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_2
남궁무천의 내력이 그녀의 단전에 닿았을 때, 일화는 다시 한번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의 기운이 거두어졌다.
“…?”
잠시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일화는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남궁무천의 표정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일화는 그가 울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가 두툼한 손을 들어 일화의 머리 위에 텁, 올려놓았다.
역시나 바위 같은 손이었다.
“아득한 시간을 건너 돌아왔구나.”
일화의 눈이 크게 뜨였다.
설마, 자신이 회귀한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혈도를 훑은 것만으로?
그러나 이어지는 말로 그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8년이 네게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시간이었겠다.”
그가 일화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잘 돌아왔다.”
그가 자신에게서 무엇을 보았는지 알 수 없다.
고수들이란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평범한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도 하는 법이니.
자신 역시 이전 생에선 남궁무천과 같은 화경의 고수였지만, 같은 경지라 하여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억지로 내공을 끌어모아 화경에 다다른 것과 깨달음을 통해 경지를 이룬 이의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생엔 나도 남궁무천과 같은 고수가 될 수 있을까?’
일화는 조금 전 제 몸속을 누볐던 그의 내기를 다시금 곱씹었다.
남궁무천의 힘을 아주 조금 맛보았을 뿐이지만, 갈증이 나듯 탐나는 힘이었다.
‘나도 언젠간….’
그때였다.
“날아온 모양이군.”
남궁무천이 무어라 읊조리는 소리에 일화가 그를 바라보았다.
쓰다듬던 손을 내려 일화의 어깨를 붙잡은 그는 그녀의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화 역시 몸을 조금 틀어 그 방향을 응시했다.
‘누군가 오고 있어.’
작지 않은 기운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잠시 후, 가주전의 입구 방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일 공자! 아직 가주님께 보고를 드리지 않았대도!”
총관 남궁문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이윽고 그 목소리를 뒤로한 한 남자가 전각으로 이어지는 길 끝에 나타났다.
잘 갈린 먹물을 쏟아부은 듯이 윤기가 흐르는 긴 흑발. 날카로운 턱선, 짙은 눈썹과 시선만으로도 베일 듯한 예기 서린 눈매.
오뚝한 콧대와 정갈하게 다물어진 입술. 새하얀 피부 사이에서 신비로운 검은 빛을 품은 눈동자.
무학으로 다져져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아한 기운을 풍기는 그는 급히 달려온 사람 같지 않게 옷매무새가 단정했다.
멀리서 보아도 턱 밑까지 숨이 차오른 것이 보일 정도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지 않았다면, 오히려 여유로워 보일 정도였다.
잠시간 그곳에 멈춰 선 그의 시선은 오로지 남궁무천의 앞에 서 있는 일화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일 공자!”
뒤늦게 나타난 총관이 다급히 그를 붙잡았으나, 이미 늦어 버린 것을 알고는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며 그를 놓아주었다.
그가 누각을 향해 느리게 다가왔다.
누각으로 이어지는 길을 밝힌 불빛이 그의 모습을 더욱 명료하게 비추었다.
쿵. 쿵.
‘…?’
어디선가 작은 북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책상을 두드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소리가 나는 곳이 제 몸 안이라는 것을 깨달은 일화는 어리둥절해져 가슴에 손을 얹었다.
혈도가 불안정하다고 하더니.
아무래도 무언가 이상이 있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