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8화(18/319)
3장. 돌아온 아이
남궁무천과 약속된 저녁 식사는 남궁무천이 기거하는 가주전에 준비되었다.
깨끗하게 몸을 씻고 남궁에서 준비해 준 의복으로 갈아입은 뒤 일화는 가주전으로 향했다.
가주전의 내부는 이전 생에서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꽃밭엔 자홍색의 양귀비가 가득 피어 있고, 커다란 연못가엔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드리워져 있었다.
처음 남궁에 들어와 자신을 증명할 때 말하였던 바로 그 정원의 모습이었다.
“어서 오거라.”
식사는 연못 근처 누각에 준비되어 있었다.
남궁무천이 그녀를 맞이했다.
그의 뒤로 섭무광이 서 있었고, 시중을 드는 한 명의 시비를 제외하고 다른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편히 앉거라. 시비들도 물렸으니 괜히 눈치 볼 것 없다.”
“배려에 감사드려요.”
남궁무천에게 예의를 갖추어 인사로 화답한 후 일화는 의자에 앉았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지.”
그녀가 앉기 무섭게 상 위에 차려진 각종 산해진미가 둥둥 떠올라 그녀의 앞에 놓였다.
‘격공섭물(隔空攝物)….’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이 할 수 있다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능력.
손을 대지 않고 기를 움직여 물체를 움직이는 것이었다.
물체를 떠받칠 내력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기를 세심하게 다루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니 쉬이 펼칠 수 없는 묘기였다.
그러나 남궁무천은 마치 손을 움직이듯 손가락 하나 까딱이는 것만으로 자유자재로 격공섭물을 펼치고 있었다.
그 믿기 힘든 광경에도 일화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했다.
“다친 곳은 어떠하냐.”
일화의 앞에 맛있는 음식들을 몰아준 남궁무천이 물어왔다.
제 앞에 놓인 동파육 한 점을 씹어 삼킨 일화가 대답했다.
“괜찮아요.”
“아프진 않고?”
“네. 저는 감각이 둔하거든요.”
남궁무천의 눈썹이 묘하게 휘어졌다.
“감각이 둔하다는 게 무슨 뜻이더냐?”
일화는 꽃잎이 올려진 손가락 크기의 만두 하나를 집으며 대답했다.
“다섯 살 때 죽을 뻔한 적이 있었어요.”
남궁무천과 섭무광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으나 일화는 두 사람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때 절 살리겠다고 제 몸에 내력을 억지로 밀어 넣었는데, 그 탓에 기억과 감각을 잃은 것 같아요.”
일화는 만두를 입 안에 넣어 오물오물 씹었다. 고소한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맛있다.’
지난번에 섭무광이 데려가 준 만둣집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맛있네.
이런 질 좋은 음식만 먹으니 돈 많은 세가의 자제들 얼굴에서 윤이 나는 걸까?
남궁무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었지만, 일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열심히 음식을 먹던 중이었다.
“널 살린 이가 화오루의 루주더냐?”
한층 묵직해진 목소리로 남궁무천이 물어왔다.
일화는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네.”
“한데 어찌 그자를 배신하였느냐?”
“절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 또한 그 사람인 것 같아서요.”
“….”
일화를 가만히 응시하던 남궁무천이 침음하며 제 이마를 문질렀다.
죽음.
열셋의 아이가 저리 담담하게 말하기엔 너무도 무거운 단어가 아닌가.
그럼에도 아이는 마치 제 일이 아니라는 양 말하고 있다.
누가 이 아이를 이리 만들었는가.
‘기필코 찾아내 도륙을 내 버릴 것이다.’
식사가 차려진 연못 근처가 쿠구궁, 일었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막 음식을 삼킨 일화가 그를 바라보았다.
“남궁은 그들을 이길 수 없어요.”
남궁무천의 표정이 더욱 굳었지만, 일화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당장 그들과 맞선다면, 남궁은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더냐?”
“네.”
“내가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요.”
이전 생에서도 남궁은 혈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중원 세력이 힘을 합쳐도 비등한 무력이 될 터인데, 남궁만으로 그들을 무너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천하엔 10대 고수가 있다. 강호의 균형을 지키고 질서의 기준이 되는 이들이지. 이들 중 셋은 어떠하겠느냐.”
“화오루의 수뇌부 절반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 거예요.”
“하면 절반이라면 어떠하겠느냐.”
“화오루를 없앨 수 있겠지만, 루주를 죽이지는 못할 거예요.”
남궁무천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아이의 말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다.
천하 10대 고수가 누구인가. 천하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과도 같은 이들이다.
그들이 존재하기에 천하엔 평화가 흐르고 누구 하나 그 평화를 깨트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절반이 움직인대도 고작 주루의 주인 하나를 죽이지 못한다고?
“그들은 누구냐.”
일화와의 대화 속에서 남궁무천은 화오루의 뒤에 어떠한 세력이 있음을 알았다.
남궁무천의 물음은 그 세력의 정체에 대한 것이었다.
일화는 젓가락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찻물에 손을 담갔다.
찻물이 촉촉이 묻은 손으로 마른 탁자 위에 글자 하나를 새겨 넣었다.
‘금(禁)’
그 글자를 본 남궁무천과 섭무광의 표정에 경악이 어렸다.
섭무광이 나직이 읊조렸다.
“금제(禁制)…?”
금제. 어떠한 정보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어 둔 주술.
혈교의 금제는 고약해서 단어 하나만 말하려 해도 혈도가 터지고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게 되는 악질적인 사술이었다.
일화가 적을 앎에도 그들에 대한 정보 하나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이유였다.
“무광. 의약당주를 불러오거라.”
“예.”
남궁무천의 표정은 심각했다.
아이를 데리고 있던 화오루라는 곳은 그저 그런 흑도 방파일 거라 생각했다.
남궁의 힘이라면 쉬이 무너트릴 수 있는.
아이에게 화오루에 대한 것을 물어본 이유는 그들의 죄를 물어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기 위함이었다.
한데, 금제라니?
이 평화로운 무림에 어린아이에게 금제를 걸어 놓을 정도로 치밀한 세력이 존재했다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아느냐?”
“태산도 잠길 만한 해일이 몰려올 거예요. 피의 해일이요.”
아이의 말과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아이치곤 진중한 말이었고, 그렇기에 쉬이 넘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