥을 먹는 동안 섭무광은 흘러가는 냇가만 바라보았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이 정적을 잔잔하게 물들이길 한참.
“…내가 어떻게 그러겠냐.”
“?”
들릴 듯 말 듯 섭무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밥을 먹던 설화가 그를 바라보았다.
“난 그렇게 뻔뻔한 놈이 아니란 말이다.”
섭무광은 여전히 냇가만 보고 있었다.
턱을 괴고 있어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그렇다고 해 버리면, 평생 미안해서 못 살지. 이제 아무것도 없는 놈인데.”
“네?”
섭무광이 설화를 돌아보았다.
순진한 얼굴로 밥을 꿀꺽, 삼키곤 눈을 깜박이는 그녀를 보며 섭무광이 픽, 웃음을 흘렸다.
“아니다. 혼잣말이다, 혼잣말.”
설화가 빈 댓잎을 옆에 내려놓았다.
바위 위에 두 개의 빈 댓잎이 가지런히 놓였다.
“아빠가 그랬는데요.”
“그래.”
“사랑하는 건 뭘 하기 때문이 아니래요. 그냥 그 사람이기 때문에 전부 좋고, 전부 사랑하는 거래요. 가족이 되는 건 그런 거래요.”
“그건 네가 꼬맹이면서 아등바등….”
하도 뭘 하려고 하니까 네 아빠가 안쓰러워서 한 말이라고. 그렇게 말하려던 섭무광은 말끝을 흐렸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구나.”
네 말이 맞아.
무엇을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지.
아마 그 아이도 그렇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은 여전히 씁쓸한 일이다.
“다 먹었냐?”
“네.”
“가자. 늑장 부리다간 해 저물겠다.”
설화는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을 한 번 보고 앞서가는 섭무광의 뒤를 따랐다.
섭무광의 뒤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던 그가 걸음을 멈추곤 한 곳을 바라보았다.
설화 역시 서서 그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섰다.
“저쪽에 수련하기 좋은 장소가 있다. 가 볼테냐?”
“좋아요.”
섭무광이 앞장서서 가고, 설화가 그의 뒤를 따랐다.
한데, 어딘가 익숙한 길이었다.
[어제 거기 가는 것 아니더냐?]어느새 곁에 따라붙은 이무기가 물어왔다.
― 맞는 것 같아.
설화와 이무기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섭무광이 그녀를 데려간 곳은 바로 어제 그가 홀로 검술을 수련하던 그 자리였다.
“지나다니다 발견한 곳인데, 인적도 드물고 조용하니 좋더라.”
섭무광이 발로 슥슥, 땅을 문질렀다.
아닌 척, 어제 한 수련으로 남아 있던 보법의 흔적을 지운 것이었다.
“여기서 해라. 썩 쓸만해 보이니.”
섭무광은 잘 모르는 곳에 온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쯤 되니 아무리 설화라도 모를 수 없었다.
섭무광은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자신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설화의 검법을.
“오랜만에 검 좀 봐 주세요.”
설화는 메고 있던 망태기를 내려놓고 손을 털었다.
허리에 찬 검을 쥔 채로 텅 빈 곳의 중심에 섰다.
“내가 말이냐?”
“네. 기왕이면 감상을 말씀해 주셔도 좋고요.”
“이게, 어제부터 자신만만한가 보다?”
설화는 대답 대신 씨익, 웃었다.
섭무광의 시선이 문득 그녀의 허리춤으로 향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준 검을 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