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09)_2
“앉으시오. 차가 식겠소.”
설화가 자리에 앉았다.
제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차에 무엇이 들었을지 의심하지 않으시오?”
설화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들었든 상관없다는 건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우리는 초면인데 내가 무엇을 안다는 말이오?”
“내가 벽독강기를 익히고 있다는 것.”
설화의 주위로 검은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이 절세무공을 익히게 해 준 이가 당신이지 않소.”
이곳까지 오는 동안, 설화는 독 안개가 제 몸에 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벽독강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벽독강기는 만리신투의 두 비동에서 찾은 서책과 영약으로 익힌 무공.
만리신투는 다른 두 비동에 독 안개 진법을 타개할 방법을 마련해 놓았던 것이다.
“얼굴을 맞대는 것은 처음이지만, 나는 당신을 여러 번 만났소.”
“나를 아시오?”
제갈명은 끝까지 잡아떼려는 듯이 태연하게 되물었다.
“제갈 가주의 동생 제갈명이 아닌가.”
제갈명은 김이 빠진다는 듯 픽,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나 이어지는 설화의 말에 그의 얼굴은 빠르게 굳어졌다.
“그리고… 만리신투.”
“…!”
“이기도 하고 말이오.”
제갈명이 설화를 빤히 응시했다.
삽시간에 굳은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사도련주시오?”
“당신이야말로 나를 아는 모양이군.”
“정말이오?”
“정말이지.”
제갈명의 입이 굳게 닫혔다.
설화는 가면 속의 눈꼬리를 휘며 그에게 물었다.
“어째 실망한 눈치로군. 누군가 이곳을 찾아와 주길 바라서 그런 흔적을 남겨두었던 것이 아닌가?”
“그게 당신은 아니긴 하였소.”
“내가 흑도라서?”
“….”
제갈명은 침묵했다.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사실 설화는 사도련주의 모습으로 진법에 들어설 때부터 이러한 제갈명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아무나 상관없었다면 제갈세가 내에 마지막 조각을 숨겨 놓지 않았겠지.’
그래도 가능하면 백도 쪽에서 자신을 찾아와 줄 사람이 있길 바랐으니 이런 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제갈세가의 담장을 쉬이 넘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백도 정파의 사람일 테니까.
“원, 목숨 걸고 찾아왔는데 이리도 박대하다니. 서운하군.”
“차도 내주지 않았소.”
“내주어야 할 것은 차가 아닐 텐데 말이오?”
“….”
“세 번째 조각을 받아야겠소.”
설화의 시선이 순식간에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녀의 몸에서도 다시금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무리 사도련주의 모습으로 왔다지만, 설화는 분명히 만리신투의 수많은 시험을 거쳐 도착한 조각의 주인.
“세 개의 조각을 얻는다면 천하를 얻는다고 하였지. 나는 이제 그 마지막 조각을 손에 넣어 천하를 얻어야겠으니.”
“….”
“마지막 조각을 받아야겠소.”
만리신투는 시선을 내리고 침묵했다.
얼마간을 침묵했을까.
그가 시선을 들어 설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마지막 조각은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