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03)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200화(203/319)
* * *
“전 정말 춘약을 타지 않았습니다!”
“춘약을 타지 않았다면, 다른 것은 탔다는 말이구나.”
“그건…!”
사천당가의 객원.
두텁게 쳐진 기막 안에서 당 가주 당문룡과 당가진의 대화가 이어졌다.
당문룡은 연회에서 있었던 일이 제 아들의 짓임을 확신했다.
하나, 당가진은 억울했다.
“제가 타라고 지시한 건 그저, 복통을 일으키는 독초였단 말입니다…!”
당문룡의 얼굴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지시했다고?”
“예, 예…! 남궁설화의 다과상을 맡은 시비에게….”
“심지어 제갈세가의 사람에게 말이냐?”
“…!”
당문룡의 주위로 짙은 녹빛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제갈세가에서 제갈세가 시비의 입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입을 막기 위해 그 시비를 죽인다면 일을 더 키우는 꼴이니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까지 있으니 더는 발뺌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
당문룡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그, 그래도 저는 정말로 춘약을 주지 않았습니다! 필시 누군가의 농간이 분명합니다! 중간에서 약을 바꿔치기 한 놈을 잡으면…!”
“사람들에게 나아가 춘약을 타려던 것이 아니라고 말해 보거라. 누가 그 말을 믿어 줄 것 같으냐?”
“!”
당가진은 남궁설화가 주루에서 자랐다는 것을 문제 삼아 그녀를 무시해 왔다.
지금껏 그가 보인 태도가 있으니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해도 믿어줄 사람은 없었다.
“더욱이 일이 이 지경까지 온 이상 네가 무엇을 타려 하였는지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이 일을 지시하였는가다.
“네가 계획한 일로 그 아이가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을 모든 이들이 보았다. 이제 와서 춘약을 타려 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을 해 봤자 무엇이 바뀌겠느냐?”
당가진은 그제야 서서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저 장난으로 남궁설화를 골탕 먹이려 한 일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너의 그 알량한 복수심이 가문의 발목을 잡는구나. 네가 벌인 이 일로 우리 가문은 중원의 패자로 우뚝 설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게 되었다.”
당문룡의 표정에 괴로움이 깃들었다.
“너의 안하무인을 언제까지 참아 주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아버지, 전 정말 그러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전부 내 잘못이다.”
독공을 익히는 당가의 핏줄 중 천독지체로 태어난 아들은 어려서부터 가문의 비호를 받으며 자라왔다.
문제를 일으켜도,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여도 눈감아 주었더니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이 일을 벌인 이가 제 아들임을 확인하였으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미 협상의 승기는 저편으로 넘어갔다.
심상찮음을 느낀 당가진이 허겁지겁 당문룡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아버지, 이번 한 번만 덮어 주십시오. 이번 한 번만 해결해 주시면 제가 결단코 다시는 이런 짓을 벌이지 않겠습니다.”
“본가로 돌아가면 근신령을 내릴 것이다.”
“아버지!”
당가의 근신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가문의 자부심이 높은 만큼 가문에 해가 될 짓을 저지른 이에겐 더더욱.
당가진은 가주의 아들이기에 내공을 폐하거나 몸을 상하게 하는 벌을 받진 않겠지만.
“3년간 수련동에 들어가 벽곡단을 먹으며 인격을 수양하거라. 보다 큰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지금의 네 성격을 죽여야 할 것이다.”
“아버지! 소자, 아직 배워야 할 본가의 무공이 많이 남았습니다! 조만간 저를 소가주로 세워 주신다, 약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가문을 생각지 못하는 이에게 소가주의 자리가 합당하다 생각하느냐? 이번 기회에 너의 그 알량한 자존심을 죽이는 법부터 익히도록 하거라.”
당문룡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단 한 번도 제 아들에게 보이지 않던 등을 처음으로 보인 순간이었다.
* * *
남궁무천은 제 앞에 앉은 이를 잠잠히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는 불 보듯 뻔하였다.
“사천에서 가져온 귀한 찻잎입니다. 제갈세가에 선물로 가져온 것이 조금 남았습니다.”
당문룡이 직접 우린 차를 남궁무천의 앞에 따라 내밀었다.
찰랑거리는 찻물을 잠시간 응시하던 남궁무천이 차가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당 가주가 주는 차를 내가 마셔도 괜찮겠는가?”
제 몫의 차를 따르던 당문룡이 멈칫했다.
그러나 웃음기를 잃지 않으며 짐짓 평온한 시선으로 남궁무천을 마주 보았다.
“원하는 것을 말씀하시지요.”
“내 손녀가 다섯 가문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쓰러져 피를 토하였네. 진정 그것이 자네가 내게 처음으로 하고 싶은 말인가?”
당문룡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하며 남궁무천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 아들의 부족함을 다스리지 못하여 가주님의 손녀분께 해를 입히게 된 것,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당가타는 남궁세가에 끼친 불미스러운 일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만 있다면 무슨 요구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 부디 괘념치 마시고 말씀해 주시지요.”
조금 전과는 달리 사죄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당문룡은 남궁무천이 입을 열 때까지 허리를 세우지 않았다.
짧은 고요가 흐르고, 남궁무천이 물었다.
“자네의 아들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던가?”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숙하는 중입니다. 당가타로 돌아가서도 근신령을 엄히 내리려 합니다.”
“그 아이를 내 손녀 앞에 데려와 무릎을 꿇리게.”
“…!”
당문룡의 눈이 살짝 뜨였다.
이리 낮은 자세로 사죄하였음에도 남궁에서는 당가진이 직접 용서를 구하기를 바란다.
제 아이에게 다른 가문의 아이 앞에 무릎을 꿇으라 말하기가 어찌 쉬우랴.
하나, 무릎을 꿇어 남궁의 노기를 잠재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싼 값을 치르는 셈이었다.
“그리하겠습니다.”
“이만 앉게나.”
당문룡이 허리를 펴고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마주 앉아서도 여전히 떳떳한 입장은 못 되었다.
“당 공자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이번 일은 문제 삼지 않겠네. 그것이 내 손녀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네.”
“그리 해 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일이 이리되었으니 남은 계산은 바로 해야겠지.”
“편히 말씀하시지요.”
“무림맹을 세우는 일에 당가의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하네.”
당문룡이 시선을 내려 탁자 위를 응시했다.
예상했던 본론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