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04)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201화(20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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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정신을 차리고도 며칠이 지났다.
그사이 당가진은 설화에게 직접 찾아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아버지에게 크게 혼이 난 것인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인지, 용서를 구하는 그의 태도는 예상외로 더없이 진지했다.
그가 사죄하고 돌아간 후 당 가주 당문룡이 이어서 찾아와, 당가진은 당분간 볼 수 없을 것이라 전해 주었다.
또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의 의미와 필요한 것은 언제든 요구하라는 의미로 가주의 패를 주었다.
공식적으로는 설화가 연회 전 먹은 약이 음식에 들어간 향신료와 맞지 않아 벌어진 우연한 사고로 알렸다.
일을 키우지 않는 것은 설화 역시 원하던 바였기에 연회의 사건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당가도 오늘 아침에 본가로 돌아갔어. 이제 우리만 남았네.”
화린이 탁자 위에 한쪽 팔을 올려놓고 비스듬히 엎드린 채로 설화를 바라보았다.
모용가와 팽가는 먼저 돌아가고 당가 역시 오늘 아침 본가로 돌아갔다.
남궁은 모든 세가들을 배웅한 뒤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안휘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몸은 좀 어때, 언니?”
“이제 괜찮아. 내상도 나은 지 오래인걸.”
설화의 몸은 며칠 새에 완전히 회복되었다.
흐트러진 기혈을 바로 잡기 위해 운기도 열심히 했고, 남궁무천과 청운이 직접 설화의 몸을 살펴 주기도 한 덕분이었다.
초련 역시 자신이 따라오지 않았으면 어쩌려 했냐며 몸에 좋은 것들을 이것저것 가져와 설화에게 먹여댔다.
값이 비싼 약초들은 제갈세가에서 구해 주었다.
“언니 쓰러질 때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당가진 그 자식, 객잔에서 시비 걸 때부터 알아봤어. 그런 놈은 내공을 아주 폐해 버려야 하는 건데.”
화린이 벌떡 일어나 주먹을 말아 쥐었다.
화린과 웅에겐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했으나 완전히 숨기기란 불가피했다.
“어쩜 사람이 그렇게 악해? 정파 세가 자제 맞아? 하긴, 당가는 뭐….”
“그리 말하면 안 된다니까, 화린아.”
반듯한 자세로 잠자코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웅이 입을 열었다.
“당가의 독공이 얼마나 무섭고 뛰어난 줄 알아? 적으로 만나면 가장 위험한 적이 될걸. 그들에게 의협심이 남아 있다는 것을 고맙게 여겨야 해.”
“오빠는 당가놈 때문에 언니가 저렇게 됐는데도 그런 말이 나와? 퍽이나 의협심이 남아 있네. 그래서 남의 차에 몰래 약 탔대?”
“그건 당 공자 개인의 인품 문제….”
“아 됐어, 됐어! 아무튼 오빠나 휘 오라버니나 똑같아.”
웅이 설핏,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야? 갑자기 휘 공자는 왜 나오는데?”
“무슨 뜻이겠어? 잘 생각해 봐.”
화린이 웅에게 혀를 날름 내밀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나는 하던 일이 있어서 이만 가 볼게! 푹 쉬고! 내일 보자!”
명랑한 목소리로 설화에게 손을 흔들며 방을 나가버렸다.
찌푸린 얼굴로 닫힌 방문을 바라보던 웅이 설화에게 물었다.
“무슨 뜻인가요, 누님?”
설화가 겉옷을 챙겨 들며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잘 생각해 봐. 너 똑똑하잖아.”
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이 저녁에 어디 가시려고요?”
“산보 좀 다녀오려고.”
“하면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아니야. 너는 생각하느라 바쁘잖아. 나 혼자 다녀올게.”
“하지만 누님 혼자 쓰러지기라도 하시면….”
“내가 그렇게 약한 줄 알아?”
웅은 설화 혼자 보내는 것이 못내 걱정되는지 끝까지 따라오려 했다.
제 눈앞에서 누님이 피를 토하며 쓰러진 모습이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제대로 한번 비무해 볼까?”
설화가 우드득, 손가락을 풀자, 웅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금세 동그래지는 눈이 귀여워 웃음을 흘린 설화는 결국 홀로 처소를 나섰다.
“다녀올게. 쉬다 가.”
밖으로 나온 설화는 사방으로 연결되는 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남궁세가와 제갈세가의 어른들이 모여 마지막으로 식사를 함께한다고 하였다.
그곳으로 가면 사람이 많을 테니.
‘이쪽.’
설화는 인적이 드문 곳을 따라 산보를 시작했다.
제갈세가의 건물들은 남궁세가와 달리 명문세가 치고는 수수한 편이었다.
화려하지 않고 꾸밈이 없는.
장원의 내부 모습이 제갈세가의 사람들의 성정을 대변하는 것만 같았다.
나무들과 심어진 화초들 역시 그러했다.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내는 정원은 깔끔하고 고요했다.
‘당 가주가 뜻을 함께하겠다고 했다지.’
할아버지 남궁무천의 말에 따르면 당 가주는 그저 이득 때문이 아니라 무림맹의 결성 목적에 동의했다고 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수월한 설득이었다.
물론 당가진의 잘못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된 대화는 맞지만, 당 가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정도(正道)였다.
그 역시 정파 무림을 대표하는 다섯 가문의 가주 중 한 명.
할아버지의 올곧은 의지가 그를 설득시킨 것이다.
‘이번 일은 내가 성급했어.’
그저 상황만 보고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
이곳은 혈교도 흑도도 아닌 의와 협을 중시하는 백도인 것을.
이익만 보고 행동한 건 오히려 자신이었다.
‘나도 언젠간 저들처럼 생각하는 날이 오긴 할까?’
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한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지만, 사실 납득되진 않는다.
4년 전, 죽음으로 뛰어든 섭무광의 선택도 여전히 틀렸다고 생각한다.
하나, 이제는 때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조금 멋있기도 하고.
지금으로선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찌르르―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화는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구름이 많은 날이어서 하늘은 어두웠지만, 구름 너머로 진한 빛이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리 빽빽한 구름일지라도 천하의 하늘을 전부 가릴 순 없다.
그런 하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크게 숨을 들이쉴 때였다.
“?”
무언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 설화가 기억하는 기운이었다.
이런 기운을 어디서 느꼈었더라?
가물가물한 기억을 헤집던 어느 순간.
‘천궁귀두…?’
설화가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을 퍼뜩, 바라보았다.
분명, 천궁귀두가 숨겨져 있던 산과 화산에서 갔던 만리신투의 비동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기운이었다.
스멀스멀 제 존재감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것 역시 그 두 곳의 흔적과 닮았다.
‘제갈세가의 장원에서 어째서 만리신투의 기운이?’
언젠가 우연히 찾게 될 수도 있다곤 생각했지만, 이런 곳이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설화가 홀린 듯 기운이 흘러나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 언저리를 더듬었다.
다행히 옥패의 조각을 엮어 만든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은근하게 풍겨 오던 기운은 점차 짙어졌다.
기운이 짙어질수록 설화는 확신했다.
‘만리신투의 흔적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