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88화(191/319)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섭무광은 영물과의 싸움에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크고 작은 상처들이 그의 몸에 쌓여갔다.
그러나 그. 위험한 순간에도 섭무광은 진정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진정한 무사혼이었다.
공력을 상실하고도 이어온 수련은 무공을 깊이 깨닫게 하였고, 교전을 이어갈수록 그가 펼치는 초식은 점차 완전해지고 있었다.
분명한 성장이었다.
그가 죽을뻔한 위기 때마다 설화의 내공이 들끓었으나, 설화는 주먹을 꽉 쥔 채 참아냈다.
섭무광의 몸은 살릴 수 있을지언정 정신을 짓밟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까스로 버텨냈다.
믿어야 한다. 믿어야 한다.
그가 풍뢰신임을.
수많은 전장에서 단 한 번도 물러나지 않은 전신임을.
촤악―!
섭무광은 영물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대신 흘리거나 피하며 영물에게 계속해서 검상을 냈다.
그리 치명적인 공격은 아니더라도 분명 의미 있는 결과였다.
일어나고, 다시 일어나 영물을 상대했다.
단 번의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앙다문 채 영물과의 교전을 이어갔다.
“내가 네까짓 놈한테 죽을 성싶으냐!”
영물이 그를 향해 앞발을 휘두르는 순간, 그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순간적으로 무방비한 상태가 된 그를 향해 영물이 다른 발을 휘둘렀고, 그 전에.
촤악―!
섭무광의 검이 영물의 오른쪽 눈을 베었다.
그러나 섭무광 역시 영물이 휘두르는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그가 영물의 눈을 베며 영물의 공격이 엇나갔다는 것이었다.
퍼억―!
“크윽…!”
섭무광이 땅을 구르고 울컥, 피를 토했다.
그러나 고개를 추켜든 그의 얼굴은 밝았다.
“어떠냐, 이놈아!”
포효하는 영물을 보며 그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몸이 바로 풍뢰신이다, 이 말이다!”
하하하하!
어린아이처럼 웃는 그를 지켜보던 설화에게도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피었다.
* * *
영물이 흉흉하게 내뿜던 살기는 사그라든 지 오래였지만, 섭무광의 투지만큼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승리의 추는 기울어졌다.
쿵―!
마침내, 영물이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섭무광이 조금씩, 조금씩 넣은 공격이 결국, 영물의 생명력을 닳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콱―!
섭무광이 검으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검을 지지대 삼아 겨우 버티고 선 그의 숨이 거칠었다.
그러나 쓰러진 영물의 앞에 당당히 선 그의 표정은 밝았다.
― 응.
정말로 영물을 쓰러트렸다.
공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그가, 오롯이 그의 힘으로.
이 승리는 그의 정신력과 의지가 만들어낸 것이다.
“하아… 하….”
잠시 숨을 고르던 섭무광은 기력을 채 회복하기도 전에 다시 움직였다.
영물이 데려간 아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비틀거리며 숲속으로 들어가는 그를 지켜보던 설화의 곁으로 령이 다가왔다.
“아이는 살아 있습니다.”
섭무광의 교전이 일어나는 동안 주변을 살펴본 령이 아이의 생사를 보고했다.
“안전한 곳에 눕혀두었습니다.”
“대주님을 따라가. 아이와 마을로 돌아갈 때까지 지켜봐 줘.”
“알겠습니다.”
령이 섭무광의 뒤를 따라붙었다.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설화는 이내 섭무광과 교전을 벌였던 영물에게 다가갔다.
설화가 영물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곤 천천히 자신의 내공을 주입했다.
영물의 심장 쪽에서 거대한 힘의 근원이 느껴졌다.
영단이었다.
그러나 설화는 영단엔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역시. 마기의 흔적이 있다.’
설화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예상대로 영물에게는 조종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움직였어.”
[이전 생에 너를 잡아두었던 놈들 말이더냐?]“응.”
혈교의 육 혈주 중에는 마물을 거느리는 혈주가 있다.
바로 사(四) 혈주다.
어떤 방식으로 마물을 거느리는지는 모르지만, 사 혈주가 거느린 마물엔 마기의 흔적이 남는다.
무림에서 마기를 다루는 이들은 중원 서북쪽, 십만대산에 근거지를 둔 거대 세력.
마교(魔敎).
그 정보를 바탕으로 설화는 사 혈주가 마교의 사람이거나 마교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물이 아이를 물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 혈주의 개입을 예상했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가자.”
[어디를?]“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지.”
설화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높은 나무 위로 던졌다.
겉옷을 벗어 던진 그녀는 검은 무복 차림이 되었다.
설화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사도련주의 가면이었다.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가면을 뒤집어쓴 그녀는 어슴푸레 동이 터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뜨기 전에.
그들이 오기 전에.
내 사람을 지키기 위해.
탓―!
설화의 신형이 보랏빛 하늘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사라졌다.
* * *
사사삭, 사삭.
사도련의 접선지에 설화가 나타나자, 수십의 기척이 그녀를 주시했다.
이윽고 멈춰 선 설화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수십의 기척이 그녀의 앞에 도열했다.
사도련의 정예. 절정 고수 이상으로만 이루어진 사도련의 호법대였다.
“련주님을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