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4)_2
“보고 있었으면 좀 도와주지 그랬냐?! 나 후두려 맞는 거 다 봤을 거 아냐!”
“제가 끼어들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주님이 싸운 건 영물뿐만이 아니었으니까요.”
섭무광은 자기 자신과 싸워서 이겼다.
오랜 시간 잊어버린 무인의 정신을 일깨우고 무공의 자유를 상기하며.
나약해진 스스로와 싸워서 그는 이겼다.
공력을 쓰지 못하는 섭무광의 싸움을 보며 설화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무사혼.
결코 꺾이지 않는 정신 말이다.
“그거 아세요?”
설화가 마루에서 일어났다.
뜰을 가로질러 섭무광의 앞에 섰다.
“제게 검의 즐거움을 알게 하신 분도, 제 길을 갈 수 있게 이끌어 주신 분도, 정신을 일깨워 주신 분도 전부 대주님이세요.”
“….”
“이렇게 값진 가르침을 얻었는데, 제가 어떻게 대주님을 사부님으로 모시지 않을 수 있겠어요?”
섭무광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
그의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달싹였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공력을 잃으셨든, 대주님이 아니시든, 그런 건 상관없어요.”
설화가 양손을 모았다.
“전 사부님을 존경해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멀거니 땅으로 시선을 피하던 섭무광은 이내 자세를 바로 세우곤 설화를 마주했다.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설화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는 동작 하나하나엔 그를 향한 존경과 경외가 담겨 있었다.
정성을 다하는 절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느리고, 단단했다.
섭무광은 그 여느 때보다도 진지한 태도로 절을 올리는 그녀를 바라보아 주었다.
땅에 엎드리고, 포갠 손 위에 이마를 댄 채로 시간이 흘렀다.
엎드린 그녀를 강렬한 노을빛이 비추었다.
그 작던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큰 것일까.
제 팔에 안겨 탕후루 냄새에 즐거워하던 꼬맹이가.
제가 무서워 떨면서도 맹랑하게 눈을 맞춰오던 그 아이가.
그때, 그날 밤에 자신이 이 아이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어떡했을까.
아니, 생각해 보면 그날 자신이 이 아이를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이 아이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지.
‘맹랑한 녀석.’
이제 꼬맹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겠구나.
이렇게 보란 듯이 성장했으니.
설화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섭무광을 마주하는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개운해 보였다.
이미 4년 전에 드려야 했을 절이었다.
그것을 지금까지 마음에 품고 살아왔으니, 이 순간이 얼마나 값지겠는가.
“이제 무르기 없기예요.”
참을 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큭큭, 웃던 섭무광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야말로 각오하거라. 어디 가서 뛰어난 고수를 만나도 네 녀석 사부 자리는 내 것이니. 물러 달라고 해도 안 물러 줄 거다.”
“제게 사부님보다 뛰어난 사부는 없어요.”
무공으로만 치면 혈마가 섭무광보다 월등히 강하지만 그를 사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걸.
“못 본 새 말이 많이 늘었다? 아부도 떨 줄 알고.”
“그런 거 할 줄 몰라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가만 보면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단 말이다?”
아닌데.
설화가 입을 꾹, 다물었다.
섭무광이 그런 설화를 흘겨보길 잠시.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신의를 담은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