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01)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198화(20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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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용세가의 도착을 끝으로 오대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중원을 대표하는 다섯의 명문가가 모이는 것만으로 거리엔 활기가 돌았고, 들뜬 기운이 가득했다.
저녁이 되자, 화려하게 밝힌 장식들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연회가 시작되었다.
연회장엔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시비들이 바쁘게 음식을 나르며 식탁 곳곳을 풍성하게 채웠다.
옥빛 치마를 입고 남궁무천이 선물해 준 새외의 장신구로 멋을 낸 설화가 연회장에 들어섰을 때엔, 웅과 화린은 이미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언니, 이쪽!”
화린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설화를 맞이했다.
설화는 웅과 화린의 사이에 앉았다.
연회장 상석은 다섯 개로, 각 세가 가주들의 자리였다.
그 바로 아래에 자리가 셋으로, 소가주가 부재한 사천당가와 제갈세가를 제외한 세 가문의 소가주 자리였다.
연회장에 미리 도착하여 다른 소가주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청운이 설화를 보곤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설화와 같은 옥빛으로 장식된 옷을 입은 청운은 언제나 그러했지만 단연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웠다.
세가원들의 자리는 상석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배분순으로 어른들이 앞쪽, 자녀들이 이어서 자리했다.
“저쪽이 하북팽가 사람들이고, 저쪽이 제갈세가 그리고 우리 옆에 앉은 게 모용세가야.”
화린이 속삭이며 세가를 소개했다.
어제, 오늘 자주 마주친 사천당가는 소개를 생략했다.
“하북팽가 사람들은 좀 크고 거칠긴 해도 맘씨는 좋아.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작은 거에 약하달까? 귀여운 걸 좋아하는 것 같아.”
화린이 덩치와 안 어울리지 않느냐며 웃었다.
문득 팽 가주를 만났던 아침의 일이 떠오른 설화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연회장을 둘러보고 있던 또래 중 가장 덩치가 큰 팽 공자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팽 공자는 움찔, 놀라더니 설화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설화가 그를 향해 먼저 목례하자, 그가 뒤늦게 후다닥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분이 팽호광. 소가주님의 장남이야. 그 옆이 팽치풍, 그 옆에 언니가 팽미랑. 언니보다 나이가 많아.”
팽미랑은 팽가의 여식답게 듬직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호쾌해 보이는 인상과 웃음이 여걸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했다.
연신 설화를 흘끔거리는 팽호광을 뒤로 하고 설화는 화린을 따라 제갈세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기 제일 잘생긴 사람 보이지? 제갈휘 오라버니야.”
화린의 목소리가 더더욱 작아졌다.
“되게 고지식해. 융통성이 좀 없는 부류랄까? 저 오라버니 앞에선 말조심해야 해. 안 그럼 혼나.”
잘생긴 것은 모르겠지만, 누굴 말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앉은 자세가 반듯하고 시선을 함부로 돌리지 않는 차분한 분위기의 제갈 공자는 한 명뿐이었으니.
“그 옆이 진 오라버니. 진 오라버니는 조금 소심하긴 해도 착해.”
그리고 그 옆의 어린 여아가 제갈소야. 회동에 모인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고 화린은 소개했다.
이어서 모용세가까지 야무지게 소개를 마친 화린은 뿌듯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 했다.
역시나 당가의 소개는 건너뛰었다.
설화는 화린이 소개해 준 이들의 얼굴을 다시금 익히며 이전 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대부분은 이전 생에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이들이었고, 그나마 기억에 남는 이들은 모용세가의 사람들과 팽 가주의 아들 팽호광 정도였다.
‘팽호광은 남궁세가와의 교전이 끝나갈 무렵에 도착했었지.’
모용세가는 남궁청산의 부인인 모용연화의 본가.
이전 생에선 남궁세가와 혈교의 교전이 끝난 후 뒤늦게 지원군을 이끌고 도착했었다.
현 모용가의 소가주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동생 모용연화의 시신을 부여잡고 울부짖었고, 그들의 곁에 팽호광이 함께했다.
‘팽가는 물불 안 가리고 전투에 뛰어들었으니까.’
호전적인 성격 탓일까, 넘치는 의협심 탓일까. 불리하든 유리하든 목숨 걸고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늘 가장 앞장서서 사기를 북돋웠기 때문에 팽가가 합류한 전투에선 혈교의 전사들도 꽤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이전 생에 그들 모두 설화가 이끄는 혈교의 부대와 교전 중에 목숨을 잃었다.
남궁청운이 도착하기 전의 일이었다.
오랜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는데, 화린이 설화의 팔을 흔들며 작게 외쳤다.
“할아버지다!”
화린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다섯 세가의 가주들이 연회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가장 연장자이자 무림의 선배인 남궁가의 남궁무천이 중심에 자리했고, 양쪽으로 팽가의 가주와 모용가의 가주가.
그리고 양 끝엔 당가와 제갈가의 가주가 자리했다.
모두가 앉자 남궁무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회장에 흐르던 음악이 일순 멈추고, 모인 이들이 남궁무천을 바라보았다.
남궁무천은 대표로 벌써 4번째를 맞이한 오대세가 회동에 대한 기쁜 소회와 장소와 음식을 준비해 준 제갈세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회동의 주최인 제갈 가주가 일어나 참석한 가문인들을 향해 감사를 표하였고, 이내 연회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지난번에 못 먹은 음식 말이야. 오늘 나올 거래. 객잔의 숙수를 데려와서 직접 준비해 주셨다고 하더라.”
연회의 시작은 식사였다.
각자의 앞에 푸짐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가주들의 상에는 더욱 화려한 음식들이 즐비했다.
“하하하! 가주님의 손녀가 아주 야무지고 귀엽더이다! 이참에 가문끼리의 혼사를 밀어 볼까 하는데, 어떠십니까?”
“내 손녀 말인가?”
“예! 설화라는 아이 말입니다! 형님 장손녀!”
“허허, 팽 가주의 농은 여전하군.”
팽엽명이 술잔을 따르며 하는 말에 남궁무천이 허허, 웃으며 받아넘겼다.
“이것 참! 농이 아닌데도!”
남궁무천의 은근한 거절에도 팽엽명은 호탕하게 웃으며 제 뜻을 피력했다.
설화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남궁청운이 보였다.
팽 가주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못 들으려야 못 들을 수 없는 자리이긴 했다.
“허허, 남궁세가와 하북팽가가 혈연으로 맺어진다면 이거, 천하가 든든하겠소이다.”
모용 가주가 웃는 낯으로 팽 가주를 도와주었다.
주최자이지만 나이가 가장 어린 제갈 가주는 난처한 웃음만 흘렸고, 당 가주는 미소를 띤 채 조용히 음식만 먹었다.
“언니 큰일 났다. 팽 가주님이 언니 되게 마음에 드셨나 봐.”
“?”
화린이 조용히 속삭였다.
“팽 가주님 진짜 끈질기신데.”
키득거리며 하는 말은 장난 반 진심 반이었다.
“화린아, 다 들린다.”
잠자코 식사를 하던 웅이 습관처럼 화린에게 주의를 주었다.
화린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넘겼다.
― 호광 공자 좀 봐 봐, 얼굴 엄청 빨개. 덩치만 크지 순 숙맥이라니까?
화린의 전음에 설화가 팽호광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