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daughter of the Namgung family'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0)_1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 207화(210/319)
구구구구궁….
전각 전체가 진동하듯 울렸다.
두 사람이 앉아 있던 탁자 역시 찻잔이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낼 정도로 흔들렸다.
그러나 제갈명은 조금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전 사도련주임을 확인할 때보다 평정심을 찾은 모습이었다.
“여기까지 사람을 불러 놓고 없다는 말로 내쫓으려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성의 없지 않은가?”
“정말 없소. 애초에 그건 한 사람이 찾으리라 생각하고 숨겨둔 것이 아니었으니까.”
천궁귀두와 화산의 동굴.
두 곳 모두 발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숨겨진 보물을 찾기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천궁귀두의 영약을 찾았다고 하여 그것이 벽독강기를 익히는 데 필요한 재료라고 어느 누가 연상하겠는가?
영약을 먹어 내공을 늘리거나 해독에 특출난 영약이니 약으로 썼겠지.
두 보물을 찾아 벽독강기를 익히고 독 안개 진법을 통과해 이곳으로 오기까진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가히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나는 당연히 그 누구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소. 하여 세 번째 조각 같은 건 준비하지 않았소.”
“….”
“내 불찰이오. 젊은 날의 치기가 당신을 헛걸음하게 하였소.”
젊은 날의 치기.
제갈명은 만리신투일 때 비동을 만들어 둔 일을 치기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마치 그 모든 것이 장난이었다는 듯이.
“보시다시피 나는 이곳에 은거하여 살아가는 중이오. 내 덕에 벽독강기를 얻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 주었으면 좋겠소.”
엄연한 축객령이었다.
그리 말하는 제갈명은 어딘가 피곤해 보이기도, 슬퍼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시험인가?”
설화의 말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시험은 없소.”
“아니면, 내가 정말 마지막 조각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가.”
“…!”
“내 눈앞에 마지막 조각이 버젓이 있는데, 나더러 만족하고 돌아가라는 말이오?”
“…그게 무슨 말이오.”
설화가 찻잔에 손가락을 담가 찻물을 손가락에 묻힌 뒤 탁자 위에 글자를 썼다.
첫 번째 글자, [천(天)]을 쓰며 말하였다.
“천궁귀두는 곧 하늘의 조각이요.”
이어서 두 번째 글자, [지(地)]를 그렸다.
“흙으로 이루어진 비동은 곧 땅의 조각이니.”
마지막으로 [인(人)] 자를 적은 설화가 제갈명을 바라보았다.
“남은 것은 인간이다.”
“….”
“하늘과 땅을 하나로 잇는 인간이 만나면 그것이 곧 천하일지니.”
가면 아래 설화의 입매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당신이 마지막 조각이 아니면 무엇이겠소?”
천(天). 인(人). 지(地).
하늘을 상징하는 천궁귀두와 땅을 상징하는 동굴의 진법은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두 가지 보물을 찾아 독 안개를 뚫고 마침내 도달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조각.
그것은 바로 제갈명 그 자체다.
“이래도 없다고 할 것이오?”
제갈명은 애초에 누군가 자신을 찾아내 주길 바라고 있던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자신을 찾아내 줄,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어 섬길 주군을.
“내 사람이 되시오, 만리신투. 스스로의 입으로 그대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고 하였으니, 내 손에 천하를 쥐여 주어야지.”
제갈명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어느새 김이 피어나지 않는 식은 찻물 속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오랜 시간 기울어진 가문을 지키기 위해 홀로 은거한 채 보내온 세월만큼 어느새 제 모습 역시 나이 들어 있었다.
한참을 찻물 속 제 모습을 응시하던 그는 픽, 힘없는 웃음을 흘렸다.
“나는 동경했소.”
설화는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선조 제갈공명의 삶 말이오. 전란의 시기에 태어나 천하를 주무르며 마음껏 제 뜻을 펼쳤던 삶을.”
“….”
“그분을 동경하였기에 나는 어려서부터 천하를 품으며 살았소. 선조를 따라갈 순 없을지라도 선조의 발끝 정도는 흉내 내고자 노력했지.”
“그런 것 치곤 대도(大盜)로 이름을 날리지 않았나?”
제갈공명이 도둑질을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제갈명이 픽,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람 일 참 멋대로 되지만은 않더군. 도둑질을 하게 된 건 그저 우연이었소. 불쌍한 이들을 도와주다 그리되었지.”
기관진식과 진법에 능하니 세가의 담을 넘기 쉬웠고, 흔적을 감추기에도 쉬웠다.
간단한 진법이면 집안 전체를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었다.
부당하게 재산을 빼앗겨 죽을 위기에 놓인 노부부를 도와주려다 시작한 일이 그를 만리신투의 자리까지 올려놓았다.
“하나, 나는 늘 섬길만한 주군을 두어 군사로 살기를 바라 왔소.”
천하를 유랑한 것도 주군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에 제갈세가에 위기가 닥쳤고, 제갈명은 가문의 부름을 받아 본가로 돌아와야 했다.
“가문의 부름을 받았을 때 나는 다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소.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군. 선조는 스스로 주군을 찾지 않았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
유비가 제갈량을 세 번 찾아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제갈명은 세 번 찾아와 주는 것까진 바라지 않았다.
그 대신 제 방식대로 시험해 보고 싶었다.
세 번의 시험을 통과하여 자신을 찾아낸다면 그게 누구든 주군으로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그것이 흑도의 길을 선택한 자는 아니었소.”
제갈명의 눈빛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결연해졌다.
“선조가 유비를 주군으로 둔 것은 그가 한실의 피를 이었기 때문이오. 만일 다른 이였으면 세 번이 아닌 다섯 번, 열 번을 찾아왔더라도 섬기지 않았겠지.”
“….”
“난 섬길만한 자를 섬기길 원하오. 난 천하를 바로잡고 싶지, 비틀기를 원하지 않소.”
흑도의 길은 비틀어진 길이다.
옳은 길이 있음에도 제 이익을 위해 옳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들이 가는 길이니까.
제갈명은 자신의 능력을 비틀어진 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나, 뿌린 씨앗은 스스로 거두어야 하는 법. 잘못된 씨앗을 뿌린 책임은 지겠소.”
“어떻게 지겠다는 것이오?”
“자결하겠소.”
“…!”
“그 누구도 섬기지 않겠소. 이건 나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기도 하오.”
두 개의 보물을 찾아 자신을 찾아오는 이를 주군으로 섬기겠다는 다짐.