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91화(19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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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이 끝났다.
초련을 노리고 마을을 습격한 살수들이 전부 죽었다.
설화는 가면을 벗고 마치 산에서 뒤늦게 내려온 양 마을로 돌아왔다.
혈살귀를 상대하며 입은 상처는 산에서 복면인들을 만난 것으로 일축했다.
“복면인들이 혈왕독이라는 사람을 찾았어요. 들어보신 적 있나요?”
설화의 말에 섭무광과 초련이 움찔, 떨었다.
섭무광은 혈왕독이 초련이라는 것을 알기에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 정말인가요?
초련이 전음으로 물어왔다.
― 정말이야. 살막 명부에 네 이름이 올라가 있었어.
초련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공포에 질린 그녀의 모습을 섭무광이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
“저는 이만 령에게 가 볼게요.”
“그래.”
“말씀하신 약초는 준비해 두었어요, 아가씨.”
“고마워.”
설화는 방을 나와 맞은편 방으로 넘어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좀 어때?”
“버틸 만…합니다….”
설화가 령의 곁에 앉았다.
암기를 맞은 상처를 확인했다.
상처의 주위로 핏줄이 선연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역시, 혈화분(血化粉)이다.’
혈화분(血化粉)은 혈교에서 사용하는 독이다.
독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효과가 빠르고 오랜 시간 해독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일시적으로 적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 수 있기에 상대를 죽이지 않고 붙잡아야 할 때 쓰는 독이었다.
‘맹독은 아니어서 다행이긴 한데.’
혈화분이 나왔으니, 이로써 살막과 혈교가 긴밀한 관계인 것이 증명되었다.
하나, 살막의 주인인 혈살귀가 혈주인 것은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강하군. 당신의 경지를 잘 알았소.’
고작 열 합을 맞추었을 때, 물러나며 혈살귀가 한 말이다.
‘뭐 하는 거지?’
‘말했잖소. 나는 당신과 싸울 생각이 없다고. 이쯤에서 물러날까 하오.’
혈살귀는 예상과는 다르게 쉬이 초련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정말 사도련주인 자신의 무위만 가늠할 생각이었는지, 미련도 없어 보였다.
‘먼저 보낸 네 수하들은 어쩔 거지?’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 난놈이면 살아서 돌아오겠지.’
‘수하들을 버리는 건가?’
‘그리 아끼는 놈들도 아니오. 기왕이면 죽여 주시오. 원망이라도 품으면 귀찮은 일이 아니오?’
그 말을 끝으로 혈살귀는 돌아갔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살막을 찾아오라는 말을 남긴 채.
혈살귀는 끝내 혈공의 혈 자도 드러내지 않았고, 그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령이 당한 암기의 독이 혈화분이 아니었다면, 살막과 혈교의 관계 역시 미궁으로 빠질 뻔하였다.
“엎드려 누워 봐. 이거 입에 물고.”
령이 설화가 내민 약초를 입에 문 채 돌아누웠다.
설화가 손바닥을 그녀의 등에 댔다.
“지금부터 독기를 몰아낼 거야. 천천히 호흡해.”
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화는 그녀의 몸으로 제 공력을 흘려보냈다.
청명하고 맑은 기운이 령의 몸으로 들어가 혈도를 천천히 타고 돌았다.
설화의 공력은 령의 혈도 곳곳을 누비며 독기를 밖으로 몰아냈다.
령의 몸에서 검고 끈적한 무언가가 송골송골 맺히며 흘러나왔다.
일 주천, 이 주천, 삼 주천….
설화는 무려 십이 주천을 통해 독기를 해독해 주었다.
해독을 시작한 것이 이른 아침이었으나, 운기가 전부 끝나고 눈을 떠보니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붉은 노을빛이 초련의 방을 가득 채웠다.
“감사…합니다….”
령이 지치는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쉬어.”
설화는 졸음 가득한 그녀의 눈꺼풀을 손수 감겨 주곤 밖으로 나왔다.
맞은편 마루에 섭무광이 앉아 있었다.
설화가 나온 것을 본 그가 무심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끝났냐?”
‘호법을 서 주셨구나.’
내공을 운기하는 동안 아무도 방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네.”
“상태는?”
“괜찮아요. 독기를 전부 몰아냈어요.”
섭무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구나. 맹독은 아니어서.”
“네. 초련은요?”
“부상자 돌보러 갔다. 너 들어가고 바로 나가서 아직도 안 들어왔다. 하기야, 이 산골에 의원이 저 하나니까 바쁠 수밖에.”
다행인 것은 초련과 섭무광이 그간 캐놓고 팔지 않은 물건들이 쌓여 있어 치료에 필요한 약초는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초련도 힘들겠어요.”
“그렇겠지.”
섭무광이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멀리 지는 해를 돌아보았다.
설화는 초련의 방문 앞 마루에 걸터앉았다.
짧은 고요가 흐르고.
“본가는 언제 돌아갈 생각이냐?”
“내일이요.”
“한참 있을 것처럼 하더니?”
“아무래도 부상자들도 있고, 본가에 소식이 갈 테니까요. 걱정하시기 전에 돌아가려고요.”
곧 세가 회동도 있으니, 슬슬 돌아가 떠날 채비를 해야 했다.
“내일이라….”
같이 돌아가자고 다시 한번 말하려는데, 섭무광이 돌연 설화를 보며 씨익, 웃었다.
“준비할 시간이 빠듯하겠구나.”
설화의 표정이 반짝, 밝아졌다.
“같이 돌아가실 건가요?”
“그래.”
그녀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그리 좋더냐?”
“네.”
“가능하다면 평생 숨어 살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당최 내버려 둘 생각을 안 하니 어쩔 수 없지.”
섭무광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턱을 긁적였다.
“오늘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으리란 법도 없고,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는 조금 씁쓸해 보였다.
살수들이 마을을 습격했을 때,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감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었다.
“저 대주님이 싸우시는 거 봤어요.”
“?”
“숲에서요.”
숲?
무슨 말이냐는 듯 눈썹을 휘던 그가 이내 놀라서 몸을 바로 세웠다.
“뭐, 그, 호랑이? 호랑이랑 싸운 거 말하는 거냐?”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채만 한 영물이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모습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