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07)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204화(207/319)
* * *
“그래서, 소림으로 간다고?”
“네.”
“그 땡중 놈들, 만만치 않을 텐데. 어허, 거기서 더 힘을 실어야지!”
섭무광이 풀잎을 잘근거리며 손을 휘저었다.
섭무광이 본가로 돌아온 이후, 설화는 그에게 다시 무공 훈련을 받고 있었다.
섭무광은 몸을 치료하기 위해 천오동에 들어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설화의 무공을 봐주었다.
내공을 회복하지 못해 직접 구현하지는 못해도 그의 눈은 여전히 정확하고 예리했다.
남궁무천의 말대로 무공을 전수해 준 이가 섭무광인 만큼, 그의 조언은 설화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수련을 시킬 때만 제외하곤.
“팔을 내리고 다리를 제대로 뻗어라. 아까 보여준 것과 위치가 다르지 않냐, 위치가.”
설화가 그의 지시대로 팔을 내리고 다리를 곧게 뻗었다.
무게가 자연스레 한쪽으로 쏠리면서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어허, 다리 굽히지 마라!”
가까스로 자세를 잡고 있던 설화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향해 돌아섰다.
“이런 수련이 정말 도움이 되나요?”
“지금 하늘 같은 사부를 의심하는 거냐?”
“…아니요.”
하지만 검법을 구태여 느리게 펼치라니.
그 탓에 중심의 이동이 쉽지 않아 자세가 계속해서 흐트러진다.
애초에 빠른 변환을 염두에 두고 만든 동작들이니, 균형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불퉁한 설화의 표정에 섭무광이 픽, 웃음을 흘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알겠다.
“제자야.”
“네, 사부님.”
“네 가장 큰 문제가 뭔 줄 아냐?”
“진각이요?”
섭무광이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
그가 손을 날카롭게 세우곤 허공에 마구 휘저었다.
“무공은 말이다. 빠르다고 다가 아니다. 변검과 환검으로 상대의 눈을 속일 수는 있어도….”
팍―!
그의 손이 무언가를 가르듯 허공을 힘주어 갈랐다.
“적을 벨 수 없으면 다 헛것일 뿐이지.”
“제 검이 약한가요?”
“약하지 않다. 누가 초절정 고수의 검을 약하다고 하겠느냐?”
“그러면요?”
“하나, 너보다 강한 고수에겐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검이지.”
아.
설화가 낮게 탄식했다.
‘할아버지와 비무할 때도 나는 전력을 다했지만 할아버지는 내내 여유로우셨지.’
애초에 손녀의 검을 봐주기 위한 비무라고 해도, 설화는 초절정의 극에 다다른 경지로 그를 상대했다.
적어도 한두 번은 그를 당혹시키거나 위협할 수 있었어야 했다.
더군다나 비무 내내 공격을 한 쪽은 자신이 아닌가.
반대로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공격을 퍼부었다고 생각한다면?
‘세 합도 버티지 못하고 졌을 거야.’
문득, 흥현(興縣)에서 만났던 살수와의 전투가 떠올랐다.
살막에서 초련을 데려가려고 보내온 살수들 중 초절정의 경지였던 살수 말이다.
그때의 자신은 사도련주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화경의 힘이었고, 그 살수는 초절정의 힘이었으나 그는 분명 세 합을 버텨냈다.
세 합을 버티는 것과 버텨내지 못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같은 화경과 초절정 고수의 교전임에도 그만큼 큰 차이가 난 것이다.
‘격이 다른 거야.’
차근히 내공을 쌓고 무공을 익히며 그 자리까지 올라간 남궁무천과 이무기의 힘을 입어 화경에 오른 자신이.
이전 생과 같이 격의 차이를 불러온 것이다.
‘지금의 난 경지만 초절정일 뿐 그 살수보다 못할지도 몰라.’
“뭐가 문제인가요?”
설화가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섭무광이 잘근거리던 풀잎을 퉤 뱉어내곤 대답했다.
“조급함이다.”
“조급함이요?”
“그래. 넌 일격은 좋은데 전체적으로 힘이 부족하다. 살수의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탓이지.”
섭무광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다.
살수로서의 교전 경험이 많은 설화는 기척이 은밀하고 검이 빠른 대신 길게 이어지는 교전에선 약세를 보였다.
상대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버리려는 습관 탓에 일격은 강해도 한 번 한 번의 검격은 그리 강하지 못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그 약점이 특히 도드라졌다.
섭무광이 제 가슴께를 톡톡, 짚었다.
“무공은 몸으로 익히지만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임하는지. 그렇기에 심법을 통해 깊이 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 역시 중요한 것이지.”
“마음….”
“마음이 조급하면 사소한 것은 쉬이 지나가기 마련이다. 시야를 좁히고 판단을 흐리지. 예를 들면….”
섭무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조금 전 설화가 어려워하던 자세를 잡았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했다.
설화가 어려워하던 것이 무안할 지경이었다.
“아주 짧게 지나가는 동작이라도 심혈을 기울이고 마음을 쓰면 어렵지 않은 법이다. 네가 이 동작을 힘들어하는 것은, 이 동작에 네 마음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천 번 검법을 반복하는 동안 이 짧은 동작에 신경을 쓴 적이 있었던가?
‘없었어.’
검을 내지르고 상대를 베어내고 검에 힘을 싣는 등의 동작만 중요하게 생각했을 뿐.
그저 몸을 돌리는 이 평범한 동작엔 단 한 번도 신경 써서 익혀본 적 없었다.
“흐르는 물을 생각해 보거라. 흐름이 끊어지는 곳이 있더냐?”
설화가 고개를 저었다.
“하면, 허투루 흐르는 곳이 있더냐?”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에도 섭무광은 중심이 기울어진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은 그저 흐를 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유속으로 그저 흐를 뿐이지. 그렇게 흐르는 물은 냇가를 이루고 강물을 이루고 대해(大海)를 이룬다.”
그가 자세를 바로 세웠다.
분명 내공을 쓰지 못함에도 그에게선 알 수 없는 위엄이 흐르고 있었다.
“알겠느냐?”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깨달음의 깊이가 깊어 잠시 멍하니 있는 그녀에게 섭무광이 다가왔다.
따악―!
“악.”
섭무광이 설화의 이마를 때렸다.
“그러니까 사소한 동작도 허투루 익히지 말란 말이다. 균형이 제대로 맞춰져야 비로소 네가 원하는 때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법이다.”
사소한 동작들이 잡히면 설화가 강조하여 익혔던 동작들 역시 자연스레 견고해진다.
섭무광의 말은 그 뜻이었다.
“조급함을 버리고 다시 찬찬히 검법을 수련하거라. 진각은 그다음이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