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9화(19/319)
* * *
운남성. 곤명.
커다란 호수의 중심에는 어두운 밤에도 빛이 꺼지지 않는 화려한 전각이 떡하니 서 있었다.
6층의 커다란 전각의 이름은 ‘화오루’.
운남에서 술과 노래와 여자가 제일이라 불리는 거대 객잔 겸 주루였다.
주루의 최상층, 은빛으로 반짝이는 호수와 이국적인 곤명의 도시가 전부 내려다보이는 노대 위.
이립(而立_30)이 채 되지 않아 보이는 남자가 난간 앞에 앉아 작은 찻잔을 홀짝였다.
검붉은 빛, 긴 머리카락의 남자는 얼굴의 반을 새까만 색의 가면으로 덮고 있어, 표정과 인상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풍뢰신이라….”
가면 아래 남자의 입꼬리가 깊게 휘어졌다.
“일화가 순순히 따라갔다고?”
“예. 소루주를 뒤쫓던 교인들을 죽인 것 역시, 풍뢰신의 수하들이었습니다. 소루주는 알면서도 막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가 어찌 알았을꼬.”
분명, 기억은 전부 지워졌을 터인데.
대체 어떻게 자신이 남궁의 아이라는 걸 알았을꼬.
언제부터?
“조용히 처리할까요?”
“누구를, 그 아이를?”
“…루주님을 배신하였습니다. 루주님의 물건도 가져갔고요.”
“크큭큭….”
남자가 찻잔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찻잔이 이리저리로 움직였으나 그 안에 들어 있던 찻물은 작은 파동조차 일으키지 않았다.
“그 아이가 벗어나고 싶다 하여, 마음대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보느냐?”
내 그 아이에게 들인 공이 얼마인데.
“걱정하지 마라. 곧 제 발로 찾아오게 될 터이니.”
“…형제들을 죽인 이를 다시 받아 주시는 것입니까?”
“그깟 버러지들 목숨, 그 아이를 얻을 수 있다면야 싼 편이지.”
“….”
“불만 있느냐. 파월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루주님의 뜻에 불만을 품겠습니까.”
“그래.”
남자가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붉은 머리카락이 그의 허리춤에서 흔들렸다.
그가 뒷짐을 진 채로 불빛이 반짝이는 곤명의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밤을 수놓는 불빛들 사이에는 술과 여자에 취해 한심하게 쓸려 다니는 취객들이 가득했다.
저들 중 몇이 사라져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을 버러지 같은 목숨들.
“슬슬 이곳을 벗어날 때도 되었구나.”
물밑에 잠든 용은 때가 되면 하늘로 올라 천하를 호령해야 하는 법.
그때가 그리 머지 않았다.
중원 곳곳에 숨어든 수하들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해 주고 있으니, 길어도 5년이면 충분하리라.
‘그때까진….’
마음껏 뛰어놀아도 상관없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이나 해 봐야겠다.”
“제가 가겠습니다.”
“선물을 하나 줄 터이니 주고 오거라.”
“명(銘)!”
일순, 옅은 바람이 불었다.
남자가 도시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둬들였을 때, 파월이라 불린 남자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가면 아래 남자의 입꼬리가 깊게 휘어지기를 잠시.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노대에는 남자가 남기고 간 찻잔만이 어둠의 공기 아래 차갑게 식어 갔다.
* * *
가주의 부름을 받은 의약당주가 도착했다.
가주와 섭무광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약당주는 곧장 일화의 몸을 살폈다.
맥을 짚고 일화의 몸 곳곳을 살피기를 한참.
의약당주 초련이 끝났다는 듯 한 걸음 물러나며 상태를 보고했다.
“말씀하신 대로 금제를 건 주술의 흔적이 있네요.”
“풀 방법은?”
초련이 고개를 저었다.
“의술적으로는 방법이 없어요. 적어도 저는요. 금제를 건 당사자가 풀어 주면 모를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릴 거예요.”
걷어 올린 옷자락을 정리하며 하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일화를 향했다.
“지금 당장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뿐, 시간이 지나면 천하에 그 이름이 떠돌게 될 테니까요.”
혈교가 중원에 드러남과 동시에 금제는 풀리게 되어 있다.
혈교인들은 천하를 떠돌며 대수라 혈교의 이름을 찬양하고 교인들을 포섭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혈교의 등장과 동시에 금제는 풀리게 되어 있다.
“네 목숨이 달린 일이다.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거라.”
“조심할게요.”
남궁무천이 의약당주에게 물었다.
“다른 것은 어떠하더냐.”
“감각이 무딘 것도 맞아요. 통각과 감정이 가장 심하고요. 무인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통증은 몸이 보내는 신호다.
문제가 생겼으니, 당장 몸을 돌보라는 일종의 위험신호.
짧은 순간에 생사가 결정되는 강호에서 그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은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
상대의 경지를 파악하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적인 감각 역시 본디 고통의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쉬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남궁무천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마음 같아서는 검을 들지 못하게 하고 싶다.
그러나 이 아이가 과연 검을 놓으려 할까. 애초에 남궁을 살리겠다고 돌아온 아이가 아닌가.
“그보다….”
머뭇거리는 초련의 목소리에 남궁무천이 다시 눈을 떴다.
“무어냐.”
“이 아이, 혈맥이 불안정해요.”
남궁무천이 일화를 돌아보았다.
일화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이전의 내공을 몰아냈다고 하셨죠? 그 탓인 것 같은데….”
“이리 와 보거라.”
남궁무천이 일화에게 손짓했다.
일화가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남궁무천은 그녀를 돌려세운 뒤 그녀의 등에 손을 올렸다.
그와 동시에 일화의 몸이 움찔, 떨렸다.
“아프더냐?”
일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파야 정상이다.”
“….”
아픈 것은 모르겠고, 무언가 거대한 기운이 제 몸속을 휘젓는 것이 느껴졌다.
맑고 더없이 정순한 기운은 강대하기까지 해서, 혈도를 타고 흐르는 것이 마치 용이 제 몸을 돌아다니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