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09)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06화(209/319)
* * *
후우우우우….
검은 가면을 쓴 설화의 주위로 어둠보다도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제갈휘의 말대로 진법에 있던 문에 들어서니 빽빽한 독 안개가 가득했다.
다만, 극독은 아니었다.
독 안개의 존재를 알자마자 돌아 나간다면 해독하고 목숨을 구할 수 있을 정도의 독.
‘만리신투의 성격상 쉬이 죽을 함정을 설치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
천궁귀두도 그렇고, 동굴에서도 그렇고.
만리신투의 함정은 침입자를 죽이기보다는 쫓아내려는 쪽에 가까웠으니까.
‘만리신투가 죽였다는 제갈세가의 무사들은 뭐였을까?’
알고도 돌아 나가지 않아서 죽은 건가?
당황해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르지.
‘….’
설화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독 안개가 퍼져 있는 진법의 입구를, 제갈세가에선 왜 막아 놓지 않았을까?
제갈세가라면 진법의 입구가 외당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외부인이 들어가 해를 입는다면 가문의 일로 번질 수도 있는 문제.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하는 제갈세가의 특성상, 경비병 하나 세워두지 않은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후우우….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진법 깊숙이로 들어갈수록 따뜻했던 공기가 어느새 찬 기운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밤을 틈타 들어왔다곤 하지만, 주위는 그야말로 컴컴한 어둠이었다.
어둠에 익숙한 설화 같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을 정도로.
자박. 자박. 뚝. 자박. 자박. 뚝.
설화는 얼마간 걷다가 나뭇가지를 하나씩 부러트리기 시작했다.
진법 안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걸었을까.
“….”
[네가 아까 남긴 표식이구나.]부러트린 나뭇가지가 나왔다.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 보니, 일정한 간격으로 부러뜨렸던 나뭇가지들이 나왔다.
[길을 잃었군.]설화는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의 독 안개는 어느새 더욱 빽빽해졌으며 공기는 서늘함을 넘어 차가워지고 있었다.
문득 4년 전 본가 천무제에서 남궁청해가 선보였던 진법이 떠올랐다.
진법에 들어선 이들은 그리 넓지 않은 비무대 위를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 비무대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지금 자신이 딱 그 꼴이었다.
범위만 넓어졌을 뿐, 아니, 어쩌면 비무대보다도 좁은 공간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지.
진법은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생문(生門)이 있을 텐데.’
그러나 오는 길에 주위를 세세히 살폈지만 길을 찾아갈 수 있는 특별한 표식은 없었다.
하나, 분명 이 진법을 타개할 방법은 존재할 터.
[자칫하면 평생 같은 자리만 뱅뱅 맴돌겠구나.]이무기 역시 걱정스러운 기색이었다.
후우우우….
설화는 우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남긴 표식이 이어졌지만 걸으며 주변을 더욱 꼼꼼하게 살폈다.
그렇게 또 얼마나 걸었을까.
설화의 앞에 문이 나타났다.
그녀가 통과해 온 진법의 대문이었다.
[결국 처음이구나. 마치 내쫓는 것 같군.]진법의 안을 헤매며 호되게 당했으니 기회 줄 때 나가라는 듯이.
[진법의 주인이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된 모양이다.]이무기는 진법의 생문이 진법의 주인에게 있다고 보았다.
진법의 주인이 마중 나와야만 반대편 문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하나, 설화의 생각은 달랐다.
‘준비라….’
잘그락.
설화는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꺼냈다.
두 개의 조각을 맞추고 유심히 보던 그녀의 입꼬리가 싱긋, 휘어졌다.
“이거다.”
[뭔가를 알아낸 것이냐?]“이 옥패가 지도였어.”
옥패가 이루고 있는 문양.
그리고 이 진법을 들어설 때 대문에 그려져 있던 같은 문양.
이 문양이 바로 진법의 생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지도이다.
하나의 문양일 땐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게 되지만, 하나가 빠진 두 개의 조각일 땐 시작과 끝이 분명한 길을 이룬다.
문양의 여러 갈래가 눈을 흐려도 끝과 끝을 잇는 길은 단 하나뿐인 것이다.
[호오,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구나. 호오오….]“가 보면 알겠지.”
설화는 옥패를 맞춰 든 채 다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 대문에 서 있었으니 길을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옥패의 문양을 따라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때론 정면으로.
그렇게 길을 찾아가다가 보니 저 멀리 어둠 속에 전에 없던 무언가가 보였다.
전각이었다.
[저곳이로군.]설화가 전각으로 향했다.
커다란 전각의 입구가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문의 정면에는 진법 초입에 그려져 있던 옥패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쿵쿵쿵!
설화가 문고리를 움직여 문을 두드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윽고 끼이익, 하면서 문이 열렸다.
설화가 문을 열고 안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후우우우-
순식간에 독 안개가 사라지고, 시야가 밝아지며 눈앞이 맑아졌다.
설화가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맑은 밤하늘엔 휘영청 밝은 달빛에 물든 회색 구름이 한가로이 흘러가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마침내 진법을 벗어나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설화는 눈앞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달빛을 받으며 고고히 서 있는 전각은 조금 외로워 보였다.
건물 안에 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설화는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섰다.
복도를 지나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 앞에 섰다.
방문을 두드리려는데, 안쪽에서 먼저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시오.”
설화가 문을 열었다.
달콤한 향기가 가장 먼저 그녀를 반겼다.
방 안엔 둥근 탁자와 의자 두 개가 전부였다.
한 남자가 맞은편에 앉아 두 개의 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
작고 왜소한, 그러나 단단한 기운을 가진 자였다.
꼿꼿하게 앉아 있는 자세가 얼핏 제갈휘를 떠올리게 했다.
진한 눈썹에 올곧은 콧대, 굳게 다문 입.
체구가 작은 것만 빼면 언뜻 그와 닮은 것 같기도 했다.
“기다리고 있었소.”
차를 따른 잔을 제 맞은편에 놓은 남자가 시선을 들어 밤중의 방문객을 바라보았다.
검은 가면을 쓴 설화를 마주한 그의 눈이 살짝, 떨렸다.
그러나 금세 당황한 내색을 숨기며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