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08)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205화(208/319)
* * *
“이렇게 다시 방문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가주님께서는 본가의 일로 잠시 출타하여 만나 뵐 순 없지만, 대접에 부족함이 없도록 당부, 또 당부하셨습니다.”
“괜찮아요. 갑자기 찾아왔음에도 이리 환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설화와 제갈세가의 총관이 인사를 주고받았다.
총관은 일전에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머물렀던 객원으로 설화를 이끌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시비를 통해 불러 주십시오. 쉬고 계시면 휘 공자님과의 식사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해요.”
제갈휘와의 약속은 저녁이었다.
여독을 푼 뒤에 만나고 싶다고 한 사람은 설화였다.
제갈휘를 만나고 해가 지고 난 뒤 만리신투의 진법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굳이 보는 눈이 많은 낮에 갈 필요는 없으니까.’
제갈휘의 처소에서 만리신투의 진법으로 이어지는 길을 다시금 복기해 보았다.
그날, 제갈휘를 만난 것은 어찌 보면 천운이었다.
만리신투의 존재도 알고, 그의 처소에 가서 차를 마신 덕분에 제갈세가의 내당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으니.
‘제갈 공자가 의심하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돼.’
설화는 저녁에 있을 일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짐을 풀었다.
* * *
“소저를 다시 만날 기회가 이리 빠르게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때 대접해 주신 차가 좋아서요. 답례를 하고 싶어 지나가는 길에 들렀어요.”
“그렇지 않아도 시비를 통해 주신 선물을 먼저 받아 보았습니다. 아주 귀한 찻잎이더군요.”
“황제에게 진상되는 찻잎을 키우는 나무가 있다는군요. 그 나무의 찻잎이에요.”
제갈휘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그렇게 귀한 차는 받을 수 없습니다. 제가 드린 것에 비하면 과하군요. 돌아가실 때 다시 챙겨 드리겠습니다.”
“가져온 선물을 도로 가져가라고 하시는 건가요? 심지어 저는 곧바로 본가로 돌아가지 않아요.”
제갈휘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면 남궁세가 쪽으로 다시 돌려보내도록 하죠. 답례는 받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곧은 건 좋지만 때론 굽히는 것도 필요하다.”
“….”
“라는 말 많이 들으시죠?”
“그런 편입니다.”
올곧음은 나쁘게 말하면 고지식함이다.
답례로 가져온 선물을 돌려보내려는 것이 제갈휘의 그런 고지식한 면이고.
하지만 설화는 굳이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고지식함은 반대로 올곧다는 것이니까.
“과하시면 청전차를 조금 싸 주세요.”
“제게 남은 것을 전부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좋고요.”
제갈휘가 깊이 고심했다.
제 나름대로 타협점을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면 달포에 한 번씩 새로운 잎이 들어올 때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귀한 선물을 받았으니 저 역시 그 정도 수고는 해야지요.”
“네. 좋아요.”
제갈휘의 표정이 그제야 밝아졌다.
고작 찻잎 하나 주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참 대쪽 같은 사람이구나.
한결 가벼워진 표정의 제갈휘가 물었다.
“화산에 가신다고 하셨지요.”
“네.”
“맹의 일로 가십니까?”
제갈휘는 맹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직 확실해지지 않은 일을 그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
‘제갈 가문에서 휘 공자를 소가주로 세우고자 하는구나.’
무림의 정세와 가문의 일을 공유하는 것은 가문의 가주로 세울 이를 키우기 위해 흔히 하는 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제갈휘가 먼저 나서서 자신에게 맹에 관한 물음을 한 것은 반대로 이상한 일이었다.
소가주도 아닌 자신이 맹의 일을 알고 있으리라는 걸 어찌 알고 묻는다는 말인가?
‘할아버지가 맹의 결성을 제안한 사람이 나라고 말씀하시진 않으셨을 테고.’
떠보는 건가?
‘굳이 숨길 필요는 없긴 하지만.’
이참에 제갈휘의 생각을 들어 보고자 설화가 되물었다.
“공자께선 맹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금의 무림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호하고 확실한 휘의 대답은 설화를 조금 놀라게 했다.
제갈세가는 방어적인 가문.
무림맹 결성은 곧 가문 밖으로 나가 외부 활동을 한다는 뜻이다.
맹의 일을 우선시하다 보면 가문의 일은 불가피하게 후순위가 된다. 남궁무천은 이를 염려하는 제갈세가의 소극적인 태도를 문제 삼았었다.
이전 생에서도 무림맹 결성 후 제갈세가는 맹의 일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외네요.”
“사실, 저희 가문의 뜻에 반(反)하는 입장이긴 합니다.”
역시. 가문의 뜻은 소극적이구나.
“공자께선 맹이 어째서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수호(守護)겠지요.”
제갈휘가 식기를 내려놓고 자세를 재차 바로 세우며 말을 이었다.
“작금의 무림은 간두지세(竿頭之勢)에 몰려있습니다.”
간두지세.
대의 끝에 서 있듯이 아주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모두가 지금의 무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태평연월(太平烟月)의 시기라 하지 않나요? 휘 공자께선 정 반대시군요.”
“거안사위(居安思危) 사즉유비(思則有備) 유비무환(有備無患).”
편안히 거처할 때에 위기를 생각해라. 생각하면 갖출 수 있고, 갖추면 근심이 없을 것이다.
“무림은 힘을 가진 자들의 전쟁터입니다. 조용하다 하여 평화로운 것은 아니지요. 부지불식간에 전쟁은 일어날 것이고 지금은 그때를 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맹의 결성이 그 준비라는 건가요?”
“정파 세력의 힘을 모아 우리가 이리 건재하다는 것을 천하에 드러낸다면 그것만으로도 방비가 아니겠습니까.”
무림맹이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아무리 날뛰는 아이들이라도 무서운 어른 앞에서는 얌전한 법.
“또한 강한 적이 나타났을 때에 쉬이 힘을 모아 대항할 수 있겠지요. 지금의 무림은 중구난방입니다. 맹은 흩어진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하지 않겠습니까.”
제갈휘는 무림맹의 설립 취지를 명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