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96화(199/319)
* * *
문제는 다음날 곧바로 일어났다.
이른 새벽.
설화는 웅에게 약속한 대로 비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남궁세가의 자제들은 부지런도 하시군.”
설화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가진과 함께 녹포를 입은 두 명의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남궁웅이 그들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당가타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설화도 그를 따라 포권을 취하며 앞선 이를 바라보았다.
‘당가의 가주면, 이 사람이 당문룡이구나.’
화려한 녹포 차림에, 뜬 것인지 안 뜬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가는 눈.
곧은 자세와 살짝 휘어진 얇은 입술.
그리고 무엇보다.
[독기가 상당하군.]당가의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독에 대한 면역을 키운다.
수많은 독을 먹고 그것을 공력으로 바꾸어 내공으로 쌓는 것이 바로 독공이다.
그 덕에 당가인의 내공은 독기를 품게 되며 심지어 피에도 독이 흐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당문룡에게선 당가진의 몇 배에 달하는 독기가 흐르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웅아. 그리고 이쪽은….”
“처음 뵙겠습니다, 남궁설화라 합니다.”
“오오, 네가 그 남궁 소가주의 여식이로구나. 오랜 기간 고생 많았다고 들었다. 이리 보게 되어 반갑구나.”
“저도 당문의 가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호오.”
설화의 인사는 흠잡을 곳 없이 반듯했다.
8년이나 가문을 떠나있었던 것치곤 어엿한 명문세가의 아가씨다운 분위기에 당문룡의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번졌다.
“그것은 수리도(袖裏刀_소매 속에 감추어 사용하는 비도)가 아니더냐?”
당문룡이 설화의 손에 들린 비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웅이 대답했다.
“누님께 비도술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네가 말이냐?”
누이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배운다고?
그것도 비도술을?
비도술은 크게 보면 암기술의 일종이다.
암기술은 사천당가가 자랑하는 무공 중 하나이고.
그러니 흥미가 동할 수밖에.
“내게도 보여 줄 수 있겠느냐?”
설화를 향한 물음에 웅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당가가 암기술에 능한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당가인의 앞에서 암기술을 선보인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일진대 하물며 가주의 앞이다.
― 누님, 거절하셔도 됩니다.
웅이 다급하게 보내온 전음에 설화는 옅은 미소로 답했다.
설화가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부족한 무공이지만 가주님께서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보여드려야지요. 보시고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러마.”
“그리고….”
설화가 당가진 쪽을 흘낏 보았다.
아버지의 앞이라고 잠잠히 있던 당가진의 눈썹이 묘하게 휘어졌다.
“괜찮다면 상대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당 공자님.”
“나?”
당가진이 비소를 머금었다.
“지금 나보고 네 상대를 해달라는 거냐?”
“네.”
네까짓 게 감히 내게? 라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표정.
그러나 당가진도 제 아버지 앞에선 별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 가진이 네가 남궁 소저의 상대를 해 주거라. 다만 남궁 소저는 비도를 사용하니 넌 검을 쓰거라.”
당가는 주로 암기술을 쓰기에 검에 익숙지 않았다. 무가이기에 검법을 익히긴 하지만, 주된 무기는 아닌 것이다.
다만, 주 무기를 쓰지 않는 건 설화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녀를 생각한 당문룡의 배려였다.
“…예.”
이윽고 비무가 준비되었다.
“손에 든 비도를 전부 소진하면 끝이다. 원하는 만큼 챙기도록 하거라.”
당문룡의 말에 설화가 비도 네 개를 챙겨 들었다.
웅이 몇 개를 더 쥐여 주려 했지만, 충분하다며 거절했다.
두 개는 허리춤에, 두 개는 손가락 사이에 끼운 설화를 보며 당가진이 비소했다.
“고작 네 개로 되겠냐?”
“충분해요.”
“하기야 열 개를 가져와도 나를 맞추진 못 할 테니 많이 들어 봤자 거추장스럽기만 하겠네.”
당가진의 비아냥에 설화는 미소로 화답했다.
“제게 진다고 너무 놀라지 마세요. 당연한 거니까요.”
“…넌 안 되겠다. 자신감도 지나치면 자만이라는 걸 친히 알려 주마.”
당가진이 검을 들고 기수식을 취했다.
설화 역시 여유롭게 자세를 잡았다.
남궁웅은 불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았고, 당 가주 당문룡과 그의 일행은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두 사람의 비무가 막 시작되려 할 때였다.
“호오, 남궁 소저와 당 공자가 비무를 할 모양입니다.”
제갈세가의 가주와 총관이 연무장에 들어섰다.
두 사람은 부족한 것이 없는지 객원을 돌아보던 중에 잠시 들른 참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들의 얼굴에 흥미가 돋았다.
얼결에 구경꾼이 늘어났다.
당가진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제갈 가주까지? 제대로 판이 벌어졌구나.’
기루에서 자라다 보니 앞뒤 분간이 안 되기도 하겠지.
내로라하는 명문세가에서 무공 좀 배웠다고 제가 강한 줄 착각하나 본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대로 망신시켜 주마.’
당가진이 스멀스멀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의 주위로 짙은 보랏빛 공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절정인가?’
약관(弱冠_20)의 나이에 절정이면 게을리 수련한 편은 아니네.
천독지체는 당가 무공에 적합한 신체이니 재능도 있는 편일 테고.
소문대로 파락호같은 성격이긴 하지만 오대세가에서 손꼽히는 당가의 공자이니 대책 없는 실력은 아닐 것이다.
‘진지하게 상대해 줘 볼까.’
설화가 비도를 든 손을 올렸다.
“와라.”
당가진이 여유를 부렸다.
선공을 양보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 보는 눈도 많으니 압도적으로 이기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설화는 상대의 방심을 놓치는 성격이 아니었다.
훅―
설화의 신형이 당가진의 시야에서 일순, 사라졌다.
당가진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 순간.
쉐엑―!
‘오른쪽!’
공기를 찢듯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비도가 그의 오른쪽 시야 바깥에서 쇄도했다.
카앙―!
소리로 위치를 파악한 당가진은 검을 들어 비도를 쳐내며 비도가 날아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훅―
그러나 설화의 움직임을 쫓았다고 생각한 순간, 그의 시선에서 또다시 그녀가 사라졌다.
“?!”
쉐엑!
‘뒤?!’
어느새?
당가진이 몸을 비틀어 날아오는 비도를 간신히 피했다.
‘젠장! 뭐가 이렇게 빨라?!’
경악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날아오는 비도는 그리 강하지 않아 충분히 쳐내거나 피할 수 있지만, 문제는 비도를 날리는 이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
‘이런 식이면….’
반격을 못 하잖아!
이러다 놀아나기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니겠지?
‘기루에서 자란 년한테 이 당가진이 손도 못 쓴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개망신당해?
그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
훅―
당가진의 주위를 둘러싼 공력이 더욱 짙은 빛을 띠었다.
그의 눈빛이 맹수처럼 번득였다.
“!”
뒤바뀐 당가진의 기세에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뒤로 돌아가 설화가 비도를 날리려던 순간.
카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